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에 동행하며 SK그룹의 친환경에너지 비전을 사업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랍에미리트가 친환경에너지 경제로 전환을 추진하는 만큼 SK그룹으로서는 수소 분야에서 의미있는 협력의 접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에 동행해 SK그룹의 친환경에너지 비전을 사업화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국빈 방문에서 중요한 의제로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협력방안이 다방면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는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관련 프로젝트 수주와 업무협약 등을 실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SK그룹은 수소 분야에서 아랍에미리트와 다방면의 사업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방문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의장 자격으로 참여하는 최 회장과 함께 지주회사 SK와 SK에코플랜트가 경제사절단에 참여한다.
아랍에미리트는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부유한 나라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2020년 기준 3만6284달러로 한국(3만1727달러)보다 높다.
하지만 화석 연료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탓에 아랍에미리트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기기는 어렵다는 시선이 많다. 세계적 탈탄소의 흐름도 아랍에미리트의 위기의식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아랍에미리트 내 토후국인 두바이 국왕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은 “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낙타를 탔고 나는 벤츠를, 내 아들은 랜드로버를 운전한다. 내 아들의 아들도 랜드로버를 운전하겠지만 내 아들의 손자는 다시 낙타를 탈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벗어나 새로운 산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담긴 말로 풀이된다.
아랍에미리트는 발전량에서도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2020년 기준으로 발전량의 84% 이상을 천연가스가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랍에미리트의 경제개발 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취약한 신재생에너지 산업기반을 마련하면서 동시에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방편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개발과도 맞물려 있는 수소경제의 확립은 아랍에미리트의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단순히 전력 자급에 그치지 않고 수소를 생산해 수출하며 지금의 산유국 지위처럼 수소 생산국으로서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가장 친환경적인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탄소 배출이 없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다.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한 뒤 이를 통해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이다.
아랍에미리트의 사막지대는 일조량이 풍부할 뿐 아니라 인구밀도가 낮아 태양광 발전에 최적화된 입지로 꼽힌다. 게다가 아랍에미리트는 규칙적 풍속·풍질을 지닌 덕분에 풍력발전도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한 뒤 잉여 전력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수출하는 데에도 좋은 조건을 갖춘 셈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천연가스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블루수소 생산에도 유리한 곳이다.
블루수소는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추출하면서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수소 추출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등을 적용한다.
비록 블루수소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린수소가 경제성을 갖출 때가지 블루수소가 수소경제를 앞당기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근래에는 화석연료를 열분해하는 방식으로 탄소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청록수소 방식도 개발되고 있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는 정부 주도의 다양한 수소 생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30년 세계 수소시장 점유율 25% 달성을 목표로 그린·블루수소 생산을 확대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런 아랍에미리트의 수소경제 구상은 최태원 회장의 수소경제 구상과 접점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포괄적 민간 경제외교뿐 아니라 SK그룹 차원의 수소경제 사업화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SK그룹은 지주회사 SK를 필두로 수소의 생산·공급·활용 전 분야에 걸친 밸류체인에 진출하고 있다. 그린수소, 블루수소, 수소연료전지 등 직접적 수소사업은 물론 해상풍력과 원자력 등 수소사업을 뒷받침하는 연관 산업으로도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지주회사 SK는 글로벌 기업들과도 손잡고 수소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SK는 미국 수소기업 플러그파워, 모놀리스 등과 지분투자, 합작법인 설립 등을 진행하며 수소 개발과 생산에 나서며 수소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계열사 SKE&S는 세계 1위 수소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2025년까지 액화수소 3만 톤, 블루수소 25만 톤 등 모두 28만 톤의 연간 수소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태양광 발전과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부터 수소 활용 분야인 연료전지사업까지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해 놓은 상태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2018년 미국 연료전지 제조사인 블룸에너지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국내 독점 공급권 계약을 맺으며 수소사업에 뛰어들었다. 2020년 블룸에너지와 합작사 ‘블룸SK퓨얼셀’을 세운 뒤 고효율 연료전지 국내 생산도 본격화했다.
최 회장은 1일 신년사에서 “지구는 우리가 망설일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며 “지구와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문제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와 질병, 빈곤 등 우리의 해결을 기다리는 문제들은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며 “그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은 결국 인류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5~8일 진행된 CES 2023에서 SK그룹이 앞세운 주제인 ‘탄소감축 행동’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최 회장은 6일 CES 2023 행사장 내 SK그룹 전시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탄소감축은 기술적으로 어떻게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 상당히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주제”라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