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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동걸 산은 전 회장 부산이전 조목조목 비판, "뼈아픈 손실 초래"

조승리 기자 csr@businesspost.co.kr 2023-03-02 11: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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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6947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동걸</a> 산은 전 회장 부산이전 조목조목 비판, "뼈아픈 손실 초래"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 회장이 2일 서울특별시의회 서소문청사에서 열린 '국제금융도시 서울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건투를 빕니다.”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 회장이 2일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주최하는 ‘국제금융도시 서울을 위한 정책토론회: 산업은행 이전 논란을 중심으로’에 참석해 축사를 마치면서 산업은행 이전 반대 움직임을 응원하는 듯한 말을 남겼다.

이동걸 전 회장이 지난해 퇴임 이후 공개석상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해 발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이 전 회장은 산업은행의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강조하며 산업은행이 서울에 남아야 하는 이유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 이유는 금융기관으로서 ‘집적 효과’다.

영국 런던의 금융가인 ‘시티 오브 런던’이 런던에서 가장 작은 행정구역임에도 금융인 50만 명이 일하는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금융기관이 한데 모여 집적 효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이동걸 전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산업은행은 시장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야 한다”며 “뉴욕의 월스리트, 홍콩, 싱가포르 등 세계 금융중심지는 모두 이와 같이 금융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이유로는 ‘고객’을 꼽았다.

산업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은 항상 고객인 기업과 가까이 위치해 있으면서 최적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산업은행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이러한 작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금융기관은 항상 고객 기업과 가까이 있으면서 밀접하게 접촉하고 해당 기업이 처한 대내외 상황이 어떠한지, 해당 기업이 미래에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그 내용을 속속들이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기관’과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소통을 위해서도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 정책에 발맞춰 신속하게 금융지원을 실행해야 하는데 정부당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서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대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부서들의 협업이 필수적이고 구조조정, PF대출 등 대규모 여신을 취급하는 때에도 외부 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산업은행은 기업들이 찾아오기 좋은 곳, 금융 인프라가 집중된 곳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은 “단순히 지역균형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국책금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그것은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되지도 않으면서 국가 전체적 관점에서 뼈아픈 손실을 초래할 것이 명백한 상황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늘 토론회를 통해 산업은행이 대한민국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국제금융중심지 서울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역할을 더욱 견고히 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장]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6947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동걸</a> 산은 전 회장 부산이전 조목조목 비판, "뼈아픈 손실 초래"
▲ 2일 서울시의회 서소문청사에서 열린 '국제금융도시 서울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토론회 시작 전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동걸 전 회장은 산업은행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산업은행의 이전과 관련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산업은행의 이전을 주장하자 이동걸 전 회장은 “쓸데없는 논의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2022년 5월2일 진행된 퇴임 기자간담회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건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당시 이 전 회장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관한 반대 의견에 변함이 없다”며 “산업은행은 국가 정책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기능이 저해되면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산업화 이후 가장 특혜를 받은 지역이라고 평가하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되찾고 다른 지역의 발전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회장의 이런 주장은 현재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부울경의 경제 부흥을 위해 산업은행의 이전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발언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축사를 마치고 곧바로 토론회장을 떠났다. 기자들이 산업은행 부산이전과 관련해 질문을 던졌지만 “노코멘트하겠다”며 말을 삼갔다.

이동걸 전 회장은 진보적 성향의 경제학자다.

1953년 4월9일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금융경제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청와대 행정관,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고 한국금융연구원장, 동국대 경영대학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2017년 9월 산업은행 회장에 올라 2020년 9월 연임에 성공했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2022년 5월 회장에서 물러났다. 조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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