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07-17 14: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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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의 글로벌 반도체 왕좌(영업이익 기준)가 대만 TSMC에 위협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인텔과 반도체 1등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는데 반도체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커졌다.
▲ 삼성전자가 2022년 반도체 영업이익 1등을 TSMC에 내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7일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기업별로 상반기 실적까지 나온 시점에서 2022년 반도체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낼 기업은 TSMC가 유력해졌다.
삼성전자는 아직 2분기 부문별 실적을 발표하지 않아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올해 상반기 반도체에서 매출 56조9천억 원, 영업이익 18조5천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와 달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만 하는 TSMC는 상반기 매출 44조8328억 원, 영업이익 22조1500억 원을 거뒀다. 상반기의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TSMC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것은 확실시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섹터 영업이익 1위는 그동안 인텔과 삼성전자가 번갈아 차지해왔던 불가침의 영역이었다”며 “그러나 올해는 TSMC가 두 회사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반도체 영업이익 1위 기업에 등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반도체부문에서 약 29조2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인텔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는데 1년 만에 왕좌를 내어주게 된 셈이다.
이는 그동안 인텔과 삼성전자로 대표되던 반도체업계의 지형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자신들만의 반도체 왕국을 건설했고 두 기업 모두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두 담당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성장하며 오랫동안 글로벌 반도체업계를 장악했다.
하지만 인텔은 AMD에,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에 추격당하면서 마진을 더 많이 남기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고 2021년 기준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9.2%, 인텔의 영업이익률은 24.63%까지 떨어졌다.
반면 파운드리에서 사실상 독점체제를 유지해온 TSMC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40.9%였고 2022년 2분기에는 49.1%까지 상승했다. 같은 반도체기업임에도 영업이익률은 20%포인트까지 차이나는 것이다.
이처럼 압도적인 영업이익률은 TSMC가 매출에서는 삼성전자와 인텔에 못 미쳐도 당분간 영업이익 1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왕좌를 탈환할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시장이 미래에 큰 폭의 성장을 할 반도체분야이며 높은 마진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오래 전부터 파악해 경쟁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부를 만든 지 5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글로벌 시장점유율 16.3%로 TSMC(점유율 53.6%)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내부. <삼성전자>
최근에는 긍정적인 소식들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신 3나노 공정을 6월30일 선두업체인 TSMC보다 앞서 상용화하며 기술격차를 줄였고 올해 초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 비율)이 문제가 됐던 4나노 공정도 7월 기준 50%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4나노 수율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으며 올해 4분기 말에는 5나노 수준까지 수율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2023년에는 다수의 고객들에게 4나노 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되며 수익성도 함께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 고객사 이탈을 걱정하는 것과 달리 퀄컴과 엔디비아 등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들이 여전히 공급망 다각화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지속되고 있고 대만과 중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입장에서도 TSMC에만 의존하는 것은 리스크가 커지는 일이다.
또 가격협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삼성전자가 TSMC와 경쟁하는 구도는 팹리스도 원하는 그림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부문은 2021년 약 144억 달러(약 19조 원)의 매출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메모리사업과 비교하면 작은 규모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향후 5년 동안 파운드리 수주 잔고가 2021년 매출의 8배 수준이라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지속적인 매출 성장은 확실시되고 있다.
노근창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25조 원 매출 시대를 열 것”이라며 “향후 5년 내에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의 확실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며 이를 통해 변동성이 큰 삼성전자의 반도체 단점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