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초거대 저비용항공사를 구상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한진그룹의 저비용항공사 진에어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합병한다는 구상이다.

현실이 된다면 통합 저비용항공사는 동북아시아 최대, 아시아 2위의 저비용항공사가 된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최근 “통합 저비용항공사를 만들 것”이라며 “대한항공 아래에 둘지, 한진칼 아래에 둘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과연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정말로 합칠 수 있을지와 관련한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과연 초거대 저비용항공사 구상은 성공할 수 있을까? 세 회사가 합쳐지는 데는 어떤 문제점들이 있을까? 그리고 만약 이 문제점들을 넘어 세 회사가 합쳐진다면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업계에는 어떤 일들이 발생할까? 

◆ 한진그룹은 왜 ‘통합 저비용항공사’를 만들려고 하나

한진그룹이 통합 저비용항공사를 만들려는 가장 큰 이유는 ‘규모의 경제’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업은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용한다. 항공사 규모가 커지면 정비, 인력운용 등에서 각종 비용을 절감할 여지가 커질 뿐 아니라 늘어나는 노선 사이 긴밀한 연계 등을 통해 개별 노선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실제로 글로벌 항공사 사이에서 조인트벤처나 노선공유(코드셰어) 등 협력이 활발한 이유도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통합 저비용항공사의 탄생은 노선 측면에서 매우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부산을 기점으로 하고 있다는 에어부산의 특수성 때문이다. 

에어부산은 김해국제공항을 거점공항으로 두고 있다. 모든 국제선 노선이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출발한다. 에어부산의 김해국제공항 여객 점유율(국내선+국제선)은 2020년 기준으로 무려 35.5%에 이른다. 

이와 달리 진에어와 에어서울의 거점공항은 인천국제공항이다. 통합 저비용항공사가 탄생한다면 수도권의 여객과 부산·경남의 여객을 모두 잡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산업 전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통합 저비용항공사의 탄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시아 최대의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에 맞서기 위해서는 그와 걸맞은 덩치의 저비용항공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는 코로나19로 항공시장이 침체되어 있지만,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항공시장은 점차 ‘항공자유화’로 나아가는 단계에 있었다. 지금까지 어쨌든 항공사들이 거점국가를 중심으로 영업을 펼쳐나갔다면, 이제는 국가를 넘어 해외영업이 점점 자유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는 2018년 발간한 ‘저비용항공사, 성장을 위한 투자와 재무구조의 변곡점’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항공시장 자유화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자유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중기적으로는 중국이나 대만 등 인접국과 항공 자유화를 통한 수요 확대를 기대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역내에서 5,6단계 이상의 항공 자유화를 통해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의 경쟁상대가 아시아 전체의 저비용항공사로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 저비용항공사의 등장은 에어아시아라는 거대한 공룡 앞에 서 있는 한국 저비용항공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 과연 ‘규모의 경제’는 실현가능할까 하는 근본적 의문

하지만 통합 저비용항공사가 정말로 탄생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통합 저비용항공사가 정말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냐”는 것이다. 통합 저비용항공사의 탄생 이유 자체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저비용항공사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종의 통일이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영업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가 운용하는 항공기를 살펴보면, 진에어 말고는 모든 저비용항공사가 사실상 단일 기종을 운용하고 있다. 진에어 역시 소수의 대형항공기(B777)를 제외하면 B737 항공기뿐이다. 

문제는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운용 기종이 다르다는 것이다. 

진에어는 보잉의 B737과 소수의 B777을, 그리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에어버스의 A320(A321포함)을 운용하고 있다. 

이렇게 기재가 혼합된다면 기재 운용의 효율성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규모의 경제에 따른 이점을 누리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가장 대표적 예시는 조종사의 배치문제다. 조종사가 B737을 몰다가 A320을 몰려면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바로바로 교차투입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비행기를 몰 수 있는 자격의 개념인 조종사 면장은 기종별로 따로 발급된다. 이런 이유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같이 여러 기종을 운영하는 대형항공사(FSC)에서는 기종 변경을 신청한 조종사를 일단 현장 업무에서 제외하고 따로 교육을 시킨 뒤 업무에 투입한다. 

항공기를 구매할 때도 단일 기종이면 협상력이 늘어난다. 최근 항공사들이 리스 항공기보다 구매 항공기 위주로 기단을 꾸리려 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데, 하나의 기종을 대량으로 구매하면 제조사를 상대로 가격 협상의 여지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보유한 항공기의 제조사가 서로 다르다면 한 기종을 대규모로 구매하는 일이 적어지기 때문에 대량 구매의 이점을 누리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 통합 저비용항공사 가로막는 현실적 난관, ‘거점공항’과 ‘공정거래위원회’

‘거점공항’ 문제도 통합 저비용항공사 출범을 가로막고 있는 난관 가운데 하나다.

진에어와 에어서울의 거점공항은 수도권에 있다. 그리고 에어부산의 거점공항은 회사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부산 김해국제공항이다. 이런 이유로 세 항공사가 합쳐질 때 거점공항을 어디로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김해국제공항이 아무리 인천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2국제공항이라고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과 규모 차이는 상당히 크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항공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 인천국제공항의 여객 수는 6940만 명, 김해국제공항의 여객 수는 940만 명으로 인천국제공항이 약 7배 더 많다.

진에어로서는 통합 이후에도 거점공항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유지하면서 에어부산이 보유한 김해공항 기반의 노선들을 흡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졸지에 연고 항공사를 빼앗기게 될 부산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시와 부산 연고기업들(부산은행, 부산롯데호텔, 넥센 등)은 에어부산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부산시는 통합 저비용항공사의 본사를 가덕도신공항에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 난관은 바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다.

통합 저비용항공사가 탄생하면 통합 저비용항공사의 저비용항공 국제선시장 점유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약 38.5%가 된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까지 살핀다면 한진그룹 항공사(대한항공, 진에어)의 항공시장 전체 점유율은 무려 66%까지 치솟게 된다.
 
산업은행까지 나선 역사적 인수합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가 공정위의 승인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독과점 상황을 막기 위해서 공정위가 저비용항공사의 통합은 승인하지 않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매각하라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에 독과점이 한국 항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한 적이 있다. 

같은 해 국토교통부 소속 관행혁신위원회는 “항공운송사업자로 영업하는 국적항공사는 모두 9개로 겉으로는 다자경쟁체제에 접어들었지만, 대형항공사들이 저가항공사 3곳을 자회사로 소유하고 있어 한국 항공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여전히 높다”고 분석했다.

◆ 저비용항공권의 가격은 ‘저비용’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런 난관을 뚫고 통합 저비용항공사가 탄생한다면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오게 될까?

통합 저비용항공사가 탄생한다면, 제주항공을 제외한 다른 저비용항공사들, 즉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그리고 신생 저비용항공사들과 통합 저비용항공사의 격차가 극명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비용항공시장이 2강(통합 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 5약(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신생 저비용항공사)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제주항공이 제3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도 있다. 통합 저비용항공사는 통합대한항공(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맞붙는 부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단거리 노선 위주의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제주항공이 이에 맞서기 위해 저비용항공사의 일반적 사업 방식인 단거리노선 위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중장거리노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이전, 저비용항공사에서 벗어나 중비용항공사(MCC)로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중거리 비행이 가능한 협동체 비행기인 B737-MAX 50대를 보잉에 주문하기도 했고, 저비용항공사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중간가격’ 좌석인 ‘프리미엄 이코노미’좌석을 내놓기도 했다.

통합 저비용항공사가 등장한다면 항공권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연 통합 저비용항공사의 출범 이후에도 저비용항공사들의 항공권 가격은 지금처럼 저렴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저비용항공시장의 경쟁구도가 완화된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이전의 ‘초저가 경쟁’은 찾아보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저비용항공사의 숫자 자체가 줄어드는 데다가 저비용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입은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초저가 항공권 경쟁을 진행하기엔 체력이 많이 소모된 상황이기도 하다.

또한 그동안 억눌려있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한다면 굳이 저비용항공사들이 초저가 경쟁을 벌일 이유가 사라질 가능성도 높다. 다만 신생 저비용항공사들은 시장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초저가 마케팅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통합 저비용항공사의 가격 결정력이 높아지면서 항공운임이 치솟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저비용항공사 사이의 경쟁은 단순히 국내시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아시아권 저비용항공사 사이에서도 발생한다는 것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의 경쟁상대는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일본 등의 저비용항공사로 확장돼 있었다. 국제시장을 놓고 보면 저비용항공시장의 경쟁이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공정위와 국토교통부 역시 항공권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국내 항공시장의 독과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통합 저비용항공사의 가격 결정력이 과도하게 높아져 소비자 권익이 침해된다면, 공정위와 각종 규제를 통해 항공운임을 제어하려는 시도를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연 통합 저비용항공사는 여러 가지 난관을 뚫고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까? 진에어와 국내 저비용항공시장의 앞날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