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진 지놈앤컴퍼니 대표이사가 4일 경기도 판교 지놈앤컴퍼니 본사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 |
[비즈니스포스트] “회사는 빠르게 성장해왔는데 그 주역인 구성원들은 지쳐 있다. 투자자들도 우리 회사를 응원하지만 정작 회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그런 부분을 되돌아보고 솔직해져야 한다.”
4일 경기도 판교 지놈앤컴퍼니 본사에서 만난 서영진 대표는 급속도로 성장해온 회사를 어떻게 반석 위에 올릴지 고민하고 있었다.
답은 간단했다. 소통이었다. 하지만 소통은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했다. 경영진이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고 지놈앤컴퍼니가 파트너사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미래로 가는 길은 저절로 열릴 것이었다.
서 대표는 지놈앤컴퍼니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으로 일하다 올해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배지수 최고경영자(CEO), 박한수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3인 공동대표체제의 한 축을 맡았다. 신약개발, 화장품사업 등을 포함한 국내사업 및 내부 조직관리가 그가 이끌게 된 분야다.
서 대표는 1980년 2월15일 태어나 올해로 43세다. 제약바이오업계 대표 가운데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뒤 한국국제협력단,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 제약사 PH파마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지놈앤컴퍼니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미생물) 개발기업이다. ‘젊은 피’ 서 대표가 이끌어갈 지놈앤컴퍼니는 어떤 모습일까.
다음은 서 대표와 일문일답이다.
- 지놈앤컴퍼니가 대표의 역할을 나누게 된 이유는?
“신약개발, 마이크로바이옴 위탁개발생산(CDMO), 화장품사업 등 여러 사업을 하다 보니 대표 한 명이 모든 걸 컨트롤하기 어려웠다. 2018년 처음 지놈앤컴퍼니에 합류할 당시에는 직원이 20명대였는데 지금은 100명 규모로 4배 가까이 커졌다.
조직 관점에서 보면 당시에는 팀이 4개밖에 없었는데 현재는 30개에 이른다. 또 이전에는 조직을 연구소와 그 외 조직으로만 구분했는데 지금은 연구소만 해도 마이크로바이옴연구소, 신약연구소 등으로 나뉘었고 커뮤니케이션그룹, 경영그룹 등이 만들어졌다. 조직만 보면 대기업과 유사한 수준이다.
회사가 너무 커지다 보니 기존보다 각자의 역할을 전문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
- 신임 대표로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지.
“배지수 대표가 집중하는 글로벌 신사업이나 박한수 대표의 연구개발이 고도화할 수 있도록 판을 정리하는 것이다.
먼저 다양한 사업군을 안정화해서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안정화는 있을 사람들이 있고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사업군마다 안정감 있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서포트한다는 뜻이다.
안정화가 이뤄진 뒤에는 고도화를 추진할 것이다. 고도화는 더 좋은 사람들이 들어와 남들이 안 했던 것을 해서 성취를 거두고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고도화는 안정된 사업구조에서 달성할 수 있다.
투명성, 진정성 제고도 중요하다. 직원, 투자자, 파트너사에게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어떤 목적을 세웠는지, 어떤 협조가 필요한지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도움이나 유기적인 협업을 이끌어내는 부분이 필요하다.
먼저 직원들과 회사의 상황을 공유하고 어떤 계획을 통해 어떻게 나갈 것인지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겠다. 대표적인 사례로 2년 전부터 직원들과 매달 1번씩 ‘해피아워’라는 소통 모임을 열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표와 직원의 간담회를 정례화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와 관계에서는 회사 현황과 비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협조와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강화하겠다. 해외 투자자와도 만나고 회사를 소개함으로써 협업의 범위를 넓힐 것이다.
파트너사와는 이미 손색없이 협업을 잘하고 있어 앞으로도 국내외 다른 제약사에 ‘일하기 좋은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 이런 사례들을 하나씩 실천하면서 지놈앤컴퍼니가 투명한 회사라는 걸 업계에 각인시키겠다.”
-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표라는 중책을 짊어졌다. 부담스럽지 않은지.
“당연히 부담스럽다. 자다가도 가끔씩 깬다. 다른 회사에 있었다면 손사례쳤겠지만 배지수 대표와 박한수 대표가 (대표 직책을) 권유했을 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놈앤컴퍼니 구성원이 25명에서 100명이 될 때까지 함께 했다. 회사에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 회사가 더 잘 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
- 2018년 지놈앤컴퍼니에 합류한 계기가 궁금하다.
“2015~2017년 베인앤컴퍼니 서울지점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며 여러 대기업의 제약바이오 신사업 전략 수립에 관여했다. 해외 바이오기업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많이 조사했는데 앞으로 제약바이오업계가 커질 것 같았다.
그러다 PH파마의 지인에게 연락이 와 같이 일하게 됐다. 처음 제약바이오업계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그때 컨설턴트 경력을 살려 임상, 사업개발, 기업활동(IR), 재무 등 여러 분야를 섭렵했다. 베인앤컴퍼니에서 배웠던 전략적인 부분을 실제 제약바이오사업 운영에 매칭한 셈이다.
이후 베인앤컴퍼니 선후배 사이였던 배지수 대표에게 우리 회사에서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내 일을 좀 더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욕심과 기대감에 지놈앤컴퍼니로 자리를 옮겼다.”
- 현재까지 지놈앤컴퍼니에서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2019년 말 독일 머크·화이자와 항암제 후보물질 GEN-001의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던 일이다. 2018년 6월 갓 입사한 뒤 1년 반 정도를 많이 노력했다. 당시 한 달에 3번 정도를 해외에 출장갔던 것 같다.
초창기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회사로서 계약을 맺는 데 어려운 점이 많았다. 다행이 좋은 인력들이 있어 독일 머크·화이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었다.
공동연구개발 계약은 나중에 우리 회사의 상장이나 글로벌 사업에도 밑거름이 됐다. 아시아권 마이크로바이옴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협업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신뢰를 얻었다.”
- 지놈앤컴퍼니는 연구개발만 하지 않고 마이크로바이옴 생산시설을 확보함으로써 ‘완전통합형 제약바이오기업’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전략을 구상한 이유는.
"제약사는 궁극적으로 완제품을 만들어서 상업화를 해야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간다. 그래서 우리가 개발한 걸 우리가 생산해서 환자에게 공급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또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은 특성상 아직 항체의약품이나 화학의약품처럼 생산공정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독자적으로 전용 시설을 갖추는 경우가 많다.
다만 전용 시설을 갖추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위탁개발생산 쪽에 진출해 의약품 생산 내재화 및 위탁개발생산 신사업이라는 2가지 목적을 충족하는 방식을 택했다.
의약품 연구개발과 생산은 업이 다른데 앞서 미국 위탁개발생산기업 리스트랩을 인수하면서 이종산업에 빨리 진입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건강기능식품 등에 쓰이는) 유산균 생산과 기준 같은 것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놈앤컴퍼니는 직접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상업생산 교두보를 구축해 미래를 준비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지놈앤컴퍼니 구성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무리 좋은 직원, 좋은 회사라도 서로 신뢰관계가 없으면 따로 놀게 되거나 시너지가 안 난다. 탑을 쌓는데 돌이 중요하지만 돌만 있으면 탑을 쌓다 무너지기 마련이다. 돌 사이를 메우는 시멘트가 있어야 탑을 높게 쌓아올릴 수 있다. 그게 신뢰다.
그동안 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했고 호흡해왔기 때문에 갑자기 뭐가 바뀌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우리가 해온 일을 되돌아보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을 같이 고민해보자. 대표 임기 내내 꾸준하게 동참하도록 요청하겠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