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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뒤 "이번에 금리를 내려 실효 하한선에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총재와 일문일답 내용이다.
- 올해 1분기 경제지표가 나빴는데도 그동안 금리를 내리지 않은 이유는?
“5월 내수지표의 회복세가 4월보다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4~5월을 보면 2분기 내수는 1분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현재 2.9%로 전망하고 있는데 여기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하반기다. 글로벌 교역이 예상보다 훨씬 부진하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그에 따른 하방 위험성도 클 것으로 판단된다. 6월까지 살펴보면 국내외 상황이 많이 변한 만큼 금융통화위원들이 이것들을 고려해 지금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 그동안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조건으로 재정정책과 구조개편의 병행을 들었다.
“지금의 저성장 추세는 구조적인 요인에 상당히 영향을 받는 만큼 구조개편도 함께 가야 한다. 통화정책만 시행하면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에 예산을 조기 집행하면서 재정정책이 경제성장률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 그러나 조기 집행의 폭이 상당해 하반기에는 재정이 오히려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과 구조개편이 같이 가야 하는 만큼 이러한 정황을 고려해 6월에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하는가?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는 정부에서 판단한다. 정부도 재정정책이 경제성장에 미칠 영향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통화정책만으로 지금의 저성장과 성장잠재력 악화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 기준금리를 앞으로 더 내릴 여력이 있나?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국가인 만큼 자본유출 위험이나 국가신용등급을 고려하면 주요 선진국보다 금리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준금리를 어느 선까지 내릴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에 금리를 내려 실효 하한선에 가까워진 것은 맞다.”
- 정부가 8일 기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는데 기준금리 인하에 영향을 미쳤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점은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과 전혀 관련이 없다. 금리를 결정할 때는 물가를 포함한 거시경제안정과 금융안정을 목표로 하며 기업 구조조정을 직접 고려하지 않는다. 다만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비·고용·투자에 미칠 영향은 고려하고 있다.”
-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관련해 한국은행이 상황에 따라 수출입은행에 직접 출자하기로 했는데?
“금융시스템의 위험이 커지면 한국은행이 수출입은행에 직접 출자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의 주요 책무는 금융안정이며 이 책무를 감당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수출입은행에 대한 출자 여부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할 것이다. 이번 발표를 보면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재정에서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정부가 분명하게 밝혔다. 진정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 기준금리 인하로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도 커졌다.
“기준금리를 내릴 때 가계부채 증가와 자본유출 위험이라는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가계부채는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대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자본유출의 가능성도 늘 걱정하고 있지만 경제기초여건, 국내 은행의 외환건전성,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통화완화정책 등을 고려하면 금리를 내려도 자본이 급속하게 유출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 가계부채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가계부채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가계대출을 보면 은행보다 비은행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비은행권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면서 증가세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 글로벌 경제 상황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미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의 경기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3년 동안 대규모의 통화확장정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계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그나마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전체를 견인할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미국은 언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다소 늦어진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미국의 5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매우 부진했다. 그러나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은 이번 고용지표 부진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전망도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 종합해보면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그렇게 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브렉시트 가능성이 유럽연합 잔류 가능성보다 크지 않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실현된다면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영국이 유럽연합에 남을 것으로 금융시장이 예상해 가격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충격도 클 것이다. 다만 브렉시트는 장기적으로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일시적으로는 금융시장에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도 브렉시트에 다각적인 대비를 하고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 원화-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중국 상하이에도 생긴다.
“상하이에 원화-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생기면 해외에서도 현지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이 원화를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를 높이는 데 첫발을 내딛는 셈이다. 국내 기업이 중국과 거래할 때도 원화결제를 할 수 있어 환율 위험이 줄어들고 환전수수료도 절감하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