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한국 주요 기업에 미칠 정책적 영향에도 변수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의회 의사당.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와 배터리 3사 등 한국 주요 기업이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미래 사업 계획과 실적에 큰 변수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한국 기업들이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간선거 이후 정책 추진 동력에 더 힘이 실리거나 완전히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CNN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8일 중간선거 이후 국정 운영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초반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면서 여당인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를 이끌기 역부족일 것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CNN은 “미국 중간선거의 승기가 민주당의 손을 점점 벗어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앞으로 2년 임기 동안 의회와 충돌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중간선거는 상원과 하원의원, 주지사 등을 선출하는 중요한 선거다. 정부와 대통령의 정책을 평가하는 ‘중간고사’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갤럽뉴스에 따르면 10월3일~20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0%에 그쳤다. 1년 전 지지율이 60%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중간선거 결과에 바이든 정부를 향한 유권자들의 부정적 평가가 온전히 반영된다면 현재 여당이 우세하던 상원 및 하원의회 주도권은 자연히 야당인 공화당 쪽으로 넘어가게 될 공산이 크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앞세우고 있던 여러 정책의 추진 동력을 약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여당의 지원으로 무리하게 추진해 온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공화당의 반대가 거셌던 만큼 정책 시행 과정에서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미래 사업 계획이 달려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와 기아,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3사도 영향권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보조금을 노리고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에 시설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한국 반도체기업의 미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반도체 시설 투자를 벌이기 어렵도록 하는 수출규제 조치도 도입했다.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승리해 바이든 정부가 이런 정책을 더욱 강화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장기 투자 계획과 실적에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공화당이 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해 바이든 대통령을 견제한다면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기업을 압박하는 기조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에 적극적으로 로비를 진행해 온 인텔과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기 유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도 중간선거 뒤에 달라질 수 있다.
결국 한국 최대 산업인 반도체 분야에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큰 변수인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사업은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다.
해당 법안은 미국에서 최종적으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대차와 기아가 최소 수 년 뒤까지 지원을 받지 못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과 한국 정부가 나서 바이든 정부에 정책 시행 시기를 늦추는 등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이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의회에서 영향력을 키우게 된다면 바이든 정부의 방향과 반대로 한국산 전기차에도 보조금 지급을 추진하는 내용의 법안 도입 등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현대차 협력사에서 발생한 노동법 위반 문제 등을 빌미로 현대차가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는 일을 반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의회에서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 자연히 노조의 목소리도 힘을 잃으면서 현대차가 반사이익을 노릴 수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전기차 배터리업체가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차 활성화 정책에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GM과 포드 등 바이든 정부에 적극적으로 로비를 진행해 온 자동차기업들이 한국 배터리업체를 주요 협력사로 두고 여러 곳의 합작공장을 공동건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간선거 이후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정책 추진 속도가 늦어진다면 공장 투자 속도가 이전보다 늦춰지거나 신규 공장 건설 필요성이 낮아지는 등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다수의 한국 기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분명하지만 결과에 따른 영향은 이처럼 업종별 또는 기업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에서 경기침체 발생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점은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의 중간선거에 가장 큰 악재로 남아 있다.
바이든 정부와 여당은 이에 대응해 한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의 미국 내 직접투자가 이미 1천억 달러를 넘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워 선거운동에 활용하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면 우호적 여론을 얻는 데 기여한 한국 기업들이 정책적 수혜를 받아 오히려 긍정적 결과를 안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이유다.
미국 정부 정책에 미래 사업 계획과 성과가 걸려 있는 다수의 한국 기업들이 이런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대비하며 촉각을 기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민주당은 중간선거에 다급함을 느끼고 ‘최강의 무기’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연설마저 꺼내들고 있다”며 “그러나 선거 승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