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이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 신생기업에 투자를 확대해 수익을 노리고 계열사들과 협업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한캐피탈을 선봉에 세워 투자효율을 높이려는 모습을 보인다.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은 투자금융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살려 신한금융 계열사들의 디지털투자 확대가 효과적으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6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 핀테크와 온라인 플랫폼 등 다양한 디지털분야 신생기업을 두고 투자대상을 선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그룹 차원에서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생명 등 계열사가 출자해 조성한 3천억 원 규모 디지털펀드를 활용해 신생기업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펀드 운용은 신한자산운용 등 자산운용 전문 계열사가 아닌 신한캐피탈이 담당한다.
신한캐피탈은 투자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자금을 지원해 육성한 뒤 중장기적으로 기업공개 등을 통해 투자성과를 거두거나 신한금융 계열사와 협업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캐피탈에 벤처투자 관련된 조직과 인력, 경험이 있기 때문에 펀드 운용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며 “기업금융 쪽으로 회사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신한캐피탈은 지난해까지 중금리대출과 자동차금융사업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었지만 최근 이런 소매금융부문을 모두 계열사인 신한카드에 매각한 뒤 기업금융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디지털 펀드 운용은 이런 사업체질 변화에 더욱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신한캐피탈 대표에 오른 정운진 사장이 투자금융분야 전문가로 디지털 신생기업 투자를 주도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도 펀드 운용을 담당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정 사장이 과거 신한금융 계열사 협업조직인 GIB(글로벌 투자금융)부문장을 맡을 때부터 그룹 차원의 신생기업 대상 투자처를 물색하고 여러 계열사 힘을 모으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그동안 GIB부문을 통해 벤처기업 등을 대상으로 모험자본을 투자해 왔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한캐피탈을 투자금융 전문기업으로 키워내 이런 역할을 맡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 사장도 이 과정에서 GIB부문장을 떠나 신한캐피탈 대표이사로 이동하며 그동안 신생기업 투자에 관련해 확보한 노하우를 살려 신한캐피탈의 사업체질 개선을 이끄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신한캐피탈은 중금리대출과 자동차금융 등 소매금융 전문업체의 성격이 짙었는데 그룹 전략에 맞춰 단기간에 기업금융 중심으로 사업체질을 완전히 바꿔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정 사장이 그룹 디지털펀드 운용을 통해 투자금융분야 전문가의 면모를 살리며 성장 잠재력이 크고 신한금융 계열사들과 협업할 수도 있는 적절한 투자처를 발굴하는 일이 중요하다.
신한캐피탈은 앞으로 디지털펀드의 자금을 활용해 디지털 신생기업을 대상으로 투자기회를 찾고 우수한 투자성과가 기대되는 기업에 직접투자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 계열사가 모두 3천억 원을 출자한 펀드는 앞으로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올해부터 매년 연간 순이익의 10% 이상을 디지털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만큼 꾸준히 추가 출자가 이뤄질 수 공산이 크다.
신한금융은 디지털펀드를 통한 투자가 국내 유망 신생기업뿐 아니라 글로벌기업을 대상으로도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투자 영역을 점차 넓힌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한캐피탈이 이처럼 그룹 차원의 디지털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컨트롤타워를 맡게 된 만큼 정 사장이 신한금융그룹에서 차지하는 입지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용병 회장은 최근 그룹 디지털펀드 조성을 발표하며 “금융의 경계를 뛰어넘는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신한금융지주 전략기획팀장으로 일하며 그룹 전반의 사업을 폭넓게 익혔고 신한은행 경영기획그룹, 신한금융그룹 GIB부문장 등 요직을 거치며 주로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았다.
그만큼 신한금융 디지털펀드 운용 과정에서도 투자 성공 가능성을 내다보는 안목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부적으로 받고 있다.
정 사장은 이런 과정에서 신한캐피탈 실적도 안정적으로 유지해 소매금융사업 매각에 따른 악영향을 만회하고 투자금융 중심으로 사업체질 개선을 완수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신한캐피탈은 1분기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592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순이익이 39%가량 늘어났고 신한금융 비은행계열사 전체 순이익에서는 1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