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신한자산운용을 신한금융지주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신한대체투자운용과 합병하는 등 그룹 자산운용계열사 재편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창구 신한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신한자산운용의 사업재편과 역할 확대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무거워졌다.  
 
신한자산운용 중심 통합으로 투자금융 키우기, 이창구 연임 시험대

이창구 신한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29일 신한자산운용에 따르면 신한대체투자운용과 합병을 위한 태스크포스(TF)조직을 구성해 통합 사전준비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최근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1일자로 계열사인 신한대체투자운용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그동안 신한자산운용은 일반펀드 조성과 운용 등을 주력으로 해왔는데 앞으로 사업 범위를 부동산 전문 투자펀드와 글로벌 인프라펀드 등으로 확장하는 결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자산운용와 신한대체투자운용 통합 뒤 대표이사를 맡게 될 CEO가 담당해야 하는 업무 범위도 그만큼 넓어지게 된다.

이창구 사장은 2019년부터 신한자산운용 대표를 맡고 있는데 올해까지 3년 임기를 마치고 연말인사에서 연임 여부를 평가받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신한금융그룹은 일반적으로 계열사 CEO에 3년 임기를 보장해주고 이후에는 철저하게 경영성과와 능력 등을 평가해 재신임 가능성을 검토한다.

신한자산운용이 신한대체투자운용 합병을 앞둔 만큼 이 사장은 기존 성과뿐 아니라 앞으로 통합법인을 잘 이끌어나갈 충분한 역량을 갖췄는지를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맞이하게 될 수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내년 초 합병 직후 당분간 각자대표체제를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합병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해 통합법인의 대표이사가 곧바로 신한자산운용과 신한대체투자운용에 있던 사업 분야를 모두 챙기는 일은 무리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두 회사 통합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각자대표체제가 완전히 자리잡기보다 단독대표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신한라이프로 합병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도 각자대표를 도입하는 대신 통합작업에 속도가 붙자 일찌감치 성대규 사장이 통합법인 단독대표로 내정돼 경영을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각자대표체제가 앞으로 계속 유지될 지 여부는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문제기 때문에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희송 신한대체투자운용 대표이사도 올해 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창구 사장은 신한은행 자산관리본부에서 일할 때 당시 신한은행장을 맡던 조용병 회장의 신임을 받았고 신한자산운용 대표에 오른 뒤에도 꾸준한 실적 증가를 이끌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신한자산운용이 신한대체투자운용과 합병한 다음 안정적 경영체제가 자리잡도록 하고 사업적 시너지도 강화해 지속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준다면 연임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그룹 자산운용업 재편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프랑스 BNP파리바그룹과 합작법인이던 신한BNP파리바운용의 지분을 사들여 완전자회사인 신한자산운용으로 편입했고 이번에는 신한대체투자운용과 합병을 결정했다.

신한금융그룹이 다른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방안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검토해 온 만큼 앞으로 그룹 차원에서 자산운용업의 비중을 더 키우는 사업재편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신한자산운용의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184억 원, 신한대체투자운용은 26억 원을 보였는데 신한금융지주가 상반기 전체 순이익 2조4천억 원을 낸 점을 감안하면 기여도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자산운용계열사들은 그룹 주요 계열사들과 협력해 공동으로 외부 투자기회를 찾거나 최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ESG경영분야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신한자산운용과 신한대체투자운용은 그동안 그룹 협업조직인 글로벌투자금융(GIB)부문과 힘을 합쳐 투자금융사업 참여기회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다른 계열사들의 실적 증가에 기여해 왔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신한대체투자운용과 통합 뒤에도 그룹 계열사들과 긴밀한 협력관계가 유지될 것”이라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모델 발굴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올해 신한금융그룹 사업체질을 소매금융에서 투자금융 중심으로 바꿔내겠다는 계획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신한자산운용의 역할은 내년에도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 사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의 판단도 그만큼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