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5일 대통령선거후보 경선을 미루지 않고 기존의 ‘180일 전 후보 선출’ 규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9월10일까지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7월 예비경선(컷오프)을 거쳐 9월5일까지 본경선이 마무리되는 만큼 대선주자들에게는 두 달 남짓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의 결정을 두고 이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모두 수용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후보 경선시기에 대한 당 최고위원회의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정권재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정 전 총리도 "집단면역 뒤 역동적 국민참여가 보장된 경선실시가 최선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지도부의 결정을 수용하겠다. 정권재창출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남은 시간이 촉박한 만큼 정치권의 시선이 현재 2위에 머물러있는 이 전 대표의 역전 가능성에 몰리고 있다.
이 전 대표 주변 인사들은 그동안 경선 연기론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코로나19 사태 등을 명문으로 내걸었지만 역전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런데 경선이 규정대로 진행되면서 이 전 대표는 더욱 시간에 쫓기게 됐다.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지금의 판세가 그대로 굳어질 공산이 크다.
특히 이 전 대표는 4·7재보궐선거 뒤 지지율이 두 자릿수로 회복되기도 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다시 한 자리 수로 떨어져 있다.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4일 내놓은 6월 4주차 다음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22.8%, 이낙연 전 대표 8.4%로 집계됐다. 이 전 대표는 직전 조사와 비교해 1.3%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조사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1~22일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2014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YTN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판세를 놓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가장 준비를 많이 했다”며 “현재까지 나타난 상황으로 볼 때 이 지사쪽으로 민주당 후보자리가 흘러갈 것 같다”고 말했다.
방법이 없을까?
우선 이 전 대표가 꺼내들 역전 카드로는 파격적 정책이나 후보 단일화 정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수도 이전 공약을 내걸면서 충청권 민심 등을 뒤흔들었다.
물론 이 전 대표는 현재 ‘토지공개념 3법’ 부활 등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제도화를 위한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 조항 자체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여론의 관심은 아직 미지근하다. 어떤 정책이 '새로운 미래'를 선명하게 그려 보여줄 때 유권자들의 눈과 귀가 쏠릴 텐데 헌법 조항은 추상적이다.
분명한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의 평화와 통일,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 해체, 문재인 대통령은 탄핵 뒤 적폐청산을 제시하며 대선에 임했다. 무언가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전 대표는 내놓고 있는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는 신복지·신경제를 제시하지만 기대감을 끌어올리기에는 힘에 부쳐보인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신자유주의 세력이 몰락하면서 복지는 더 이상 '매력적인 대안'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후보 단일화를 통한 세몰이도 정치적 승부수가 될 수 있어 보인다.
현재 민주당에는 대선주자가 9명 있다.
이들 가운데 이 전 대표와 함께 정세균 전 총리, 이광재 의원, 김두관 의원, 최문순 강원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등 6명이 경선 연기를 주장하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김 의원 등은 지난 23일 양 지사 출판기념회에서 한자리에 모이기도 했다. 후보들 사이의 연대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특히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22일 공동 정책토론회와 23일 인터넷 언론사 창간 기념 토론회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두 사람은 똑같이 국무총리 출신이고 지역 기반도 호남으로 같다. 지지기반도 많이 겹치는 만큼 막판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벌써부터 조심스레 점쳐진다.
그런 점에서 선두인 이재명 지사를 잡기 위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의외의 동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 전 대표는 현재 이재명 경기지사가 독주하는 모양새이지만 지지율이 과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게다가 민주당 강성 당원들 사이에는 이 지사에 대한 거부감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현재 정 전 총리 등 다른 대선 후보들이 사퇴하면서 이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각자 대선 레이스를 끝까지 뛰려는 생각을 갖고있다. 그러나 결선투표제가 이 전 대표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은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어 마지막엔 양자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 이때 후보간 연대는 후보 단일화의 효과를 낸다. 이 전 대표가 결선 투표에서 다른 후보들과 연대에 성공한다면 막판 대역전극도 가능하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이 전 대표가 1차 경선에서 이재명 지사를 턱밑까지 쫓아가는 유의미한 득표율을 보여야 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뢰로 11~12일 이틀 동안 만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진보권 다음 대선후보 적합도를 보면 이재명 31.6%, 이낙연 15.0%, 박용진 의원 6.1%, 추미애 5.5%, 심상정 4.8%, 정세균 4.2%로 집계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이낙연 측 관계자는 “이낙연 전 대표는 현재 대선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전국을 돌며 정책 행보를 꾸준히 보이고 있다”며 “민심은 늘 변하기 마련인데 계기나 기회를 노리기보다는 지금처럼 꾸준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 진심이 통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