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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하이의 샤프 인수 삐거덕, 삼성전자 예의주시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16-03-21 13: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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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홍하이그룹이 일본 샤프 인수에 대한 최종결정을 1분기 이후로 미룬 데 이어 인수가격까지 대폭 낮추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져 인수가 늦춰지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홍하이그룹이 샤프를 인수한 뒤 올레드패널시장 진출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 홍하이의 샤프 인수 차질

블룸버그는 21일 "홍하이그룹의 샤프 인수 여부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샤프의 재무상황과 사업 성공 가능성이 인수효과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하이의 샤프 인수 삐거덕, 삼성전자 예의주시  
▲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은 샤프의 이번 회계연도 실적과 부채 등 재무상태를 점검한 뒤 최종적으로 인수를 결정하겠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하이그룹은 최근 샤프 인수에 대한 최종결정을 샤프의 1분기 실적이 나온 이후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홍하이그룹이 샤프에 제안한 인수가격 4890억 엔보다 최대 20% 정도를 낮춰 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인수를 추진하며 처음 거론했던 6천 억 엔보다 크게 낮아지는 것이다.

홍하이그룹이 샤프 인수에 대한 의지를 확실하게 밝혔는데도 최종단계에서 뜸을 들이고 있는 것은 샤프의 이번 회계연도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전망이 나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샤프가 3월 말까지인 이번 회계연도에 순손실 239억 엔을 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샤프는 2012년과 2013년, 2015년 회계연도에 모두 순손실을 봤다.

홍하이그룹은 원래 샤프의 LCD사업만을 인수하려 했지만 현재는 전체를 인수해 LCD사업부를 분사하고 완제품사업은 별도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홍하이는 샤프의 완제품부문에 450억 엔을 LCD와 별도로 투자해 모바일기기와 사물인터넷 기기 등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홍하이그룹은 샤프의 LCD사업과 생산공장을 분사한 뒤 샤프와 홍하이가 운영중인 합작법인 사카이디스플레이에 통합해 모바일용 올레드패널 양산체제를 구축하려고 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IT기기 수요가 계속 둔화하고 모바일 올레드패널의 최대 수요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의 아이폰이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향후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하이그룹은 이런 점을 우려해 샤프 인수에서 재무상태를 상세히 살피고 가격을 낮춰 위험요소를 최대한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제프리스는 홍하이그룹이 샤프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샤프가 이미 독자생존이 어려운 정도의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어 홍하이그룹과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한숨 돌려

홍하이그룹이 추진하는 샤프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에게 호재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세계 모바일 올레드패널시장에서 95% 정도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애플이 아이폰에 올레드패널의 탑재를 추진할 경우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홍하이의 샤프 인수 삐거덕, 삼성전자 예의주시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하지만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가 모바일 올레드패널 양산체제를 대대적으로 구축하고 있는데다 자본력을 앞세운 홍하이그룹의 진출까지 전망되며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홍하이그룹이 샤프를 인수해 올레드패널시장에 진출하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경우 잠재적으로 위협이 됐던 강력한 경쟁상대를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홍하이그룹의 올레드패널 진출을 막기 위해 샤프의 LCD사업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일본을 방문한 일정을 놓고도 홍하이그룹의 인수가 불투명해지자 샤프와 인수협상을 재개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샤프 인수전에서 홍하이그룹과 맞경쟁을 벌이기에 자금 동원능력 등에서 불리한 입장이었던 만큼 홍하이그룹의 인수결정 연기로 당분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전자전문매체 애플인사이더는 "홍하이그룹이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데 이어 디스플레이까지 공급하게 될 경우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패널을 공급하기는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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