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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브라질 3선 대통령으로 돌아온 좌파 룰라, 실용 더 강화하나

임도영 기자 doyoung@businesspost.co.kr 2022-10-31 15: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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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브라질 3선 대통령으로 돌아온 좌파 룰라, 실용 더 강화하나
▲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당선인(가운데)이 30일 현지시간 상파울루에서 지지자 환호에 손을 들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루이스 이나시우 룰다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이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초접전 끝에 승리해 브라질 역사상 최초 3선 대통령이 됐다.

룰라 당선인은 지난 2000년대 브라질 대통령을 연임하며 사회 불평등 해소에 초점을 맞춘 전형적 좌파와 달리 실용 노선을 채택해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는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브라질 최고선거법원은 30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 개표가 98.91% 진행된 후 “룰라 후보가 당선인으로 확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룰라 당선인은 이날 투표에서 개표율 99.49% 기준 50.87%의 득표율을 얻어 49.13%를 득표한 자유당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초박빙 대결 끝에 따돌리고 승리했다.

룰라 당선인은 이번 승리로 브라질 사상 첫 3선에 성공해 12년 만에 대통령으로 복귀하게 됐다. 그는 2003~2010년 대통령을 연임하며 브라질을 이끌었다. 첫번째 임기 중인 2005년 한국을 국빈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적도 있다.

룰라 당선인은 ‘남미 좌파 대부’로도 통한다. 구두닦이 출신으로 노동운동을 거쳐 대통령 신화를 썼다.

그는 1945년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쿠주에서 가난한 농부의 7번째 자식으로 태어나 7세부터 땅콩 장사와 구두닦이로 가족의 생계를 도왔다.

이후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14세 때부터 상파울루 인근 상베르나르두두캄푸 지역 금속업체에서 일했다. 이 때 사고로 왼쪽 새끼손가락 일부를 잃기도 했다.

룰라 당선인은 공장 동료였던 첫 부인을 산업재해성 질병으로 잃자 본격적으로 노조 활동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의 부인은 임신한 상태였지만 가난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룰라 당선인은 금속노조 위원장에 올랐고 상파울루시 인근 3개 지역 노조가 참여한 브라질 사상 최대 규모 파업을 주도하면서 전국적 지명도를 얻었다.

1980년 초 브라질노동자당(PT)을 창당해 브라질 군정 종식 이듬해인 1986년에 하원의원이 됐다. 이후 1989년, 1994년, 1998년 3차례 대선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룰라 당선인은 이에 2002년 대선에서 기업인 출신 조카를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로 내세워 ‘강성 좌파’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등 절치부심하며 61.3%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어 2006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브라질은 급진 좌파인 룰라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자 국가 부도사태를 맞게 될 것이란 일각의 경고와는 달리 ‘균형의 정치’를 보여주며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잘 잡아갔다.

룰라 정부는 민간 기업과 글로벌 자본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경제성장을 도모했고 국제 금융계에 널리 알려진 야당 의원 헨리크 메이렐레스를 중앙은행장에 앉히는 등 통합 행보를 보였다.

브라질은 룰라 대통령 재임 기간 경제성장률이 2.7% 수준에서 7.5%까지 성장했고 경제규모는 세계 12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경제 성장과 함께 적극적 분배 정책으로 광범위한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구축해 브라질 중산층을 크게 늘리기도 했다. 저소득층 가정에 생계비와 교육비를 지급하는 ‘가족수당(Bolsa Família)’ 정책이 대표적이다. 룰라 정부는 경제 성장에 맞춰 가족수당 지급액을 꾸준히 늘리며 수혜 범위를 계속 확대했다.

브라질의 빈곤층 비율은 룰라 당선인 집권 전인 2000년 35% 수준에서 2번째 임기 후반인 2009년 22.6%로 줄었고 중산층 인구 비율은 42% 수준에서 53%까지 늘었다.

룰라 정부는 집권 마지막 해인 2010년 지지율이 87%에 이르기도 했다.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룰라 당선인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인기 많은 대통령”이라며 “내 우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룰라 정부의 성공 신화는 측근들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비리로 흠집이 났다.

룰라 당선인 본인도 뇌물수수·돈세탁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아 2018년 4월 수감됐다. 룰라 당선인은 브라질 대법원이 2021년 3월 선고 무효 판결을 내놓으면서 정치에 복귀할 수 있었다.

룰라 당선인이 3번째 집권에 성공하면서 부활의 서사를 그려냈지만 룰라 정부가 과거 성공 신화를 재현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미세한 표차로 당선된 룰라 당선인은 브라질 사회의 극단적 좌우분열 속에서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에서 군사독재가 끝나고 치러진 1989년 대선 이후 가장 작은 표차로 당선된 것이기 때문이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룰라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되자 브라질 상파울루의 티볼리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승리는 나 혹은 노동자당, 나를 지지했던 당들의 승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룰라 당선인은 향후 집권 기간 동안 중도파와 대선 1차 투표에서 자신에게 투표한 우파 관계자를 포용하고 싶다면서 초당적 정치를 약속했다. 

룰라 당선인은 “두 개의 브라질은 없다, 증오로 물든 시간에서 벗어나야한다”며 국민들에게 분열을 극복하고 화합할 것을 호소했다.

원자재 부국 브라질이 2004년부터 2012년까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경제적 호황을 누렸던 룰라 정부 1기 때와 달리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브라질이 남미 경제를 이끄는 중심국임에도 대두, 철광석, 석유, 사탕수수당 등 원자재 판매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브라질의 무역 체질을 바꾸는 것이 앞으로의 주요 과제로 여겨진다. 임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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