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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워런 버핏에게 투자 지혜 전한 위대한 스승들

이재우 sinemakid222@gmail.com 2022-12-0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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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워런 버핏에게 투자 지혜 전한 위대한 스승들
▲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 출신의 워런 버핏은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버핏은 언제부터 이 별명을 갖게 됐을까? 오마하 월드 헤럴드의 기사(Where did Buffett's 'Oracle of Omaha' nickname start?)에 따르면 1989년 4월 24일 언론에 이런 별명이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당시 버핏(1930년생)은 59세였다. <워런 버핏 페이스북>
[비즈니스포스트] "나는 매일 아침 탭댄스를 추며 출근한다."

92세 청년의 아침은 늘 즐겁다. 유머 감각이 탁월한 이 청년의 머리(뇌)는 출근길에 다리에 재미난 명령을 내린다. "자, 춤 출 준비 됐지? 신나게 탭댄스를 춰보라구. 아니지, 아니지 다리를 좀 더 튕겨야지."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 워런 버핏 얘기다. 필자는 버핏에게 '청년'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그만큼 그는 젊게 산다.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네브라스카주 오마하)를 이끌고 있는 버핏은 왜 탭댄스를 추며 출근한다고 했을까. 여기엔 이유가 있다. 버핏은 오래전인 2000년 3월 버크셔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런 글을 썼다.  

"다른 상장기업(public corporation)에 이런 경영자가 있다는 말을 나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빌 차일드(Bill Child)라는 사람입니다. 그와 같이 동업할 기회를 가져 나는 매일 아침 탭댄스를 추며 출근합니다."

버핏이 언급한 빌 차일드는 RC윌리(RC Willey)라는 가구회사를 경영하던 몰몬교 기업인이다. 버핏은 1995년 RC윌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빌 차일드의 탁월한 사업 마인드에 반했다. 그러면서 함께 일하게 되어 즐겁다며 매일 아침 탭댄스를 춘다고 말했다. 

이후 탭댄스는 '유쾌한 버핏씨'의 상징어가 됐다. 포춘 출신의 작가 캐롤 루미스(Carol Loomis)는 버핏에 대한 책을 내면서 'Tap Dancing to Work'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직장인들이 버핏처럼 유쾌하게 출근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제안한다. 버핏처럼 탭댄스는 추지 못하더라도 모래주머니를 단 듯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은 하지 말자고. 

필자는 가끔 버핏이 마법사가 아닐까 생각했다. 과거 가이 스피어(Guy Spier)라는 월가의 펀드매니저는 버핏의 사무실이 있는 키위트 플라자(Kiewit Plaza)를 '버핏이 마법을 일으키는 건물'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번엔 더 큰 마법을 부리고 있는 걸까. 버핏은 최근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의 주식을 5조원 이상 쓸어담아 이목을 끌었다.

그런 버핏이 사는 동네는 순례지나 다름없다. 버크셔 주주총회 시즌에는 마치 성지(聖地)를 찾아가듯 수만 명의 사람들이 오마하로 모여든다. 그렇기에 이른바 '자본가들을 위한 우드스탁 축제(Woodstock for Capitalists)'라고도 불린다. 

우리는 버핏을 '투자의 귀재', '존경받는 기부자'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뛰어난 경영인이다. 그 이유를 버크셔의 독특한 기업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이렇게 설명한다. 

"버크셔는 극단적일 정도의 분권화(extreme decentralization)로 유명하다. 자회사의 CEO들에게 상당한 자율권이 부여되고 그들은 많은 신뢰를 받는다."

버핏이 직물회사 버크셔를 인수한 건 1965년이다. 그후 버크셔를 지주회사 삼아 현재 62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런 버크셔는 자회사를 인수하더라도 기존의 CEO를 무 자르듯 싹둑 자르는 법이 없다. 경영 간섭도 하지 않는다. 인수한 회사 원소유자의 비전을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게 버핏의 비즈니스 원칙이다. 자회사 CEO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자율성과 신뢰가 우리들의 경영 정신을 자극한다."(오마하 월드 헤럴드) 

그래서일까. 미국 애널리스트들은 버크셔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버핏의 이같은 '자율 경영'을 꼽는다.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워런 버핏에게 투자 지혜 전한 위대한 스승들
▲ 워런 버핏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그래픽)은 정평이 나있다. 버핏의 투자 방향과 투자 철학을 주주들과 공유하는 서한은 예를 들면 '돼지 귀로는 비단 지갑을 만들 수 없다는 걸 배웠다(We learned we could not make a silk purse out of a sow's ear)' 같은 재치있는 경구들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이재우>
잠시 호흡을 가다듬자. 필자의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어느 분야든 거인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위대한 스승을 뒀다는 점이다.

버핏도 그랬다. 그의 진정한 스승은 가치투자(value investing)의 창시자인 벤자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이다. 

버핏은 그레이엄이 쓴 그 유명한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라는 책을 읽고 가치투자의 신봉자가 되었다. 그런 버핏은 "내 투자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이 책을 산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레이엄에게 직접 배우기 위해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 들어가는 열정까지 보였다. 버핏은 심지어 장남(농부 겸 기아 재단 CEO)의 이름에 '그레이엄'을 넣어 하워드 그레이엄 버핏(Howard Graham Buffett)이라고 지었다. 스승에 대한 '극한' 예우였다.

버핏의 스승은 분야를 따지지 않는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야구선수 테드 윌리엄스(Ted Williams: 1918~2002) 역시 버핏의 투자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미국 장외주식시장 나스닥 사이트엔 '워런 버핏이 테드 윌리엄스에게 배운 것(Things That Warren Buffett Learned From Ted Williams)'이라는 글이 있을 정도다.

뭘 배웠다는 걸까. 

야구광인 버핏은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 타자'로 기록된 테드 윌리엄스(보스턴 레드삭스)의 열렬한 팬이었다. 둘은 공교롭게 생일(8월 30일생)도 같다. 버핏은 "(1941년 당시) 테드 윌리엄스가 4할 6리 타율을 칠 때 나도 거기 있었다(I was there when Ted Williams batted .406.)"며 인연을 밝히기도 했다.  

타격 재능이 탁월했던 테드 윌리엄스는 타석에서 허투루 방망이를 휘두르는 법이 없었다. 스트라이크 존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원하는 공이 들어왔을 때 마침내 스윙을 했다.

그가 쓴 '타격의 과학(The Science of Hitting)'이라는 책은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버핏은 테드 윌리엄스에게 배운 교훈(좋은 공을 고르는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테드 윌리엄스는 책에서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투구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내 투자 철학입니다. 모든 공을 휘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주 거품에 휩쓸려 배트를 들이댈 때도 버핏은 테드 윌리엄스가 가르쳐 준 원칙을 고수했다. 그런 버핏은 "나쁜 공(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투자)에는 절대 스윙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버핏은 또 "나는 투수 글러브 안에 있는 공을 휘두른 적이 없다"는 재미있는 말도 했다. 투수 글러브 안의 공을 친다? 예단하지도, 서두르지도 말라는 얘기다. 야구뿐 아니라 비즈니스도 선구안(選球眼)은 필수다. 

필자는 또 제안한다. 버핏처럼 미친 듯(?)이 스승을 찾아보면 어떨까. 동서고금의 인물 그 누구든 상관없다. 법구경은 "나 이외는 모두가 스승"이라고 가르치고 있지 않는가. 

버핏에겐 성공이 아닌 정반대의 교훈을 준 스승도 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반면교사'쯤. 바로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유명한 영국 천재 과학자 아이작 뉴턴(1643~1727)이다. 둘은 또 무슨 관계일까. 

2008년 6월 25일의 일이다. '버핏과의 점심 경매' 행사 자리(뉴욕 맨하튼의 스테이크하우스 '스미스 앤 월렌스키')에서 버핏은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다. "살아 있는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만약 점심을 먹을 수 있다면 누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버핏은 서슴지 않고 "아이작 뉴턴"이라고 답했다. 버핏은 뉴턴을 이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천재라고 봤지만 그런 뉴턴에겐 '흑역사'가 있다. 300년 전 투자 광풍에 휩쓸려 평생 모은 재산을 날려버렸던 일이다.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워런 버핏에게 투자 지혜 전한 위대한 스승들
▲ 워런 버핏(사진 왼쪽)과 여섯 살 위인 위대한 동업자 찰리 멍거(98) 부회장. 50년 비즈니스 파트너인 찰리 멍거 역시 버핏에겐 스승이나 다름없다. 버핏의 아들뻘 친구인 빌 게이츠는 "찰리 멍거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폭넓게 사고하는 사람(Charlie Munger is truly the broadest thinker I have ever encountered)"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글의 패턴을 좀 바꿔보자. 가상 인터뷰다. 필자는 뉴턴을 현대로 소환해 그의 투자 실패담을 들어보기로 한다. 동시에 '뉴턴과 점심을 함께 하고 싶다'는 버핏도 가세한다. 아래 세 사람의 대화 내용은 형식만 가상일 뿐 모두 팩트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미국 타임지 등에서 인용) 

버핏: 존경하는 뉴턴 선생. 이렇게 시공을 초월하여 만나게 되니 너무 반갑습니다.

필자: 난데없이 뉴턴 선생을 불러내 죄송합니다. 선생에겐 아픈 기억이겠지만 현대의 투자자들을 위해 당시 이야기를 좀 해주시지요? 선생의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투자는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습니다.

뉴턴: 당황스럽군요. 부끄러운 행적이기도 하고. 하지만 어쩌겠소, 당신들이 날 불러냈으니.

필자: 영국 유력지 파이낸셜타임스는 300년 전인 1720년의 일을 이렇게 꼬집고 있군요. "당시 뉴턴은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then the madness gripped him) 수학적인 탁월함(과학계의 거인)이나 재정적 경험(30년간 영국 조폐국장 역임)도 뉴턴을 투자의 재앙에서 구하지 못했다."

뉴턴: 당시 나는 77세였소. 식민지 개척과 무역을 위해 설립된 기업이었던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의 주식을 매입했었지요.

버핏: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기사를 읽어봤더니, 선생은 그해 5월까지는 안전한 플레이를 하면서 보유한 주식자산을 매각해 현재 돈의 가치로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했더군요.

뉴턴: 맞소, 그때 손을 뗐어야 했는데. 그 무렵부터 내가 욕심을 부렸소. 가격이 정점이던 6월에 대량으로 주식을 사들였고 여전히 고점 수준이던 8월 중순엔 추가로 매수했지요. 런던의 주식 시장은 그렇게 전례 없는 호황으로 달려가고 있었소. 

버핏: 그랬습니다. 그해 1월 남해회사의 주식 가격은 128파운드였고, 6월에는 1050파운드까지 로켓처럼 치솟았다고 들었습니다. 

뉴턴: 사달은 9월 중순 시작됐어요. 주가가 바닥을 뚫을 정도로 대폭락했지요.

필자: 파이낸셜타임스는 "불행하게도 1720년 가을 거품이 터져 뉴턴의 노후자금을 쓸어가버렸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버핏: 그럼, 뉴턴 선생은 거품 붕괴로 얼마나 손해를 본 겁니까?

필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뉴턴의 계산에 따르면 현재 돈으로 300만 파운드(약 48억 원)가 넘는 손실을 입었다"고 했더군요. 

뉴턴: 그래요. 당시 영국 돈으로 2만 파운드쯤 될 겁니다. 그 트라우마로 이후 나는 누구든지 내 면전에서 '남해(South Sea)'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게 했소.

버핏: 선생은 그러곤 이렇게 한탄하셨지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었지만 사람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었다(I can calculate the motions of the heavenly bodies, but not the madness of people)"고 말입니다.

뉴턴: 주식 시장 역사에서 첫 버블 붕괴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지요. 어리석게도 위대한 과학자라는 나조차 광기에 휩쓸려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잃고 말았다오.

인터뷰에서 빠져 나와 다시 현실. 뉴턴의 사례는 '도마뱀의 뇌(lizard brain)'라는 용어를 연상케 한다. 도마뱀의 뇌는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당대 최고의 투자경제학자로 평가받는 테리 번햄(Terry Burnham)이 정립한 개념으로 '어리석은' 경제학 선택을 하게 만드는 인간의 본능과 생각의 패턴을 지칭한다.

번햄에 따르면 도마뱀의 뇌는 우리의 생각, 결정과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속성이 있다. 그러니 번햄은 "도마뱀의 뇌를 잘 길들여야 하며 족쇄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마뱀의 뇌를 뉴턴에 한번 적용해 보자. 

뉴턴은 어쩌다 그런 지뢰밭에 들어갔을까. 광기를 부채질한 시장이 잘못한 걸까. 아니면 단기 대박을 노리고 시장에 휩쓸린 뉴턴이 어리석은 걸까. 테리 번햄의 주장대로라면 뉴턴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했다. 결정적으로 뉴턴은 도마뱀의 뇌를 길들이지도, 컨트롤하지도 못했다. 

필자: 버핏 회장님, 뉴턴 선생의 '광기'를 반면교사 삼아 마지막 어록을 부탁드립니다.

버핏: 그럽시다. 그냥 귀띔 정도라 생각해 두시오.

92세 현인의 말은 마치 어깨 위에 내려치는 죽비(竹篦) 같았다. 

"어리석은 일에 발을 담그기보다는 '어리석음'에서 이익을 얻어라.(Profit from folly rather than participate in it)" 이재우 재팬올 발행인 
 
이재우 발행인(일본 경제전문 미디어 재팬올)은 일본 경제와 기업인들 스토리를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열성팬으로 '원령공주의 섬' 야쿠시마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부캐로 산과 역사에 대한 글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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