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1-06-08 14: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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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엘바이오와 아미코젠이 정부의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지원정책에 힘입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8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정부가 바이오 소재부품장비기술 개발과 함께 핵심 소재부품장비 자급화, 제조 과정 혁신 등을 통해 바이오 생산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추진함에 따라 관련 기업이 사업기회를 더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이사(왼쪽)와 신용철 아미코젠 대표이사.
정부는 1일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연대협력협의체’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는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핵심기술의 자립화 성과를 점검하고 백신 원부자재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연대협력협의체는 2020년 9월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발족됐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수요기업 13개와 아미코젠, 동신관 유리공업, 에코니티 등 공급사 42개가 참여하고 있다.
협력체 소속 기관들은 바이오 핵심 소재부품장비를 둘러싸고 기술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정부는 소재부품장비기업에 5년 동안 857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열린 점검회의에서는 연대협력협의체를 통해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16개 품목 가운데 2개 품목(일회용 세포 배양백, 배지)의 추진 성과를 점검했다.
배지 개발 주관기관인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날 회의에서 항체-세포치료제 생산용 맞춤형 배지 개발과제의 진행상황을 발표했다. 배지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 필수적 소재로 세포·미생물을 증식시키거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영양물질이 들어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회의에서 “현재 개발단계는 글로벌 상용 배지와 비교해 85% 수준으로 2022년 하반기에는 다양한 배지 생산에 기반이 될 개발 플랫폼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의 배지 수요는 바이오산업 성장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산화 필요성이 높은 품목으로 평가받는다.
시장 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세계 세포배양 배지시장이 연평균 8%씩 성장해 2025년 76억 달러(8조4천억 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배지시장 규모는 4천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런 흐름을 타고 에이비엘바이오와 아미코젠이 사업기회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16년 이상훈 박사를 중심으로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부의 인력들이 모여 설립한 기업이다.
이중항체 기술을 바탕으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2020년 3월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산업 생산 고도화' 국책과제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세포치료제 맞춤형 배지의 개발 주관사 역할도 맡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다루고 있는 이중항체는 면역세포와 암세포에 동시작용하는 항체를 뜻한다. 하나의 항체가 하나의 항원에만 결합하는 단일항체와 비교해 효능이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기술을 기반으로 둔 3개의 플랫폼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항체를 바탕에 둔 그랩바디-T(Grabody-T), 그랩바디-I(Grabody-I), 그랩바디-B(Grabody-B) 등이다.
이 가운데 그랩바디-T와 그랩바디-I는 항암치료 전용 플랫폼이며 그랩바디-B는 뇌혈관장벽(BBB, Blood-brain barrier) 투과율을 높여 치료물질이 효과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뜻한다.
뇌혈관에 존재하는 장벽은 뇌를 보호하기 위해 세포 간격이 매우 치밀하고 촘촘해 약성물질이 이를 통과하기가 매우 어렵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이비엘바이오는 파킨슨병 치료제인 ABL-031의 영장류 실험결과를 보면 단독항체와 비교해 13배 높은 뇌혈관 장벽 투과율이 나타났다”며 “그랩바디-T 플랫폼도 본격적 임상에 돌입해 진척을 보이고 있어 기술수출이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아미코젠은 2000년 설립돼 유전자 진화기술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유전자 진화기술은 특정 유전자에 인위적 돌연변이를 유도해 시험관 내에서 단기간에 원하는 성질의 유전자를 선발하는 것을 뜻한다.
아미코젠은 바이오약품 기초소재인 배지와 함께 레진을 확보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레진은 사전적 의미로 나무의 진액이 굳은 것을 말하며 유기화합물로 이뤄진 반고체 또는 고체를 말한다. 아미코젠이 생산하는 바이오 의약품 정제용 레진은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등 단백질 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 진화기술을 기반으로 효소 반응, 효소 고정화 및 대량생산에 관한 경쟁력 있는 기술를 확보하고 있다.항생제 생산에 사용되는 특수효소, 단백질 항체 분리 크로마토그래피용 레진, 건강기능식품 소재인 기능성 원료 등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미국 배지 전문업체 아티아바이오(Artiabio)사와 기술이전의향서도 2020년 3월 체결했다. 이어 2020년 4월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용 배지 국산화사업’을 위한 국책과제에 지원해 최종 선종됐다.
아미코젠은 2020년 9월 자회사인 비욘드셀이 아티아바이오와 기술이전 및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아티아바이오가 세포배양 배지기술을 비욘드셀에 이전하고 아미코젠이 비욘드셀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기술료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아이코젠은 올해 들어 5월21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4504m2 규모 토지를 41억 원을 들여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통해 부품소재 배지와 단백질정제용 레진사업을 위해 새 공장과 연구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아미코젠은 2021년 3~4분기에 공장 착공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타바이오와 계약을 통해 배지 제조기술을 이미 확보했고 2023년에 시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반적으로 바이오제품 수주는 1~2년 먼저 이뤄지기 때문에 2022년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며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예상 수요처로 꼽히며 아직 상업화까지 시간은 남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기대감은 커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