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하 SK 대표이사 C&C 사업부문 사장이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라 사회적 논란이 커지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박성하 SK 대표이사 C&C사업부문 사장이 경기도 성남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서비스 중단과 관련해 사회적 논란이 커지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SKC&C는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에 전사 인력이 총동원돼 온 힘을 다해 대응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데이터센터를 관리하는 주체로서 '국가적' 사태에 큰 책임을 질 수밖에 없게 됐다.
17일 IT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SK를 향한 연대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가 취약 지점에 가해진 방화가 아님에도 내부 서버 전원을 모두 차단해야 했던 것에 비춰볼 때 데이터센터 설계단계부터 화재에 취약한 구조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 위원들도 이 점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현장을 둘러 본 뒤 비상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원시적 사고'라고 바라보기도 했다.
국회는 이번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에 중요성을 고려해 SK의 박 사장을 비롯한 카카오와 네이버 전문경영인뿐 아니라 재발 방지 등 근본 대책을 위해 총수인 최채원 SK그룹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 사장으로서는 그룹 총수
최태원 회장까지 소환되는 상황에서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SKC&C는 이번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총력 대응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사장도 사과문을 내고 "국민의 불편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SKC&C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직원들이 참여해 이번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의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며 “최초 발화직후 1시간 동안 비상전력을 통해 데이터의 원활한 이동을 구현하고자 했으나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소방당국과 협의 하에 전체 전원을 내려야 해 카카오 등 서비스 제공에 지연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2014년 4월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와 비교해 온 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의 장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훨씬 커지고 있다.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의 경우 삼성카드와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의 서비스 장애 발생에 국한됐던 반면 SK 데이터센터 화재는 전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와 카카오 연동서비스, 네이버 서비스의 장애를 불러 일으켰다.
삼성SDS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와 함께 비교되는 2018년 11월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도 인근지역의 통신망이 90분 가량 마비되는데 그쳤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무게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큰 것으로 평가된다.
카카오는 이번 화재사태를 놓고 고객들에 대해 피해배상을 한 뒤 SKC&C와 손해규모를 산정해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8년 전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 때에도 삼성SDS는 고객사인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에서 수백억 원의 구상권 청구를 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번 SKC&C 데이터센터에는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와 비교해 훨씬 규모가 큰 약 3만2천대의 서버가 있어 고객사들의 구상권 행사범위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 SKC&C 데이터센터 사태를 중대하게 여기고 주목하고 있는 만큼 박 사장으로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SKC&C 데이터센터가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통신망이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 국가 기반 통신망과 다름없다며 제도적으로 국가가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판교 데이터 센터 화재 사고의 파급력이 워낙 컸던 만큼 SK그룹이 법률적 책임을 떠나 우선 도의적 책임을 국회 등에서 추궁당할 공산이 커 보인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그동안 앞장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던 터라 SK그룹 내 박 사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박 사장은
최태원 화장이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업무방식의 혁신을 주문한 ‘딥체인지’를 실현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에 힘을 줘 왔다.
박 사장은 SK그룹에서 전략기획과 투자관련 업무를 맡으며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1993년 SK텔레콤에 입사한 박 사장은 SK텔레콤에서 C&I 전략담당 상무, 사업개발전략본부장 상무로 일했고 SK로 자리를 옮겨 정보통신담당 상무, SKC&C 기획본부장 상무, SK 포트폴리오관리부문장 전무를 지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전략지원팀장 부사장을 맡다가 2020년 SK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돼 SK의 C&C사업부문을 책임졌다.
박 사장은 특히 SK그룹의 디지털화를 책임지기도 했던 만큼 첨단기술과 관련된 새로운 사업을 찾아내는데도 특별한 시각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의 공로가 빛이 바래게 된 상황에 놓였다.
더욱이 박 사장은 2020년부터 SK 대표이사에 올라 3년 임기도 끝나가고 있는 시점인 만큼 더욱 곤혹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