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설비 투자규모를 당초계획보다 크게 늘리며 미국시장에서 고객기반을 넓힐 기반을 닦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3나노 이하 공정에서 기술적 초격차를 실현해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미국에 투자규모를 키워 현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를 싹쓸이 할 채비를 하면서 삼성전자로서는 생산능력 측면에서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 경쟁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삼성전자는 TSMC와 고객사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앞서가고 있는 3나노 이하 첨단공정 기술경쟁력 강화에 더욱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도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들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TSMC와 같이 빠르게 투자규모를 추가로 확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TSMC와 달리 파운드리뿐 아니라 메모리반도체와 팹리스(반도체설계) 사업까지 모두 하는 종합반도체 회사인 만큼 TSMC처럼 미국 내 파운드리 투자규모를 급격하게 늘리는 선택을 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로이터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장비반입식을 진행하면서 당초 계획보다 3배 이상 늘린 400억 달러로 투자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마크 류 TSMC 최고경영자는 애리조나에 위치한 2개 공장에서 한 해 웨이퍼를 60만 장 생산해 연 매출 100억 달러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2024년 가동되는 TSMC의 1공장은 4나노 공정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고 2026년 가동할 2공장은 3나노 공정 반도체를 생산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이번에 미국 투자규모를 확대함으로써 애플, AMD, 엔비디아 등의 고객들과 협력관계를 공고히 다지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도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린 TSMC의 파운드리 공장 장비 반입식에 참석해 “애플은 TSMC와 협력해 전 세계에 판매하는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다”며 “TSMC가 미국에 더 깊은 뿌리를 내리면서 협력을 더해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TSMC의 매출 기여도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24%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애플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를 넘어 중앙처리장치(CPU)와 모뎀 등까지 내재화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도 TSMC에 위탁하는 반도체 물량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태워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 TSMC보다 한 단계가 낮은 5나노 공정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미중 갈등에 따라 미국 반도체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투자규모를 늘리는 대신 3나노 이하 첨단 공장에서 기술 고도화를 빠르게 진전시켜 고객사를 넓히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3나노 공정 기반의 반도체를 양산하기 시작했고 2024년에는 2나노,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고객사인 퀄컴으로부터 다시 반도체 주문을 받아올 정도로 첨단 공정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퀄컴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공정으로 만든 스냅드래곤8 1세대가 수율 문제 등으로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TSMC로 물량을 전부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퀄컴의 최신 플래그십 AP 스냅드래곤8 2세대 칩의 성능개선 물량 가운데 일부를 삼성전자가 다시 가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3나노 이하 공정에서 TSMC보다 앞선 만큼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를 좁히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9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설명회에서 “4~5나노 공정에서 TSMC와 비교해 뒤쳐졌지만 3나노에서는 앞서나가고 있다”며 “3나노가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결정적 무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인사에서 젊은 기술 분야 인재를 대거 승진시켜 전진배치한 것도 기술 혁신에 대한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3%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2위에 올라 있지만 점유율 16%로 격차가 크다.
다만 미국 투자전문매체 벤징가 등의 보도를 보면 삼성전자는 7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TSMC와 점유율 격차를 크게 좁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전체 점유율 측면에서 TSMC를 빠르게 따라잡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3나노 양산에 새로운 반도체 기술을 적용하는 등 기술적 우위를 통해 고객사들의 신뢰를 높이고 저변을 넓히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