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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보수 향해 달려가다, 지지율 흔들리자 보수부터 먼저 '다급'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1-07-21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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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보수 정치인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대통령선거에서 보수야권 최종후보로 꼽히는 게 선결과제인 만큼 보수층 지지기반을 구축해 나가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선 경쟁력을 다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클릭 전략이 바람직한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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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21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전 총장은 정치참여를 공식화한 뒤 보수 지지층과 접촉면을 넓히며 보수 대선주자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박 전 대통령도 국가 지도자로서 어려운 결단을 잘 내린 것이 많지 않은가”라며 “누구도 하지 못했던 공무원연금 개혁 등은 존중받을 만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문제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많은 국민이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안타까워하고 있고 나 역시 그런 국민 심정을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해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소를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여전히 박 전 대통령에 향수를 품고 있는 보수지지층들은 윤 전 총장에게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데 윤 전 총장이 이들을 향해서도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대구의 코로나19 전담병원인 동산병원에서는 “작년 2월쯤 대구에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의료진과 시민들의 노력을 지원해주기는커녕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는 철없는 미친 소리까지 막 나와 대구 시민들의 상실감이 컸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초기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확산됐다면 절서 있는 처치나 진료가 안 되고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대구에서 애를 많이 썼다”고 대구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미친 소리’라는 거친 표현을 내뱉는가 하면 다른 지역 비하로 비춰질 수 있는 ‘민란’ 발언까지 나왔다. 말실수에 가깝지만 그만큼 윤 전 총장이 대구지역이나 정통 보수층에게 다가서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윤 전 총장의 ‘120시간’ 발언도 파문이 컸다. 그는 19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52시간 노동제도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과 노동계 등에서는 ‘퇴행적 인식’ 혹은 ‘노동자 건강권을 해치는 발상’라고 하는 등 강하게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의 태도는 노동시간 제한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영계의 논리와 닮았다. 자칫 친재벌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도 있어 정치권에서도 이런 발언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 최근 들어 보수야권도 노동 친화적 면모를 보이며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어 노동문제를 놓고 경영계 편만 들지는 않는 추세를 보인다.

윤 전 총장의 이런 발언이 이어지자 그가 급속히 우클릭을 하고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애초 중도와 탈진보까지 아우르는 정치를 하겠다고 얘기했던 것을 떠올리면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우클릭 행보가 보수야권 내부 대선경쟁이 치열해진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윤 전 총장이 정당의 도움 없이 독자행보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당에 전격 입당해 당내 지지기반을 닦고 있다. 기존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대선에 나설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윤 전 총장은 보수야권 선두주자로서 지지도를 더 끌어올리기는커녕 되레 지지율 하락세가 나타나며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선전'이라 할 보수야권 내 경쟁에서도 이전처럼 압도적 승리를 자신하기 어려워졌다.

보수야권의 핵심 지지층을 적극 공략해야 할 이유가 커진 셈이다.

하지만 애초 정치적 기반이 전무했던 윤 전 총장이 대선 주자로 떠오른 계기가 본선 경쟁력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클릭 행보가 전략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의 7월 2주차 다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보면 윤 전 총장은 27.8%로 이재명 경기도지사(26.4%)와 오차범위 안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보수 지지층에서 49.3%의 지지를 받으며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6.6%), 최재형 전 감사원장(6.3%),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3.1%), 유승민 전 의원(2.5%) 등을 크게 앞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60.2%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이 조사는 오마이뉴스 의뢰를 받아 12~13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36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2.2%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미 보수층이나 국민의힘 지지층이 윤 전 총장의 본선 경쟁력에 비중을 두고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기성 정치인이 아닌 참신한 인물인 데다 정권과 맞서며 ‘반문재인’의 상징성을 얻었다는 점이 본선 경쟁력으로 꼽히는 만큼 기성 정치인을 답습한 우클릭 행보는 되레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애초 홍준표 의원(경남), 유승민 전 의원(대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경남), 최재형 전 원장(경남) 등 영남 출신이 다수인 야권 대선판에서 보수 종주권을 다투느니 본선 경쟁력을 확실히 보이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윤 전 총장의 대선행보를 놓고 부정적 평가도 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수도권, 중도층, 젊은층에 중점을 둘 거라 예상했는데 출마선언과 그 뒤의 행보를 보면 보수 쪽 사람에게 어필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은 자유란 말을 굉장히 강조했는데 굉장히 보수적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른 것 같다. 보수가 새롭게 거듭나려면 가치를 편식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전 총장은 야권에서 ‘계륵’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며 “야당 대선후보의 진출을 가로막는, 앞에서 속도는 안 내고 추월하지 못하게 막는 짐차나 화물차 같은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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