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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의 한진해운 살리기, 한진그룹 위험 키운다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6-02-25 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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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의 한진해운 살리기, 한진그룹 위험 키운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계열사를 동원해 한진해운 구하기에 나섰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을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이런 조 회장의 의지는 과연 한진그룹에게 득이 될까 독이 될까?

조 회장이 한진해운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진그룹 전체에 한진해운의 리스크를 더욱 키운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이번 지원의 경우 한진해운 자체의 리스크가 줄어드는 효과를 거둬 한진그룹 전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 조양호, 한진그룹 위험 더 키우나

25일 업계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등을 동원해 한진해운 지원에 나선 데 대해 한진그룹의 잠재적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이 발행한 영구채 2200억 원어치를 인수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은 명목만기 30년의 채권을 발행하면서 표면이자율을 9.575%로 설정했다. 그러나 높은 이자율에도 장기 부진에 빠진 한진해운의 상황 탓에 투자자가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서 결국 대한항공이 떠안기로 했다.

한진해운은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전액 대한항공으로부터 빌린 대출금 상환에 쓰기로 했다. 대한항공으로부터 돈을 빌려 대한항공에게 빌린 돈을 갚는 것으로 사실상 돌려막기인 셈이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자금대여와 유상증자 등 다양한 수단으로 한진해운을 지원해 왔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 안팎에서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의 최대 리스크라는 말도 나왔다.

대한항공은 2013년 한진해운에 2500억 원의 자금을 대여했다. 2014년 6월에는 4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한진해운은 해운업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최근 5년 사이에 2조 원에 이르는 손실이 쌓였다.

한진해운의 재무구조도 계속 악화됐다. 수시로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갚는 데 급급한 상황으로 최대주주인 대항항공의 자금력에 기대고 있다.

그러면서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조양호 회장이 왜 한진해운을 인수했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조 회장이 육-해-공 운송 삼각편대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앞세우다 보니 해운업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한진해운을 인수해 한진그룹에 큰 리스크를 안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을 성공하고 해운업황이 좋아지면 그동안 누적적자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봤다”며 “물론 한진해운을 인수할 당시 채권단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양호의 한진해운 살리기, 한진그룹 위험 키운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15년 11월2일 한진그룹 창업 7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한진해운, 대한항공 발목 잡나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는 예전부터 계속 나왔다.

대한항공이 한진그룹에서 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이 이어지면서 대한항공의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의 지원 가능성은 한진해운의 신용도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대한항공의 신용도에는 부정적 요소”라고 진단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의 경우 우호적 업황과 저유가 상황으로 현금창출력의 확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영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항공기 투자와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한진해운의 신용위험을 공유해야 한다는 요인이 대한항공의 신용도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이 안고 있는 한진해운 리스크는 대한항공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얼마 전에 대한항공을 놓고 한진해운 지원 가능성이 부담요인이라고 지적하면서 대한항공 목표주가를 3만2천 원에서 2만9천 원으로 낮췄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한진해운은 컨테이너 업황 부진으로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한항공은 추가적인 한진해운 지원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제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한진해운 리스크 해소의 묘수인가

그러나 한진해운에 대한 대한항공의 이번 지원을 놓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항공이 실질적 자금부담은 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진해운에 대한 리스크를 줄였다는 것이다.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약 800%에서 600%로 줄어든다. 자산담보가 해지되면서 영국 런던 사옥과 자사주 매각을 통해 3천억 원가량의 유동성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조양호의 한진해운 살리기, 한진그룹 위험 키운다  
▲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부사장.
한진해운이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춰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부채비율을 낮추고 정부의 지원이 가능해지면 한진해운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는 점에서 한진그룹 전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으로부터 한진의 상표권을 인수한 한진칼을 놓고도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한진해운으로부터 한진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록 상표권을 1113억 원에 사들였다.

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한진칼의 차입금은 증가하지만 추가로 유입되는 상표권 예상 수입이 61억5천만 원으로 현금흐름을 훼손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노 연구원은 “그동안 한진해운 리스크가 한진칼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점에서 보면 이번 상표권 양수는 한진칼 입장에서 리스크 해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한진칼의 브랜드 수수료 증가는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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