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언주 전 의원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
부산시장선거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시선이 불안감으로 가득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띄운 가덕도신공항으로 부산 민심이 심상찮게 돌아가는 마당에 이언주 전 의원 등의 돌출행동으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말이 나온다.
29일 국민의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부산시장 예비후보인 이언주 전 의원의 전날 기자회견이 부산시장 선거에 새로운 악재로 떠오를 것이란 우려가 국민의힘 안에서 커지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가덕도신공항에 반대한다는 오해를 부산시민 다수가 품게 돼 부산민심이 급격히 악화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국민의힘 지도부를 공격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후보직에서 물러나겠다"면서 '조건부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전 의원의 이날 기자회견은 '폭탄선언'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 전날 갑자기, 그것도 부산이 아닌 서울에서 진행하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조건부 사퇴' 얘기가 나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조건부 출마' 선언만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는 당 지도부 행보와 엇박자를 내는 것이도 하다. 김종인 위원장도 가덕도신공항과 관련한 부산민심의 향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어 2월1일 직접 부산을 방문하는 일정을 잡아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예비후보가 방대한 조직을 움직이며 여론조성을 하려면 한 달에 족히 수억 원씩 들어간다”며 “불가피하게 불법자금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해 새로운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 전 의원 또는 박형준 예비후보가 수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쓰고 있다는 '고백'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다.
여당은 곧장 공격에 나섰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전 의원 주장이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하고 충격적”이라며 “이 전 의원은 불법 돈선거의 실체를 알고 있다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중에 이 전 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정한 선거를 하자는 취지에서 한 얘기”라고 말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태세를 보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전 의원의 돌발행동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일찍이 이 전 의원의 네거티브 공세도 국민의힘에게 큰 골칫거리였다.
이 전 의원은 현재 부산시장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박형준 동아대학교 교수를 겨냥해 ‘무고 교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과거 박 교수가 총선 경쟁자인 유재중 전 의원을 흠집 내기 위해 한 여성에게 성추행 고소를 하도록 사주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런 이 전 의원의 행동을 두고 “근거 없이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후보 자격 박탈까지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후보 사이 도덕적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 전 의원의 행보를 두고 ‘극약처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당 안에서 나온다. 부산 민심의 동향을 심각하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부산 남갑)은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박형준 교수와 이언주 전 의원) 둘 사이 싸움이 부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공천관리위원회가 둘 가운데 틀린 주장을 한 후보를 과감하게 쳐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진 의원의 '등장'이 이 전 의원의 돌출행동과 겹쳐지면서 나쁜 쪽으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조 의원은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고민정 민주당 의원을 두고 “조선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적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해 실시된 21대 총선에서 고 의원이 정권 차원의 지원을 받아 당시 오세훈 후보를 지역에서 이겼다는 점을 들어 '후궁'에 빗댄 것이다.
민주당은 곧장 조 의원의 말을 두고 ‘성희롱’, ‘희대의 망언’, ‘저질스런 망언’이라며 비판했고 국민의힘 안에서조차 부적절하다며 성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 의원이 하루 만에 “비유적 표현이 여성 비하의 정치적 논란거리가 됐다는 자체가 아프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고 의원이 모욕죄로 고소했고, 민주당은 조 의원의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론 반응도 대체적으로 싸늘하다.
조 의원의 '후궁' 발언은 오세훈 전 시장의 '조선족' 발언으로 이어져 논란거리를 하나 더 쌓았다.
오 전 시장은 28일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출연해 지난 총선 때 서울 광진구갑 선거구에서 고 의원에게 패배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양꼬치 거리에 조선족에서 귀화한 사람 몇 만 명이 산다”며 “이 사람들 90%가 친민주당 성향”이라고 말했다.
선거구 유권자 가운데 일부를 반대편으로 규정한 데다 귀화주민, 특정 민족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비춰져 비판이 적지 않다. 정치적 진영으로 나눠 혐오를 부추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일 돌출행동과 막말이 이어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경계심도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선거에서 겪었던 돌발악재의 악몽을 떠올리기도 한다.
지난해 4월 총선 때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선거 막바지에 세월호 막말, 세대 비하, 부적절한 공약 등이 나와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다. 당시 이런 막말 탓에 경합 지역 몇 군데에서는 당락의 최종 결과가 뒤집어졌다는 자체분석도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