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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해양 4조5천억 쓰고도 법정관리, 누가 책임지나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6-05-25 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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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에 4조5천억 원을 투입했으나 STX조선해양을 살려내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산업은행과 STX조선해양이 발표한 경영정상화 방안도 약효를 내지 못했다. 업황부진이 결정적 이유지만 애초부터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은 기업을 무리하게 끌고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산업은행 “조선 불황 원인”

25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무역보험공사는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STX조선해양 처리방안과 관련해 채권단 실무자회의를 열고 STX조선해양을 법원의 손에 맡기기로 합의했다.

  STX조선해양 4조5천억 쓰고도 법정관리, 누가 책임지나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은 최근 STX조선해양 재실사를 마무리했는데 그 결과 STX조선해양은 5월 말 만기도래하는 결제자금을 막지 못해 부도가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신규자금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실익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내년까지 수주가 남아있는 선박을 정상적으로 건조해 인도하더라도 7천억~1조2천억 원의 자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선주사가 손해배상 청구 관련 가압류와 국내 집행을 추진함에 따라 공정중단 가능성도 있다”며 “신규수주가 없고 건조물량이 급격히 감소하면 부족자금 규모가 늘어나 정상 건조가 불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올해 들어 수주실적이 없는 등 업황이 부진한 것이 법정관리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 이유로 꼽혔다. 산업은행은 조선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건조 취소에 따른 우발채무가 발생해 자율협약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자율협약 개시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신규수주가 크게 감소했다”며 “전례없는 업황 악화로 현재 경영위기를 해소할 신규수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법정관리가 결정되면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회사의 정상가동을 위해 현재 건조 중인 52척을 정상적으로 건조하는 것을 최우선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정율이 높아 인도가 임박한 선박부터 집중적으로 건조해 인도할 계획을 세웠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의 생존을 위해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고정비 절감을 통해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STX조선해양이 국내 조선업 구조재편 과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맡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정관리로 생존기반을 확보하고 정상가동이 가능한 경우 국내 조선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재편 과정에서 블록공장 전환 등 별도 활용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STX조선해양, 왜 법정관리로 내몰렸나

STX조선해양은 2008년 연간 수주실적 259만1천 톤으로 세계 3위에 올랐다. 전통의 조선 3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조선4사로까지 꼽히기도 했다.

  STX조선해양 4조5천억 쓰고도 법정관리, 누가 책임지나  
▲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
하지만 STX조선해양은 외형에 비해 내실이 탄탄하지 못했다. STX조선해양은 기술력이 부족해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보다 벌크선 등 중대형 범용선박 위주로 수주잔고를 쌓았다. 몸집을 키우기 위해 무리한 저가수주도 마다하지 않았다.

STX조선해양이 체급을 넘나드는 경쟁을 주도하면서 조선업계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금융위기 이후 발주가 끊긴 상황에서 2009년 6월 STX조선해양이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상선 수주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STX조선해양은 탱커 8척을 3억4천만 달러에 수주했는데 척당 20%가량 낮은 가격이었다.

결국 STX조선해양은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2013년 4월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당시 일부 채권단은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자율협약을 반대했으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도로 자율협약이 개시됐다.

STX조선해양은 1조3천억 원의 출자전환과 3조2천억 원의 자금지원 등 채권단이 모두 4조5천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STX조선해양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TX조선해양은 2013년 순손실 4조 원을 내며 자본잠식에 빠졌고 2014년 4월 상장폐지됐다.

STX조선해양은 자율협약 기간에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영업손실만 2014년 3137억 원, 2015년 2108억 원을 냈다.

지난해 12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STX조선해양은 진해조선소 선박건조장을 5개에서 2개로 줄이고 인력을 30% 감축해 중소형 조선사로 몸집을 줄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STX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을 거부하고 채권단에서 빠져나왔다. 추가지원이 자본 건전성을 해치는 데다 추가지원으로 STX조선해양 회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특수은행인 NH농협은행만 채권단에 남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여러 차례 STX조선해양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수조 원을 쏟아부은 채권단이 조선업 불황에 따른 수주부진만을 법정관리 원인으로 내세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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