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가장 오른쪽)이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 관계자들과 함께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비즈니스포스트]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동조합(노조)을 상대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차 파업 당시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을 돕기 위한 성금이 노란 봉투에 담겨 전달된 것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지난 19·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정의당은 당내 혼란과 낮은 지지율로 정의당이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위원장이 정기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면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으로서 정의당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위원장은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대한민국에서는 손배(손해배상) 가압류가 모든 노동쟁의 뒤 따라 붙는 루틴(일상)이 되고 말았다”며 “이제 이 비극을 끝내기 위해 ‘노란봉투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기업이 노조에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는 것이 노동쟁의 활동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최근 노동 현장의 손배소는 하청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하청업체에 노조가 생기면 싹을 자르기 위해 원청 기업 측이 손배소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노란봉투법’은 폭력이나 파괴로 직접 입은 손해를 제외하고는 단체교섭,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관해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게 손해배상 또는 가압류를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또 노동쟁의 행위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그로 인해 노조의 존립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내용도 담겼다.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가 노사합의로 해결됐지만 사측이 노조원들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노란봉투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자는 뜻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에게 47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이 무엇을 의미하겠나”라며 “사실상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하청 노동조합에게 470억 원은 노동조합의 존속을 위협하고 개인에 대한 손배소는 삶 그 자체의 파괴를 뜻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이번 법안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 46명도 참여해 모두 56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입법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민생입법 과제 가운데 하나로 노란봉투법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입법과정에서 재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을 만나 재계의 뜻을 전달했다.
손 회장은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우리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오히려 불법 행위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인 사용자에게만 피해를 감내하도록 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해 경제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불법파업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손해는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며 "불법 행위까지 면책이 돼 회사가 도산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럼에도 이 위원장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의당의 최우선 입법과제가 노란봉투법이라며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 백브리핑에서 여당과 기업들의 반대가 심한데 합의로 국회통과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노란봉투법에도 불법행위에 대한 것은 손배를 청구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모든 정당 의원들이 노란봉투법을 공동 발의한 만큼 올 겨울에 꼭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란봉투법 통과에 성공한다면 최근 들어 크게 후퇴하고 있는 정의당의 위상을 되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쌍용자동차 노동자,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 등도 이 위원장과 함께 참석해 힘을 보탰다.
쌍용자동차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이 가치 있게 평가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법률이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