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경선 일정 연기 가능성이 열려있나는 질문에 “당헌·당규에도 경선일정을 판단할 수 있는 단서조항이 있어 이달 중순 대선 기획단이 만들어지게 되면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헌 제88조(대통령후보자의 추천) 2항 단서조항을 보면 ‘상당한 사유’가 있다면 송영길 대표 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경선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그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이 일정 연기에 반대하지 않겠냐는 물음에 “충분하고 상당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원칙은 지켜져야 되는 것”이라면서도 “과연 그러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도 같이 검토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민주당에서는 경선 연기론에 무게를 싣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부터 대선 경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만큼 경선 연기 여부를 결정할 시간은 열흘 남짓 남았다.
특히 민주당 대선주자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용진 의원을 제외하고 다른 후보들이 일제히 대선 경선 연기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어 '비이재명 연대' 구축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앞장서 경선 연기론을 외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을 내걸고 있다.
경선이 진행되는 7~8월은 휴가철로 코로나 특별방역기간이라서 경선 흥행에 부담이 되는 데다 백신 접종률도 가파르게 늘고 있어 집단면역 시기도 11월보다 앞당길 수 있어 미루는 것이 유리하다고 봤다.
최 지사는 전날인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 지사가 반대하면 경선 연기가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그렇다. 이렇게 반대하면 안 되는 일이다. 그래도 아마 고민이 많이 있을 것이다”며 “만약 연기가 안 되면 다른 방법으로 경선 흥행방식을 얘기하자. 합의하자”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간담회 열고 “경선시기나 방법을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9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여러 후보들도 연기를 주장하고 있고 당원들도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야당발 변화의 돌풍으로 민주당의 정권재창출 노력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민주당의 목표는 후보 선출이 아니라 정권 재창출이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 측이 제기하는 ‘원칙 훼손’ 우려를 놓고 “당헌을 바꾸는 게 아니다”며 “경선 준비위에서 의견 수렴하고 룰과 시기에 관한 적절한 판단을 하는 게 관행으로 그 근거는 당헌당규에 나와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본인은 말을 아꼈지만 윤영찬 의원을 통해 통해 경선 연기의 필요성을 내놓았다. 윤 의원은 이 전 대표 비서실장 겸 캠프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다.
윤 의원은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했는데 지역을 순회하면서 지역에서 온라인 투표를 통해 집계하는 방식이었다. 국민들을 모을 수도 없고 함께 모여 축제의 장을 만들지도 못했다”며 “리그전 또는 토너먼트를 통해 역동성을 높이고 국민의 흥미를 유발할 시스템을 빨리 도입해야 하며 이를 위해 경선 시기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용진 의원은 9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세지를 통해 “경선 연기에 대해 ‘반대’ 입장”이라며 “반이재명 연대로 묶이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심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쪽을 향하고 있다. 사실상 이 지사의 의사에 따라 연기 여부가 결정되는 국면이 됐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여전히 말을 아끼면서 측근 인사들을 통해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경선 일정을 미룬다고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며 오히려 대선주자를 야당보다 먼저 확정해 입법 성과로 유권자들에게 호소해야 하는 것이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이 지사는 경선과 관련해 말씀을 크게 아끼고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원칙이 중요하며 원칙대로 해야 이길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어 경선 연기론을 우회적으로 반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 안에서는 이 지사도 계속 침묵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반대의견을 보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당심'도 고려해야 하고 마찰보다는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앞으로 대선 길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민주당 내부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조사만 놓고 보면 이재명과 비이재명으로 나눠도 이 지사가 앞서고 있다. 사실상 경선일정이 미뤄진다고 해서 이 지사와 견줄 후보가 나오기 어렵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 조사기관이 이날 내놓은 '대선후보 적합도'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명 지사가 33%, 이낙연 전 대표가 11%, 심상정 의원이 4%, 정세균 전 총리·박용진 의원이 각각 3%, 이광재 의원·추미애 전 장관이 각각 1%로 나타났다. 이는 진보진영 인물만 따로 놓고 조사한 결과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한 발 물러서 경선 연기론을 수용한다면 ‘큰 정치인’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정 전 총리 지지모임인 광화문포럼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원욱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경선 연기론을 두고 “당내 논란이 증폭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이재명 지사가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큰 정치인으로 부각되는 그런 논의를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2001년 노무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국민경선을 받아들였다"며 "그 당시도 경선룰에 관한 논란이 심했는데 이를 수용해서 큰 정치인으로 부각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로서는 경선이 아닌 본선 승리를 바라보는 만큼 셈법이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지사가 경선 연기론을 수용해서 한 발 물러난다면 긍정적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면서도 “이 지사가 지지율이 30%를 넘치 못하고 박스권에 갇혀있기 때문에 섣불리 연기할 수 없는 측면도 있어 정치적 실익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