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 개헌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 등 선거제도 개혁 등을 추진하겠다며 야당의 동참을 제안했다.
송영길 대표는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발표하며 "국민통합 개헌으로 권력 구조를 민주화하겠다"며 "민생기본권과 자치분권 강화, 권력 구조 민주화를 중심으로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개혁안 가운데 개헌안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송 대표는 "승자독식 구조에 결선투표가 없다보니 선거 때만 되면 단일화 압력이 거세져 진영논리가 작동해 10% 지지를 받는 후보자가 본의 아니게 압박을 받게 되는 현실"이라라며 "결선투표를 도입해 사표 방지 심리에 압력 받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후보를 선출함으로써 표심이 나타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선투표 과정에서 여야 사이, 진보 보수든 간에 후보 연합이 되면서 자연스러운 연합정치를 할 수 있고 지금과 같은 나눠먹기나 거래를 주고받는 비공식적 음성적 단일화 논의를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거제도도 바꾸겠다고 했다.
6월 지방선거부터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2024년 열리는 총선에는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중선거구제는 1개의 선거구에서 2~3명의 대표를 선출하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는 1개의 선거구에서 1명의 대표를 뽑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고 지역구 의원 수를 줄이는 방향이다.
송 대표는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실질적 다당제를 구현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며 "세대, 성별, 계층, 지역 등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공언해 온 '국민통합 정부'를 실천하기 위해 국무총리 국회추천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송 대표는 "여야 협의로 국무총리를 추천하고 총리의 인사제청 절차를 법률로 제도화하겠다"면서 "진영을 넘어 최선의 인물로 국민내각을 구성하고 '청와대 정부'에서 '국무위원 정부'로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치개혁안의 실천을 담보하기 위해 대선 직후 국회에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시급한 입법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새정부 출범 6개월 안에 선거제도 개혁을, 1년 안에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시간표를 짰다.
송 대표는 다른 야당들의 동참을 당부했다.
송 대표는 "민주당이 '국민통합 정치'를 먼저 제안하지만 우리 당의 제안만을 고집하지는 않겠다"며 "방향만 같다면 구체적 방법은 추가하고 보완해도 좋으니 다수 정당, 여러 후보가 함께 토론하며 지혜를 모은다면 분명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도 야당 후보들에게 정치개혁에 동참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제안 대상에서 뺐다.
이 후보는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제외하고 진짜 국민의 삶을 개선하자는 모든 정치세력이 가능한 범위에서 협력하는 길을 찾자"며 "정치개혁이라는 공통공약 합의라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놓고 "두 분 말씀과 정치교체, 연합정부의 필요성에 거의 다른 점이 없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윤 후보를 놓고는 "유세나 말씀, 행동을 보면 무서울 정도로 구태스럽고 이분법적이고 난폭하고 일관성도 없다"며 "이런 분과 같이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이 후보와 민주당의 정치개혁 동참 제안은 정치개혁과 통합정부론을 연결고리로 제3지대와 연대를 구체화해 중도층 흡수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야권의 반응은 대체로 민주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모습이다.
심상정 후보는 이날 공공운수노조와 정책협약식을 진행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에서 결선투표제를 포함해 이야기하는 것들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계속 이야기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안 한 게 문제고 또 제가 열심히 보탰으나 선거제도도 결국은 뒤집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개혁은 민주당의 오랜 약속이나 배신한 게 문제"라며 "선거와 연동해서 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이행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후보도 국회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국민통합 정치개혁안과 관련해 "저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선거제 개혁 추진을 발표하면서 안 후보가 평소 말하던 정치교체와 생각이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는 취재진의 질문엔 "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그렇게 실행을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양치기 소년이 돼선 안 된다"며 "대선을 목전에 두고 이런 내용을 발표하는 것은 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진정성 있는 실천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을 평가절하했다.
황규환 선대본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진정성 없는 정치개악쇼이고 선거를 2주 앞둔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며 "싸늘한 민심에 아무리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적어도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엄중한 정치개혁을 이야기할 때에는 진정성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황 대변인은 "기득권 정치를 개혁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 기득권 정치의 핵심이 내로남불과 위선으로 가득한 민주당 586세대임을 모르는 이도 없다"며 "그렇기에 오직 정권교체를 통해 이 정권과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을 철저히 심판하는 것만이 진정한 정치개혁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