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머티리얼즈가 반도체소재 포토레지스트 국산화를 준비해 왔는데 머지않아 고순도 포토레지스트 수요 증가의 수혜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도 포토레지스트 내재화 준비에 들어갔다.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모회사 삼성전자가 든든한 수요처로 나설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이용욱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
고순도제품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극자외선(EUV)공정의 도입 영역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넘어 D램으로 넓어지고 있다.
극자외선공정은 반도체 원판에 해당하는 웨이퍼에 파장이 짧은 자외선을 쏴 회로 패턴을 새기는 방식의 공정으로 미세한 회로선폭을 구현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극자외선공정을 적용한 10나노미터급 4세대(14나노미터) D램을 양산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D램 점유율 1위 회사다.
내년 평택 캠퍼스의 3라인이 완공되면 생산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점유율 2위인 SK하이닉스는 7월부터 10나노급 4세대 D램을 양산하고 있으며 글로벌 3위 미국 마이크론과 4위 대만 냔아는 2024년부터 극자외선공정을 D램 생산에 도입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극자외선공정은 그동안 빠르고 많은 연산이 필요한 중앙처리장치(CPU)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주로 쓰였다. 시스템반도체가 공정의 미세화로 성능이 개선되면서 메모리반도체의 일종인 D램에도 극자외선공정이 도입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처럼 극자외선공정의 도입 영역이 넓어지면서 글로벌 반도체회사들이 안고 있는 극자외선공정용 포토레지스트의 조달과제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포토레지스트는 빛에 반응해 화학적 성질이 변하는 물질로 극자외선공정 등 노광공정(빛을 쏘아 회로를 새기는 공정)에서 회로 식각에 쓰이는 필수소재다.
극자외선공정에는 심자외선공정(DUV) 등 기존 공정보다 더 순도가 높은 포토레지스트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파운드리사업에서만 극자외선공정용 포토레지스트 제품 수요가 발생했지만 메모리반도체의 회로 미세화로 앞으로는 D램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에서도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회사들의 경우 고순도의 포토레지스트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과제가 해외 반도체회사들보다 더 무겁다. 일본이 2019년 한국을 상대로 시작한 수출규제의 품목에 고순도 포토레지스트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소재시장에서 고순도 포토레지스트는 JSR, 신에츠케미칼, TOK, 스미토모케미칼 등 일본 회사들이 시장의 9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때문에 고순도 포토레지스트의 국산화 여부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소재 독립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 가운데 하나로 꼽혀 왔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인포리아의 포토레지스트를 소재 조달망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를 놓고 반도체업계에서는 포토레지스트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확보선을 다변화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만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어깨가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SK머티리얼즈의 포토레지스트 국산화 성과가 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SK머티리얼즈의 포토레지스트사업이 올해 안에 본격적으로 실적에 기여하기 시작헐 것으로 전망된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2월 금호석유화학 전자소재사업부를 인수해 자회사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를 설립하면서 범용 포토레지스트 생산의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고순도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하고 사업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퍼포먼스머티리얼즈가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반기부터 극자외선공정용 포토레지스트의 양산과 신규 고객사 확보가 가시화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최근에는 삼성SDI도 포토레지스트 개발에 들어갔다.
▲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삼성SDI는 앞서 27일 진행된 2021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포토레지스트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사업화를 언급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SDI가 포토레지스트를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면 반도체산업에서의 중요성과 수요 증가세, 국내 반도체회사들의 조달 어려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때 전자재료사업부의 주요 제품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SK머티리얼즈와 삼성SDI의 포토레지스트 개발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수요처가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K머티리얼즈는 계열사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다수의 반도체회사들을 반도체소재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삼성SDI도 후발주자이기는 하지만 삼성전자가 안정적 수요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속도가 아닌 품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SDI는 삼성전자가 최대주주로(지분율 19.58%) 포토레지스트 개발도 삼성전자의 요청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빠른 제품 개발보다 고순도,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