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증강현실 헤드셋의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기기 예상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2023년부터 출시를 앞두고 있는 증강현실(AR) 헤드셋과 자체 브랜드 자율주행 전기차(애플카)를 두고 벌써부터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기기나 애플의 전기차에 특별히 구매 욕구를 느끼지 않는 상황에서 우수한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출시돼도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8일 “애플은 아이폰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한 새로운 히트상품을 선보여야 한다”며 “그러나 증강현실 헤드셋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2007년 처음 선보인 아이폰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전자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약 15년이 흐른 지금까지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후속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애플워치와 에어팟 등 액세서리가 연달아 성공적 판매를 거두며 애플의 성장에 기여했지만 이는 결국 아이폰과 연동해 이용되는 제품에 불과해 독립된 상품군으로 보기 어렵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소비자가 애플워치나 에어팟을 사는 것은 햄버거와 함께 감자튀김이나 음료수를 주문하는 것과 같다”며 “아이폰 생태계에 온전히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애플의 차세대 주요 제품으로 거론되는 것은 두 가지다. 이르면 내년에 정식 출시가 예상되는 증강현실 헤드셋과 2026년 출시 가능성이 떠오르는 애플카가 포함된다.
두 제품 모두 공식 발표가 이뤄진 적은 없지만 애플이 그동안 외부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개발 인력을 영입하는 등 사례가 늘어나면서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애플 증강현실 헤드셋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안경이나 고글 형태를 갖춰 가상현실(VR) 콘텐츠도 일부 구동할 수 있는 형태로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 증강현실 헤드셋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해당 시장 자체가 성장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IT기업이 이미 증강현실 헤드셋 출시에 도전했지만 시장에서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사실상 실패하고 말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가상현실 헤드셋도 메타와 소니, HP 등 다양한 기업을 통해 개발되고 상용화된 제품이지만 수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시장 규모가 제한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사례를 고려한다면 애플이 뒤늦게 뛰어난 기술력을 적용한 증강현실 헤드셋을 출시하고 시장에 진입한다고 해도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하드웨어 개발 측면에서 안고 있는 기술적 약점도 증강현실 헤드셋의 경쟁력에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증강현실 기기 특성상 배터리 수명과 같은 요소가 중요하게 꼽히는데 애플이 이전에 출시한 기기들을 살펴보면 이는 오히려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뒤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 등 제품과 달리 증강현실 헤드셋은 사용자가 직접 착용하는 웨어러블기기에 해당한다는 점도 잠재적 고객 기반의 범위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로 제시됐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분명한 잠재력을 안고 있지만 아직 실제 활용성은 검증되지 않았다”며 “애플의 열렬한 팬들만 구매하는 데 그치는 제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애플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관련 참고용 이미지. |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전기차로 예상되는 애플카는 더 나아가 실제로 출시될 가능성마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이 테슬라 등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자동차를 내놓을 것이라는 예측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며 “하지만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보도했다.
자동차는 전자기기와 달리 제품 완성도와 안전성 등 측면에서 훨씬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애플은 다른 자동차 경쟁사들과 비교해 수십 년은 늦게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 등 주요 전기차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가까워져 가격 경쟁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애플이 경쟁사를 뛰어넘을 만한 요소를 확보하기는 더욱 녹록지 않다.
애플카 역시 증강현실 헤드셋과 같이 애플 브랜드를 강력히 선호하는 일부 사용자층에만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제품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애플은 증강현실 헤드셋과 애플카를 모두 지난 10년 가까이 연구개발해 오며 기술적으로 우수한 혁신적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실제 수요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신제품을 출시한다면 결국 ‘수요 없는 혁신’의 한계를 맞아 실패를 거두고 말 가능성이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이번 기사를 기고한 마이클 가텐버그는 과거 애플의 마케팅 총괄임원을 역임했다. 이후 가트너와 주피터리서치 등 시장 조사기관에서 근무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