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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비자금 드러나나, 장남 노재헌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

김재창 기자 changs@businesspost.co.kr 2016-04-04 17: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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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태우 비자금 드러나나, 장남 노재헌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  
▲ 뉴스타파 김용진(오른쪽) 대표와 심인보 기자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빌딩에서 조세도피처 취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유령회사에는 6공 정권의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연관설도 불거져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세무당국은 탈세 혐의가 확인될 경우 바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인터넷언론 뉴스타파는 4일 노재헌씨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노재헌씨를 포함한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명단을 공개했다.  이 명단에 따르면 한국 주소를 기재한 한국인 이름 195명이 확인됐다. 이 한국인 명단은 조만간 2차로 발표된다.

노재헌씨는 2012년 5월18일 버진아일랜드에 ‘원아시아 인터내셔널’과 ‘GCI 아시아인터내셔널’ ‘럭스 인터내셔널’ 등 3곳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주주 겸 이사에 취임했다.

이 과정에서 노씨는 주소를 홍콩으로 기재했다. 이 회사들은 1달러짜리 주식 1주만을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다.

자본금이 1달러인 회사의 설립 목적은 비자금 운용이다. 대다수 조세회피자들은 1달러짜리 법인 명의의 계좌를 만든다. 이를 통해 해외에서 조세 금융당국의 감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비자금을 굴린다.

노씨가 회사를 설립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노 전 대통령이 사면 이후 추징금을 내다가 232억원을 남겨 두고 납부를 중단했을 때다.

노 전 대통령은 2011년 말까지 14년 동안 97차례에 걸쳐 2397억원을 납부했는데 이듬해부터 태도를 바꿨다. 더 이상 낼 돈이 없다며 동생 노재우씨와 사돈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에게 잔여금 납부를 미뤘다.

이보다 앞서 2011년 3월 노씨의 아내 신정화씨가 홍콩법원에서 이혼소송을 제기했는데 홍콩법원은 재산분할을 위해 노씨의 재산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노 전 대통령의 남은 추징금 납부를 둘러싼 법적 공방과 이혼소송 과정에서 노씨가 페이퍼컴퍼니에 비자금을 은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노재헌씨에게 갔다면 부인과 이혼소송으로 재산이 드러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비자금을 숨길 곳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동생과 사돈에게는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주면서 아들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는 점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회장이 페이퍼컴퍼니와 연관돼 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SK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았던 회사의 홍콩법인 대표가 노재헌씨라는 점과 이 법인이 페이퍼컴퍼니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됐다는 점 등에서 처남, 매형 관계인 두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씨는 2007년 인크로스라는 회사를 설립했는데 모바일 광고 및 게임업체로 처음에는 티노솔루션즈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2009년 6월 SK계열사인 크로스엠인사이트 미디어랩 사업부문을 인수하고 2010년 11월에는 이노에이스 등의 회사를 인수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SK텔레콤의 광고미디어를 담당하던 계열사 에어크로스는 2007년 기준으로 매출 243억3207만 원, 영업이익 15억 467만원을 내던 회사였다. 이 회사는 2008년 10월 크로스엠인사이트와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47억원에 영업권을 넘긴 뒤 청산 절차를 밟았다.

크로스엠인사이트는 2009년 6월12일 인크로스와 디지털 광고 매체대행 사업부문과 관련한 유•무형 자산 및 영업권 일체를 양도하는 계약을 40억원에 체결하고는 201년 3월 1일 오케이캐시백과 흡수 합병했다.

노씨는 여러 차례 인크로스 등기 이사로 재직했다.

노씨는 회사의 감사 등으로 매형(최 회장)을 앉혔는데 최 회장이 실질적 주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뉴스타파는 “인크로스는 성장과정에서 SK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처남을 앞세운 위장 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며 “인크로스가 홍콩 현지법인을 2010년도 만들었는데 법인 대표가 바로 노재헌씨”라고 밝혔다.

노씨 측은 뉴스타파의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SK그룹은 “페이퍼컴퍼니 설립은 노재헌씨 개인의 문제인 만큼 그룹 차원에서 해명 또는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조세회피처 명단이 확보되면 전면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은 2013년 뉴스타파가 공개한 조세회피처 관련 자료를 입수해 48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해 총 1324억원을 추징한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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