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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택공사 직원 투기의혹 불똥 농협으로, 대출시스템 도마 위에

김남형 기자 knh@businesspost.co.kr 2021-03-08 17: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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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광명·시흥지역 투기 의혹으로 농협중앙회의 내부통제 및 감독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신도시사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농지담보대출을 받았는데도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을 놓고 농협 본연의 목적과 달리 담보대출을 통해 이자수익을 거두는 데만 신경을 썼다는 시선도 있다.
 
토지주택공사 직원 투기의혹 불똥 농협으로, 대출시스템 도마 위에
▲ 농협중앙회 전경.

8일 농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지역 농축협이 존재하는 근본 취지가 훼손되고 있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반 시중은행은 농지를 담보로 대출을 잘 내주지 않는다. 하지만 단위조합인 농축협은 지역에서 농사짓는 실수요자들에게 금융지원을 위해 농지담보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대규모로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농업인을 위한 금융지원 취지가 빛이 바래게 됐다. 

토지주택공사 직원이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담보대출을 신청했는데 아무런 의심 없이 대출이 이뤄진 것을 놓고 대출점검시스템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대출 과정에서 재직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농협은 이들이 토지주택공사 직원인 점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실제 농사를 짓는지는 행정기관이 확인하는 것이며 대출 심사대상이 아니다”며 “상환능력 등을 검토한 뒤 적법한 절차를 거쳐 담보대출이 나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농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 농지를 매매로 취득하기 위해선 농지취득 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한다.

농지 매입을 위해 농지취득 자격증명을 발급받으려는 사람은 농업경영계획서 등을 작성해 농지가 소재한 시·구·읍·면에 제출하고 실현 가능성 여부를 인정받아야 한다. 농지 소재지 지자체장은 농업경영능력 등을 고려해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이를 인정한다.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은 농지취득 자격증을 획득해 대출을 신청했다. 농협으로서는 대출을 내주는 데 절차상 문제가 없던 셈이다.

‘대출 쪼개기’ 정황이 포착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농협이 대출을 통해 이자수익을 내는 데만 신경을 쓴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출 쪼개기는 여럿이 모여 공동으로 소유할 땅을 담보로 각각 돈을 빌려 투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을 말한다.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의혹을 처음 제기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에 따르면 시흥시 과림동 일대의 15억1천만 원 상당(3996㎡)의 농지 소유주는 모두 4명의 토지주택공사 직원이다.

이 가운데 3명이 농지를 담보로 각각 대출을 받았다. 전체 대출금 추정치는 9억5천만 원이다. 

대출액은 통상 대출액의 120%가량을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으로 잡는 점을 고려해 계산됐다.

22억 원가량의 다른 농지는 5명이 각각 2억~4억 원가량씩 대출을 받아 약 17억 원을 마련했다.

시중은행에서는 공동소유자가 여러 명인 땅을 담보로 소유자 각자에게 대출해주는 일은 많지 않다. 한 명이라도 이자를 연체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부실을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은 5일 “지분까지 나누고 수십억 원 대출까지 받아가며 토지를 매입한 이들의 행태는 파렴치한 국민기만 행위”라며 “농협 대출 과정에서도 또 다른 문제가 없었는지 살피고 농협중앙회의 단위농협을 대상으로 한 통제 및 감독체제가 미비한 지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단위농협은 행정부의 감독권이 금융감독원이 아닌 농림수산식품부에 있어 전문적 감시를 피할 수 있다. 금감원은 필요한 규제를 농림수산식품부에 건의하고 검사 때 지원하는 정도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농협중앙회가 전국에 산재한 수많은 단위농협들을 일일이 통제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농협중앙회와 금융당국의 통제·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현재까지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의혹과 관련해 대출을 내준 농협은 북시흥농협 한 곳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제보를 받아 일부 지역의 땅만 찾아본 결과인 만큼 광명·시흥지역 신도시 전체로 확대해 조사하면 다른 농축협도 대출을 내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의혹이 일면서 정부가 3기 신도시 전반을 놓고 전수조사에 실시하고 있는 만큼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우선 급한 대로 국토교통부와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결과를 이번주 후반경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토지주택공사 직원 10여 명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안에 약 2만3천m² 토지를 신도시로 지정되기 전에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100억 원가량을 들여 농지를 샀는데 이 가운데 금융권 대출액 58억 원(추정치)이 북시흥농협 한곳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인정비율(LTV)은 최대 70%까지 적용됐다. 금융당국이 상호금융권에 허용하는 최대치다. 시중은행에서 개인의 비주택 담보인정비율은 60%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단위농협을 찾은 이유로 담보인정비율을 높게 적용받아 대출 한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담보인정비율도 70% 밑으로 이뤄진 만큼 규정범위 안에서 대출이 이뤄졌다”며 “3년에 걸쳐 10여 명이 차례로 대출을 받은 것이지 한꺼번에 대출을 받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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