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Who
KoreaWho
기업과산업  전자·전기·정보통신

[삼성의 라이벌] 삼성전자 유럽 반도체공장 지을까, 인텔 빠르게 기회 선점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02-21 08:00:00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삼성의 라이벌] 삼성전자 유럽 반도체공장 지을까, 인텔 빠르게 기회 선점
▲ 유럽연합(EU)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반도체 지원 법안을 통해 미국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EU >
[비즈니스포스트] 2023년 2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넷제로 시대를 위한 그린딜 산업 계획’을 발표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친환경 분야 투자가 유럽에 집중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이 힘을 모아 추진하는 정책적 지원 계획이다.

유럽연합은 이와 동시에 유럽판 ‘반도체 지원법’ 도입도 속도를 낸다. 유럽 의회는 지난 1년 가까이 논의해 오던 지원 정책을 연초부터 본격적으로 법제화하는 절차에 들어갔는데, 유럽 국가에 반도체 시설 투자를 집행하는 기업은 최대 450억 유로(약 62조 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연이어 논의되는 유럽의 그린딜 산업 계획과 반도체 지원 정책은 2022년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을 확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 지원법과 상당한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러한 지원 법안을 통해 글로벌 주요 기업의 투자 유치에 큰 성과를 낸다면 미래 경제 발전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유망 산업의 중심축이 완전히 미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유럽연합 측의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유럽의 반도체 지원법 도입 논의는 주요 회원국의 지지를 얻지 못 해 장기간 답보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최근 유럽연합 소속 국가에서 사실상 만장일치로 지원 정책 시행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놓으며 법제화 절차에 속도가 붙었다.

유럽연합이 처음 글로벌 반도체기업의 유럽 내 공장 투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배경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벌어진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 있었다. 한국과 대만 등에 반도체 수급을 의존하는 구조가 자동차를 비롯한 유럽의 주요 산업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는 유럽의 경제적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유럽연합은 강력한 지원 정책을 통해 자체적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해야만 한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세계 대형 반도체기업의 현지 공장 투자를 확정짓는 데 성공한 일은 유럽연합에 상당한 자극이 됐다. 미국이 대규모 투자를 선점한다는 것은 그만큼 유럽이 잠재적으로 기회를 잡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결국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른 시일에 보조금 경쟁을 본격화하며 대형 반도체기업의 투자 프로젝트를 상대방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더욱 뚜렷하게 내비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위원장은 반도체 지원 정책을 발표하며 “반도체 지원법은 유럽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여러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주요 산업의 리더로 자리잡는 데 중요하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의 이러한 정책적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있는 반도체기업은 인텔이다. 인텔은 독일에 170억 유로(약 24조 원)를 들여 새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포함해 앞으로 10년 동안 유럽에 10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 투자에 집중하는 사이 인텔은 미국을 넘어 유럽까지 투자 보폭을 넓히면서 양쪽에서 모두 정책적 수혜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인텔은 독일 반도체공장 전체 투자 금액의 절반 정도를 보조금으로 받는 방안을 확정지었다. 아일랜드와 이탈리아, 폴란드와 스페인 등 반도체 연구센터 및 공장 투자가 예정된 다른 지역에서도 현지 당국과 인센티브 지원을 받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정부도 인텔의 오하이오 및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투자에 따른 보조금 제공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수혜도 빠르게 차지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인텔이 이처럼 미국에 이어 유럽에도 공격적 시설 투자를 결정한 배경은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단기간에 키워야 하는 사업 전략과 일치한다. 인텔이 목표한 대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삼성전자와 TSMC의 점유율을 따라잡으려면 이들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생산 투자가 필수적이다.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 보조금 경쟁에 최대 수혜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는 인텔의 전략은 반도체공장 건설에 필요한 비용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내고 여러 곳의 생산공장을 동시에 건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운드리 사업 성장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삼성의 라이벌] 삼성전자 유럽 반도체공장 지을까, 인텔 빠르게 기회 선점
▲ 인텔이 독일에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반도체공장 예상 이미지.
삼성전자는 인텔과 달리 유럽에 반도체 생산공장 투자 가능성을 아직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충분한 고객사 수요를 기대할 수 없는 지역에 시설 투자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기조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맞춰 텍사스 파운드리공장 신설을 결정한 데는 퀄컴이나 엔비디아, AMD 등 현지 주요 고객사들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에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는 뚜렷한 전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반면 유럽에는 아직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하는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을 활용할 만한 고객사 기반이 크지 않아 생산 투자로 거둘 수 있는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독일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설립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TSMC가 첨단 미세공정 대신 전기차용 전력반도체 등에 쓰이는 구형 공정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 투자를 유치하려는 유럽 측의 ‘러브콜’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의회 의원들은 최근 반도체 지원법 발의안을 채택하는 자리에서 한국과 대만, 일본 및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한국과 협력이 거론된 배경은 결국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공장 유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및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모두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유럽의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고객사 수요를 확인하기 비교적 어려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대신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을 유럽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과 유럽, 중국을 비롯한 거대 세력이 주도하는 세계 무역전쟁 양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도 지금과 같이 대부분의 반도체를 한국에서 생산하는 구조를 벗어나 전 세계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일을 중장기 과제로 안고 있다.

이미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는 중국과 미국, 유럽 모두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이 아니면 판매에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는 반도체시장에 이러한 흐름이 나타나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유럽연합이 미국에 대응해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의 현지 공장 건설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생산 거점을 여러 지역으로 넓히는 데 중요한 기회로 자리잡게 될 수 있다.

이미 인텔과 TSMC 등 경쟁사가 다양한 국가로 반도체 투자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너무 늦지 않게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유럽 생산공장 투자는 자동차용 반도체와 같이 약점으로 꼽히던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중심의 무역 경쟁이 삼성전자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김용원 기자
 
[편집자주] 2023년,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및 국가 경쟁력에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때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현재 전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경제팀에서 연재하는 [삼성의 라이벌] 기획은 삼성전자와 주요 라이벌 기업 사이의 경쟁 판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예측해 삼성의 현 위치를 짚어보고 이러한 경쟁이 어떠한 방식으로 삼성의 위기 극복 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진단한다.

3부 - 삼성 vs INTEL
(6) 인텔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수혜 집중, 삼성전자는 ‘불안’
(7) 삼성전자 유럽 반도체공장 지을까, 인텔 빠르게 기회 선점
4부 - 삼성 vs CHINA

최신기사

국제유가 러시아산 원유 추가 제재 가능성에 상승, 뉴욕증시는 혼조
[속보] 이재명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절차 밟지 않는다"
[속보] 이재명 "국회와 정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 제안"
윤석열 탄핵안 헌재 심판대로, 인용되면 조기 대선 어떻게 진행되나
TSMC 웨이저자 회장 체제로 안착, AI 파운드리 '절대우위' 수성
'레이싱 넘어 축구까지', 국내 타이어 3사 스포츠 마케팅 경쟁 '활활' 
오징어게임2 공개 전부터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 넷플릭스 토종OTT에 반격
금융권 '틴즈' 상품 러시, 은행 카드 페이 미래고객 공략 차별화 '동분서주'
해외 건설수주 고전에도 삼성E&A GS건설 호조, 현대건설 대우건설 아쉬워
LG이노텍 CES서 '탈 애플' 승부수, 문혁수 자율주행 전장부품에 미래 건다
koreawho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