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전세사기를 악질범죄로 규정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뿌리 뽑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무자본 갭투기 근절을 위해 전세금이 집값의 90% 이하일 때만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을 2일 발표했다.
▲ 정부는 전세사기가 조직적이고 지능적 범죄로 개인적 차원의 대응이 어렵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전세사기 유인을 차단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지원 강화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 1월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 모습. <연합뉴스> |
정부는 전세사기가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범죄로 개인적 차원의 대응이 어렵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전세사기 유인을 차단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지원 강화에 나선다.
우선 전세금 반환보증 개선을 통해 무자본 갭투자를 근절한다.
기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은 전세가율(전세가격/집값) 100%까지 보증가입을 허용했다. 이에 악성 임대인의 무자본 갭투자, 중개사의 깡통전세 계약 유도로 악용된 측면이 있었다.
이에 따라 보증대상 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하향해 올해 5월부터 시행한다. 이미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 보호를 위해 유예기간도 부여하기로 했다.
감정평가사의 시세 부풀리기를 통한 보증제도 악용도 방지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임대인과 모의해 시세를 부풀리고 전세사기에 가담하는 정황이 파악됐기 대문이다.
2월부터 감정평가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이 없는 사례에만 적용하고 협회에서 추천한 법인의 감정가만 인정해 임대인과 감정평가사의 사전모의를 차단한다.
등록임대사업자의 의무 임대보증 관리도 강화한다.
등록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 의무가입 제도를 악용해 우선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없다고 임차인을 안심시킨 뒤 실제로 깡통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에 가입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임차인 거주 주택은 보증을 가입해야만 등록을 허용하고 공실의 경우 가입을 허용하되 보증 미가입 때는 임차인에게 통보하여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또한 보증 미가입으로 등록이 말소된 임대사업자는 임대주택 추가 등록을 제한하기로 했다.
정부는 보증제도의 무자본 갭투자 수단 악용을 차단하기 위해 전세가율 요건 조정 등 세부적 개선방안을 보증가입 의무화가 전면 시행되기 이전인 올해 7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계약 단계별로 정보제공을 강화해 위험계약을 방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신축빌라는 시세정보가 없어 전세사기 위험에 빈번히 노출됐다. 특히 보증금 미반환 전력이 있는 악성 임대인의 집은 보증가입을 할 수 없으나 임차인이 계약 이전에 이를 알 수 없어 보증금 보호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앞으로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안심전세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축빌라 등의 시세, 악성 임대인 정보, 세금체납 정보 등 전세사기 위험 사전 진단을 위한 정보를 한 곳에 모아 편리하게 제공한다.
안심전세애플리케이션에서는 연립·다세대, 소형 아파트의 시세와 전세가율, 경매낙찰률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또한 임차인이 위험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도록 보증사고 이력 등 임대인 정보를 제공하고 세금체납 정보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는 2월 수도권을 시작으로 2023년 7월부터는 비수도권 광역시, 오피스텔까지 확장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계약 이후에는 임차인의 권리침해 사전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임대차 계약 체결 이후 임차인의 대항력이 발생하기 이전 임대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대출 근저당이 보증금보다 우선 보호돼 임차인에게 예기치 못한 피해를 끼치는 사례가 있었다.
또한 매매 등에 따른 임대인 변경에도 임대인이 알려주지 않으면 임차인이 알 수 없어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계약 체결 이후에도 보증금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심사 때 확정일자 확인 이후 대출을 진행하는 사업을 확대하도록 한다. 중개사 범용 계약서에 대항력 확보 전에 근저당 설정 때 게약을 해지할 수 있는 특약도 반영하기로 했다.
이 밖에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힘쓰도록 책임을 강화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법률서비스도 지원하기로 했다.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의 처벌도 강화한다.
공인중개사는 사기 가담 때 ‘원스트라이크 아웃’ 요건을 확대하고 감정평가사의 자격 취소 사유도 금고형(집행유에포함) 2회에서 1회로 강화를 추진한다.
국토부는 안심전세앱 기능 확대, 보증제도 악용방지 등 정부차원의 조치를 즉각 착수하고 나쁜 임대인 명단공개 등 법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국회와 적극 협의해 조속히 입법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세사기는 청년과 신혼부부 등 사회 초년생이 대응하기 어려운 조직적, 지능적 범죄다”며 “이번 대책을 통해 보증금을 노리는 악질사기가 뿌릴 뽑힐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