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여성 노동자 4명 가운데 1명은 직장에서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3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10월14~21일 직장인 1천 명(남성 570명·여성 4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 성추행과 성폭행을 경험했는가‘의 문항에 여성의 25.8%, 남성의 10.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 9월20일 역무원 스토킹 피살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한 시민이 여자화장실 입구에 부착된 '여성이 행복한 서울' 프로젝트 푯말에 붙여진 메시지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성추행·성폭력 행위자는 상급자가 45.9%, 임원이 22.5%로 나타났다.
피해를 경험했을 때 대응(중복응답)으로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가 63.1%로 가장 많았다. 피해자 가운데 퇴사를 선택한 비중은 37.8%로 집계됐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대응을 해도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가 52.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4.1%),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15.1%) 등이 뒤를 이었다.
성희롱은 여성의 37.7%, 남성의 22.2%가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성희롱을 당했을 때 대응(중복응답) 또한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65.2%로 가장 많았다. 이어 퇴사(26.6%),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20.3%) 등이 뒤를 이었다.
성희롱 행위자도 상급자가 가장 많았다. 상급자 45.9%, 임원 21.4%, 비슷한 직급의 동료 18.6% 순으로 조사됐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스토킹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전체의 10.9%로 집계됐다.
피해 유형은 일상생활 장소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6.9%), 접근하거나 길을 막아서는 행위(6.4%),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5%) 등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에서 '젠더폭력을 경험한다'는 응답도 많았다.
일상적 젠더폭력으로는 외모 지적이 23.1%로 가장 많았다. 성별 고정관념에 따라 허드렛일 분담을 하는 등의 차별(17.8%)과 원치 않는 구애를 하거나 사귀는 것처럼 소문내는 경우는 각각 11%, 5.4%로 뒤를 이었다.
여수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며 여성가족부를 해체하는 등 역행하고 있다"며 "일선 사업장에서도 젠더폭력을 개인의 일탈이 아닌 조직문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9월 '신당역 여성 역무원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직장 젠더폭력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제보하면 특별대응팀에 배정돼 48시간 안에 답변을 받을 수 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