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와 윤 당선인 사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부터 인사권 행사, 사법개혁 공약 등 잡음이 지속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5일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사이 직접 충돌까지 일어나며 ‘화합의 취임식’으로 새 정부를 시작하겠다는 준비위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만약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사이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두 사람의 회동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선 이후 처음 만나는 자리가 대통령 취임식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약식으로 치른 문 대통령 취임식에 구속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던 것을 제외하면 직선제 이후 역대 대통령 취임식에는 모두 전임자가 참석했다.
갈등 끝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취임식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는다면 통합과 화합의 취임식을 열겠다는 윤 당선인 측의 취지는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대통령선거 이튿날인 10일부터 18일, 24일까지 총 세 차례 회동을 제안했으나 양측 실무협의가 되지 않아 번번이 미뤄졌다.
문 대통령은 24일 오전 참모회의에서 참석해 윤 당선인을 향해 협상과 조건이 필요하지 않다며 직접 만남을 결심해 달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김은혜 대변인을 통해 유감스럽다는 뜻을 나타내며 문 대통령이 바라보는 만남의 성격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각을 세웠다.
두 사람의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며 회동이 성사되기 더 어려워지는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이 때문에 실무협의와 관계없이 두 사람의 회동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홍근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을 만나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격의 없는 소통이 중요하다"며 "격의 없이 두 분이 직접 만나면 많은 부분이 풀릴 텐데 이런 상황이 전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갈등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두고 청와대가 ‘무리’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시작됐다.
신구 권력갈등이라는 비판까지 나오자 청와대와 윤 당선인 모두 한 발 뒤로 물러섰으나 이후 대통령 인사권 행사를 두고 더 큰 갈등이 빚어졌다.
문 대통령이 23일 새로운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인사발표 이후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당선인 측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고 전하자 윤 당선인 측에서는 곧바로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었다”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반박했다. 그러자 청와대에서 거짓말하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며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사실 두 사람 사이 인사문제의 핵심은 감사원의 감사위원 임명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현재 감사위원회는 7자리 가운데 2자리가 공석이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최재해 감사원장을 포함해 3명이 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 인사를 단행하면 과반이 ‘문재인 인사’로 분류된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으나 윤 당선인 측은 이를 두고 ‘알박기 인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김은혜 대변인은 2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지금 임명하려는 인사는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아닌 새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일할 분들이다”며 “당선인 뜻이 존중되는 게 상식이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법무부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드러내자 인수위는 24일 예정된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거부했다.
인수위는 퇴임을 40여 일 앞둔 장관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공식적으로 거부하는 건 무례한 일이며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당선인도 같은 날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장관의 사법개혁 공약 반대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 정부에서 검찰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검찰개혁을 5년 동안 했지만 안 됐다는 자평인가"라고 응수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의 검찰수사 지휘라는 게 실제로 해보면 별로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독립적인 권한을 주는 것이 독립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현 정부의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임에도 준비위는 23일 조직구성과 장소결정을 마무리하고 화합의 장을 위한 취임식 준비에 착수했다.
이번 취임식에 전·현직 대통령부터 특별초청국민 500명까지 초대해 국민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윤 당선인은 직접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박주선 준비위원장은 23일 “국민통합 차원에서 될 수 있으면 많은 분이 참여해야 한다”며 “당선인이 취임식은 조촐하고 간소하면서도 근엄하고 국민이 화합하는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에 부합하는 초청인사를 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