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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발 조선업 재편, 이재용 무엇을 선택할까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6-04-11 18: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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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발 조선업 재편, 이재용 무엇을 선택할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을 선택할까?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설이 불거지면서 이 부회장이 국내 조선업계 구조조정의 키를 쥐는 형국이 됐다.

◆ 삼성그룹,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가능성 제기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합병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조선해양전문지 트레이드윈즈는 정부가 삼성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조선업 구조조정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제기해 왔다.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도 지난달 31일 조선3사를 1~2개 회사로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진한 조선업황을 극복하려면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외신 보도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설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이전이라도 매각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산업은행은 올해 이동걸 회장 취임 이후 자회사 매각을 위해 출자회사관리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자회사 매각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수 있는 후보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아니면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을 감당할 수가 없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을 팔고 싶지만 번번이 실패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매각가격은 6조5천억 원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입어 시가총액이 1조4218억 원으로 줄었다. 그래도 세계 최고수준의 조선사로서 기업가치를 고려하면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49.74%의 매각가격은 조 단위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이 방산부문을 거느리고 있어 외국기업이나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매각설이 나올 때 거명되는 후보기업들의 면면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로 한화그룹, 포스코그룹, 두산그룹 등이 꼽혔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이들이 모두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설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고 바라본다.

한화그룹은 삼성으로부터 방산과 화학계열사를 인수한 데다 두산DST까지 품었다. 또 다시 조 단위 자금을 동원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김승연 회장의 방산사업 의지를 고려하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그룹 역시 지난해 계열사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의 후유증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영훈 포스코 부사장은 지난해 기업설명회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절대 없다”고 공언했다. 두산그룹도 유동성 위기로 중공업분야 알짜사업을 모두 매각하고 있는 형편이라 신규사업 진출이 어렵다.

지난해 11월 SK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SK그룹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SK그룹 역시 SK머티리얼즈, CJ헬로비전 등을 인수하고 배터리와 바이오사업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여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을 끌어안을 여력이 가진 것은 삼성그룹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으로 이미 조선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로 진출하는 기업에 비해 유리하다.

◆ 대우조선해양 인수 꺼려지는 이유

세계적 조선업 불황이라는 외부요인을 제외하고 나면 내부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결단을 내리는데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하나는 삼성그룹의 무노조경영이다.

삼성그룹은 이병철 창업주의 뜻에 따라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생명이나 삼성증권처럼 노조가 있는 계열사를 인수한 경우 노조를 없애지 않고 유지하고 있으나 일부 계열사에 지나지 않는다.

2013년 금속노조 산하 삼성전자 서비스지회가 설립됐으나 비정규직 노조다. 공식적으로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정규직 노조가 설립된 적이 없다. 이재용 체제에서도 무노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이유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1987년 경찰과 대치하다가 조합원 사망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강성노조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1991년부터 25년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을 이어오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조선업계 불황으로 노사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강성성향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해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정상화 시점까지 임금을 동결하고 쟁의활동을 하지 않기로 하는 동의서를 제출했다. 이 때문에 당분간 노조활동의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뜻이 있다면 노조활동이 제한된 지금이 적기라는 시각도 있다.

다른 하나는 특수선분야로 분류되는 방위사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해양방산부문 1위 기업으로 국내 조선사 가운데 유일하게 잠수함 수출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등 방산분야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에서 특수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주잔고에서 특수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11.7%로 작지 않다. 올해도 수주목표 108억 달러 가운데 8억 달러를 특수선분야에서 올리려 한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특수선부문이 없다. 삼성그룹 전체로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화그룹에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넘겨주면서 방산사업에서도 철수했다.

삼성그룹의 방산사업 철수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대비 수익이 그리 높지 않은 데다 연이어 터지는 방산비리, 그리고 무기산업으로 대표되는 방산사업의 이미지가 삼성그룹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다시 방산사업을 거느리게 되는 데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방산부분을 분리해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해외매각이 어려운 방산사업의 특성상 국내에서 방산부분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발 조선업 재편, 이재용 무엇을 선택할까  
▲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 삼성의 조선사 인수 역사 반복될까


삼성그룹은 1977년 우진조선을 인수하면서 조선업에 발을 들였다. 삼성그룹은 당초 1974년 삼성중공업을 설립해 조선업을 시작하려 했으나 조선소 건립에 난항을 겪으면서 종합기계제조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다가 한일합작 조선소인 우진조선소 건립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삼성그룹을 설득해 이를 인수하도록 했다. 삼성그룹은 우진조선을 인수해 삼성조선을 설립했고 1983년 삼성조선은 삼성중공업에 흡수합병됐다.

정부가 삼성그룹에 조선소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40년 전 상황과 지금 상황이 묘하게 겹친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결정적 차이가 있다.

이병철 창업주는 1970년대 삼성그룹의 중화학공업기업 변신에 적극적이었다. 삼성석유화학(현 한화종합화학), 삼성중공업, 삼성정밀공업(현 한화테크윈), 삼성항공(현 한화탈레스), 삼성건설(현 삼성물산), 코리아엔지니어링(현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이 시기에 설립됐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중화학공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방산사업에 이어 화학사업에서도 철수했다. 당시 이병철 창업주가 진출한 사업 가운데 삼성중공업을 제외하면 건설사업 정도만 남아있다.

이 때문에 이재용 체제에서 삼성그룹이 조선사업에서도 손을 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2014년 삼성중공업이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을 시도했다 무산된 뒤 이런 관측은 더욱 힘을 얻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조5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다만 이 부회장은 삼성중공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유임시키며 합병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삼성중공업을 직접 방문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중공업을 방문한 것은 2007년 이후 8년만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조선업 유지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삼성그룹은 지난 2월 김종호 전 삼성전자 사장을 삼성중공업 생산부문장으로 선임했다. 제조부문 전문가인 김 사장을 투입해 삼성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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