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1월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재난안전관리체계 점검 및 제도 개선책 논의를 위해 열린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비즈니스포스트] 사과에 인색하던
윤석열 대통령이 달라졌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정부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자 거듭 사과하며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월호 사태 때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윤 대통령도 적절한 시기에 대국민담화에 나서 공식적 사과를 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시간이 지나고 책임의 시간이 돌아왔다"며 "이 모든 참사의 최종 책임자이자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진지하고 엄숙하게 국민 여러분과 희생자들께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대통령이 진정으로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에 공감하고 책임을 느낀다면 격식을 갖춰 제대로 석고대죄, 백배사죄하라"며 "분향소 방문과 종교행사 참여 횟수가 진정한 사과를 대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나흘째 사과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하고 있는 국민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비공개 회의였으나 정부 공식석상에선 첫 사과였다.
이보다 앞서 5일 한국교회 위로예배에서는 "꽃다운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은 영원히 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4일 조계사 위령법회에서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한 것까지 '죄송', '미안' 등 사과의 표현이 들어간 발언을 한 것은 모두 세 차례다.
전날 대통령실 참모들과 회의에서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아프고 무거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자세를 낮춘 것까지 포함하면 나흘 연속으로 사과 발언을 한 낸 셈이다.
그동안 사과에 인색하던 윤 대통령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의 부실·늑장 대응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정부책임론이 커지자 윤 대통령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이전과 달리 연일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해석이 떠오른다.
윤 대통령은 해외순방 중 비속어 발언 논란에 일절 사과하지 않았다. 이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 시정연설에 아예 불참하는 데 빌미를 주기도 했다.
8월 수도권 집중호우 사태 땐 대응 논란이 일어나자 윤 대통령은 뒤늦게 "국민께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를 두고 "굳이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과라는 해석에 거리를 뒀다.
거슬러 올라가 대선 후보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일자 "비판을 수용하며 유감이다"고 말했다. 이후 페이스북에 "송구하다"는 글을 올리긴 했으나 곧이어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려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공식 사과와 더불어 전면적 국정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외신 기자회견에서 농담을 해 물의를 일으킨
한덕수 국무총리를 경질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파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민의힘 일부에선 경찰과 소방청으로 꼬리를 자르려고 하는데 이건 아니다"며 "총리 포함해서 내각 그리고 대통령 (비서)실장 포함해서 대통령실 이렇게 (총사퇴)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용납하겠나"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공식사과를 할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사과를 하더라도 조사 결과를 토대로 후속조치를 함께 내야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태 때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참사 2주 만에 국무회의에서 처음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가 야권이 반발하자 그로부터 2주 뒤 대국민담화 자리를 따로 마련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이와 함께 해경 해체를 비롯해 정부조직 개편, 사회 부조리 척결을 위한 각종 개혁 조치 방안 등을 내놨다.
이태원참사에 따른 여론이 안좋아지고 있는 점은 윤 대통령이 대국민사과 시점을 고민할 부분으로 읽힌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정수행 지지율 일간지표에서 긍정평가가 1일 35.7%에서 2일 34.9%, 3일 32.9%, 4일 32.5%로 하락세를 보인 반면 부정평가는 1일 61.6%에서 2일 62.0%, 3일 63.3%, 4일 63.6%로 상승했다.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선 전주 30%대를 회복했던 윤 대통령 지지율이 이태원 참사 이후 한 주만에 20%대로 내려왔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