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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윤석열 국민의힘 선택하나, 안철수가 보여준 제3지대 실패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1-04-08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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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선거가 끝나고 대통령선거 정국이 시작되면서 야권 대선주자 선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거취에 시선이 몰린다.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정치권 밖에 있다 대선주자로 부각된 경험을 지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사례는 윤 전 총장에게 좋은 참고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제3지대 정치를 시도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고 안 대표 이전에도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제3지대는 근본적 한계를 보여 왔다.

프랑스에서 제3정당으로 집권한 에마뉘엘 마크롱의 성공 스토리는 한국에서 불가능한 것일까. 윤 전 총장의 선택지도 결국 제3지대가 아닌 국민의힘일 수밖에 없을까.

윤석열 선택은 결국 국민의힘인가, 안철수의 제3지대 실패에서 생각한다 

곽 : 안녕하십니까. 채널Who 곽보현입니다. 

재보궐선거가 끝나고 정치권도 대통령선거 정국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이는데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언제 정치무대에 등장할 지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선두권 대선주자로 떠오른 만큼 윤 전 총장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어떤 사람은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정치를 할 거다. 또 어떤 사람은 국민의힘에 들어와 정치를 해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재보선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야권 단일화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이기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졌다는 점입니다. 

물론 인물이나 다른 변수들도 많겠지만 여야 양당으로 구분될 수 있는 야당이냐 아니면 제3지대냐라는 측면을 볼 때  시사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안 대표 역시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정치권 밖 인물이었는데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정치를 시작해 기득권 양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활동했죠. 

하지만 이번에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에서 지면서 제3지대 정치의 한계가 다시 입증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앞서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통합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안 대표도 제3지대를 청산하고 결국 보수진영에 들어가게 될 것 같은데요. 

안 대표의 사례를 본다면 지금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 전 총장도 제3지대가 아닌 국민의힘에 가서 정치를 하는 게 맞다는 시각도 타당해 보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와 함께 제3지대와 관련해 윤 전 총장에게 고민이 되는 점들이 어떤 게 있는지, 우리 정치에서 제3지대는 왜 실패했는지, 제3지대는 성공할 수 없는 것인지 등을 우리 정치의 역사적 사례와 해외사례 등을 살펴보면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류 : 안녕하십니까.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입니다. 

곽 : 결국 안철수 대표의 사례를 봤을 때 윤석열 전 총장 역시 제3지대에서 정치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류 : 윤 전 총장 머릿속의 정치적 구상은 본인만 알겠죠. 다만 국민의힘에 가는 게 가장 합리적 대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민의힘의 조직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고요. 어쨌든 윤 전 총장이 야권 후보로 나서게 되는 만큼 어차피 국민의힘과 손을 잡긴 해야 합니다. 

그랬을 때 입당해서 대선 경선을 치르느냐, 아니면 안철수 모델로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윤 전 총장이 경선을 치르느냐 두 가지 일 텐데 안 대표도 차라리 입당한 뒤 경쟁했으면 더 유리하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도 나오잖아요. 

윤 전 총장으로서도 국민의힘 입당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곽 : 일각에서는 이제 국민의힘을 떠나게 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윤 전 총장이 손을 잡고 제3지대에서 정치 세력을 규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류 : 물론 그 계획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김종인 위원장이 과거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국면에서 계속해서 제1야당 외에 후보가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거든요. 

물론 안 대표와 윤 전 총장의 상황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지만 김 위원장이 얘기했던 제1야당이 중심이 돼야 하는 이유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대통령 선거나 똑같이 유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김 위원장도 제3지대에서 윤 전 총장과 세력화를 도모하기보다는 이를 하나의 카드로 활용해 국민의힘에 윤 전 총장을 정착시키면서 다시 킹메이커로 나서려고 하지 않을까 싶고요.

설령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뭔가를 하더라도 잠시 있다가 결국엔 국민의힘으로 가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철수의 제3지대 정치 실험,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곽 : 윤 전 총장 얘기는 좀 있다 다시 하기로 하고요. 먼저 안철수 대표는 왜 실패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작년 말 안 대표가 처음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했을 때만 해도 국민의힘 후보들의 지지율을 크게 앞섰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좁혀졌고 결국 경선을 해보니 오세훈 후보에게 밀렸죠.

류 : 안 대표가 고배를 마신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많이 드는 이유가 당력 열세입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비교해 안 대표의 국민의당은 국회 의석 수도 적고 전국적 당원 조직도 약하고 가용 자원도 부족할 수밖에 없죠.

이 때문에 국민의힘 후보는 갈수록 당의 지원을 받아 뒷심을 발휘하는데 안 대표는 지지율 정체가 이어지게 됐죠.

게다가 협상 과정에서도 당의 힘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수에서 밀리는 국민의당이 협상 과정에서도 다소 수세에 몰리는 분위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곽 : 김종인 위원장의 확고한 안 대표 비토 역시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국민의힘 안에서도 김 위원장이 너무 심하게 안 대표에게 모욕을 주고 오히려 단일화를 저해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잖아요. 

안 대표로 야권 단일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없다고 아예 싹을 자르듯이 얘기하곤 했는데 이런 것도 오세훈 후보를 뒷받침해주면서 자칫 당내에 ‘될 사람 밀어주자’는 식으로 안 대표 쪽으로 이반하려는 심리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도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안 대표에게 유리하지만은 않게 돌아갔던 것 같습니다. 

정권 반발심리가 야권에 반사이익으로 돌아갔지만 이게 안 대표 쪽보다는 국민의힘과 오세훈 후보 쪽으로 쏠린 측면도 있는 것 같거든요. 

류 : 그런 여러 가지 이유들을 하나씩 따져보면 결국 안 대표가 제1야당이 아닌 제3지대 후보로 나왔다는 근본적 한계와 모두 관련이 있거든요. 

그래서 안 대표가 만약 일찌감치 국민의힘과 합당하거나 본인이 입당한 뒤 국민의힘 안에서 싸우겠다고 했다면 안 대표의 승산이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있습니다. 

역사에 ‘만약’이란 가정은 무의미하다고도 하지만 실제로 김종인 위원장도 한 인터뷰에서 만약 안 대표가 진작 들어오랄 때 국민의힘에 들어왔으면 서울시장후보가 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안철수 실패 거울 삼아 국민의힘 직행할까

곽 : 조직력 패배인 셈인데 이게 결국엔 제3지대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럼 윤석열 전 총장도 안철수 대표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국민의힘에 들어가서 정치를 시작하는 게 합리적 방법일 수 있겠다는 셈법도 가능한 것 같습니다. 

류 : 우리가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제3지대 정치실험은 우리나라에서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고요. 

정말 어려운 시도라는 게 결과로 입증됐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이게 반드시 안되는 거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죠. 

다만 윤 전 총장이 지금 처한 상황에서는 더욱더 제3지대 시도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시간이 없다는 점인데요. 20대 대선은 2022년 3월9일 치러지니 이제 11개월 남은 거죠. 

윤 전 총장이 독자적으로 대선을 위한 조직을 꾸릴 시간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곽 : 대선을 치르려면 공약도 만들어야죠. 홍보활동도 해야죠. 그밖에 법률지원, 정보수집 등 조직과 인력이 필요한 부분이 생각보다 훨씬 많거든요. 

1년도 안 남은 시간에 이런 걸 전부 다 혼자서 구축하느니 이미 어느 정도 인프라를 갖춘 국민의힘에서 대선 도전에 나서는 게 분명 타당해 보입니다.

류 : 윤 전 총장의 개인기만으로는 제3지대에서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듭니다. 

해외사례를 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처럼 개인기로 제3지대에서 집권에 성공한 일이 있긴 한데요. 마크롱은 개인적 능력도 매우 뛰어난 데다 대단히 탁월한 정치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역대 프랑스 대통령 중 최연소 타이틀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윤 전 총장의 정치적 브랜드는 ‘반문의 상징성’ 이게 대부분이고 여기에 ‘공정과 정의’ 이런 이미지가 약간 보태진 느낌이거든요. 

어찌 보면 벼락스타이기도 한 셈인데 부족한 부분은 이미 갖춰져 있는 정당의 도움을 받아서 채워나가는 게 현실적 방법인 것 같습니다. 마크롱과 같은 천재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고요. 

아직까지는 윤 전 총장을 국가의 미래와 시대정신에 관한 비전을 제시한 인물로 평가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윤 전 총장이 그런 게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그것들을 제시하기에는 기회도 없었고 사실 그런 이미지도 아니잖습니까. 예컨대 4차산업혁명에서 거론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스마트공장 이런 것들을 떠올리면서 윤 전 총장과 어울린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진 않잖아요.

곽 : 국민의힘이 점차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21대 국회의원 선거 직후만 하더라도 그야말로 참패를 경험한거라 당의 존립조차 어려워 보였는데 지금 보면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을 앞서는 것 같아요. 

류 : 여론 조사기관마다 조사방식 등의 차이가 있어서 결과가 약간씩 다르게 나오는데요. 리얼미터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결과가 최근 나오고 있고요. 

한국갤럽에서는 줄곧 민주당이 앞서다가 이제는 오차범위 안 접전 양상이 된 것 같습니다.
 
곽 : 그런 것을 보면 국민의힘이 자체적으로 수권능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윤 전 총장으로서도 국민의힘에 들어갈 유인이 적지 않고 또 안철수 대표의 사례를 보면 국민의힘 안에서 경선을 치르는 게 유리해 보이기도 합니다. 

◆ 정주영에서 안철수까지 제3지대가 한국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근본적 이유

곽 : 여기서 우리가 과거 제3지대 역사를 돌이켜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시도들이 있었고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 살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류 : 거대 양당의 대안세력으로서 의미를 지니는 제3지대 시도는 꾸준히 있었습니다. 우리가 몇 번 언급했던 고건 전 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도 따지고 보면 제3지대 인물이죠.

하지만 실제 세력을 형성하고 집권을 위해 대통령선거에 어느 정도 근접한 사례는 정주영, 정몽준, 안철수 이 정도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밖에는 기존 양당에서 분열돼서 나왔거나 독립적으로 활동하다 결국 양당과 손을 잡거나 하는 식으로 기존 양당체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사례들이죠. 

곽 : 그럼 현대그룹 창업주이기도 한 정주영 전 통일국민당 대표최고위원부터 살펴볼까요?

류 : 정주영 전 대표최고위원은 기성 정치의 어두운 점들을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1992년 1월에 통일국민당 창당에 나섰고 그 해 2월8일 창당 대회를 엽니다.

그해 3월 열린 14대 총선에서 의석 31석을 얻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곽 : 제3지대 정치의 발판은 마련했네요. 

류 : 당시 여당이었던 민자당은 과반에 못미치는 149석, 민주당은 97석을 얻었는데요. 당시 언론에서는 통일국민당이 약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1992년은 총선과 함께 대선도 열린 해인데요. 이 때 정주영은 본인이 통일국민당 대선 후보로 나섭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영삼 41.4%, 김대중 33.4%, 정주영 16.1%로 3위에 머물렀고 이 때 김대중, 정주영 모두 정계은퇴를 합니다.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시다시피 다시 정계에 복귀했고 대통령이 됐죠.

곽 : 어쨌든 정주영의 제3지대 실험은 실패하고 말았네요. 

류 : 다음으로 정주영의 아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거의 대선 문턱에 이른 적이 있죠.

곽 : 2002년 월드컵 4강신화를 달성하며 국민적 인기가 치솟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류 : 정 전 의원은 1988년부터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는데요. 아버지가 창당한 통일국민당에 잠깐 머물렀던 것을 제외하면 2002년까지 무소속 정치인이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장인 데다 피파 부회장이기도 했죠. 현대중공업 대주주이기도 했고요. 

이런 배경을 활용해 2002 월드컵 유치에 공을 세웠고 월드컵 때 한국 대표팀이 4강까지 오르자 덩달아 정 전 의원의 인기도 치솟습니다. 이 때 정 전 의원의 대선 지지율도 크게 올라 당시 양당의 노무현, 이회창과 겨룰 정도가 됩니다. 

한때 노무현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노무현과 단일화 경쟁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대선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 후에는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에 입당하며 제3지대에서는 멀어지게 됐고 대선 기회도 결국 그 이후로 잡지 못했습니다.

곽 : 그 이후 가장 유력했던 제3지대 인물은 아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였던 것 같아요. 

벤처기업가, 청년멘토를 거쳐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 박원순 전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면서 인지도와 정치체급을 키우고 2012년 대선 때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올랐다는 얘기를 저희도 이미 몇 차례 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결국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중도에서 물러나면서 역시 대선 기회를 놓쳤죠.

류 : 안 대표는 그 이후에 한동안은 민주당계 진보진영에 머물다 탈당한 뒤 국민의당을 창당하며 제3지대 실험을 다시 시작합니다. 2016년 총선 때 국민의힘이 38석을 얻으며 제3지대의 가능성을 열기도 했지만 결국 그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서울시장선거에서 3위에 머물며 제3지대의 한계를 보였죠.

결국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서울시장에 도전했지만 야권 경선에서 또 실패하고 이제 아마도 보수진영에 둥지를 틀며 제3지대 도전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곽 : 제3지대 정치 시도가 실패했던 역사를 살펴봤는데요. 그러면 왜 실패하는 걸까요?

사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외에도 상당히 많은 소수정당, 무소속 후보가 출마했는데 따지고 보면 이런 분들도 제3지대라고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지지율을 보면 거대 양당에 한 없이 못미치는 게 현실입니다.

류 : 민주주의가 보장된 나라에서는 어느 곳이나 양당 우위의 질서가 자리잡는 사례가 많습니다. 

우리가 흔히 ‘양당제’란 말을 쓰지만 사실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법적으로 다당제인데 결국 양당구도가 공고화한 것이잖아요. 정확하게 말하면 다당제 속에 양당 우위 형태가 나타났다고 해야 하는 셈이죠.

원래 여러 정당이 공존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집권을 위해 이합집산을 하다보면 결국 양당 구도로 재편되는 경향성이 있는 것 같고요. 한번 양당구도가 고착화하면 좀처럼 구도가 깨지지 않고 양당이 서로 정권을 주고받는 형태가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선거제도도 한몫합니다. 우리는 국회의원을 뽑을 때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는데요. 한 지역에 한 사람만 당선되는 방식입니다. 단 한 표만 많아도 이기는 건데 진 사람의 표는 한 표만 적어도 모두 죽은 표가 되는 것이죠. 

대통령선거 때도 한 표만 많아도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머지 표는 모두 사표가 됩니다.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따지고 보면 사표가 발생한 것만큼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못한다고도 볼 수 있거든요.

곽 : 맞아요. 그런 선거제도가 양당체제를 더 굳게 만드는 것이란 지적이 많이 나왔고 지난 총선에서 도입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나온 거죠. 

하지만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즉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만들어지면서 오히려 양당의 의석 점유율을 더 높이는 결과를 낳아버렸죠.

류 : 현행 우리 선거제도에서는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심리가 매우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령 나는 정의당을 찍고 싶은데 어차피 정의당 국회의원을 고른다고 해도 안 될 게 뻔하다고 생각하면 제일 싫어하는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는 게 싫다고 민주당 후보를 대신 찍을 수 있는 거죠.

◆ 마크롱의 성공 신화, 한국에서도 제3지대 가능할까

곽 : 외국의 사례는 어떤지도 궁금한데요.

류 : 유럽 국가들은 우리보다 제3지대가 활발하다고 볼 수는 있겠죠. 기본적으로 선거제도에서 우리보다 제3지대 정당을 배려하는 부분이 많이 있거든요. 

우리도 도입한 연동형 비례제를 앞서 채택한 독일의 사례를 보면 우리보다는 아무래도 양당 이외의 정당들이 제3지대에서 활동할 공간이 넓게 마련됐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유럽은 여러 정당이 손을 잡고 연립정부를 구성하잖아요. 그러다보니 내가 선택한 정당이 다수당이 되지 않더라도 연립정부에서 지분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거든요.

곽 : 물론 유럽 국가들을 보면 우리보다 제3지대가 활성화할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나라보다 정치적 다양성도 더 나타나는 것 같고요. 

하지만 유럽 국가에서도 양당 우위의 질서가 적지 않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독일도 결국 기민당과 사민당 양당 우위체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결국 집권을 목표로 한 제3지대 정치가 가능하냐는 좀 다른 문제인 것 같거든요. 

류 : 유럽에서도 제3지대 성공 사례가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만 비교적 근래 프랑스에서 기존 양당이 아닌 새로운 중도정당을 창당해 집권한 사례가 있죠.

앞서도 잠깐 얘기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얘기입니다. 프랑스에서 대통령이 생긴 이래 최연소 대통령이라고 하고요. 그 전까지는 나폴레옹3세가 이 타이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물론 1공화국 때 로베스 피에르나 조르주 당통, 나폴레옹1세가 국가 지도자가 된 나이는 그보다 젊긴 했습니다.

마크롱이 창당한 정당 이름은 앙마르슈로 ‘전진당’이라고도 합니다. 우파의 공화당, 좌파의 사회당 양당 이외의 제3지대 정당을 만들었고 집권에도 성공한 거죠.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트 관료출신으로 관료생활을 하다가 투자은행에 몸담기도 했고 상당히 고액 연봉을 받았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후 마크롱 직전의 올랑드 대통령의 사회당 정권에서 장관을 지냈고요. 장관에서 물러난 뒤 앙마르슈를 창당하고 대통령에 출마해 집권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프랑스 정치상황이 상당히 특이했습니다. 거대 양당이라 할 수 있는 공화당과 사회당이 모두 지리멸렬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1차 투표 결과를 보니 1위 앙마르슈의 마크롱 24.01%, 2위가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21.30%로 결선에 진출했고요. 공화당과 사회당 후보는 모두 탈락합니다. 

프랑스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은 후보가 없으면 2차 투표를 합니다. 2차 투표에서 마크롱은 66% 넘는 득표를 하며 대통령에 오르게 됩니다. 

곽 : 마크롱의 제3지대 성공사례를 보면 먼저 양당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굉장히 컸던 것 같고요. 거기에 마크롱처럼 젊고 능력있고 개성있는 인물이 국민들의 심리를 잘 파고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결국 양당체제에 관한 국민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그런 바탕에 특출난 정치인의 등장, 다당제의 정치적 문화전통이 있는 제도적, 사회적 기반, 이런 게 모두 합해져 제3지대 성공기를 쓴 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류 : 프랑스 역사에서도 제3 정당이 집권한 사례는 마크롱의 앙마르슈가 처음입니다. 그만큼 드문 일이고 앞으로 다시 보기 쉽지 않을 수도 있는 특수한 사례라고 볼 수 있겠죠.

곽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적 행보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제3지대의 역사, 해외 사례 등도 함께 살펴봤는데요. 

제3지대 정치 도전이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 같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앞서 윤 전 총장은 5월경에는 정치적 거취에 관한 뜻을 밝힐 것 같다고 전망하기도 했는데요. 

제3지대의 실패 역사들을 떠올린다면 윤 전 총장의 선택도 아마 제3지대 보다는 국민의힘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되는데요. 

이제는 기정사실화된 윤 전 총장의 정계진출에서 그가 어느 곳에 터를 잡을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채널Who에서는 내년 대선까지 남아 있는 중요한 이슈들을 계속 살펴보며 주목해야 할 인물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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