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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호 함태호 구본무, 그들의 철학에 조금은 따뜻하다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12-28 15: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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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기업 윤리와 기업인 윤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해였다.

애써 드러내지 않고 사회에 따뜻함을 전한 기업인들도 많다.

◆ 새단장한 교보문고 뒤에 창업주 정신 깃들여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12월 11일 3개월 동안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태어났다. 1991년과 2010년에 이은 세 번째 리뉴얼이다.

  신용호 함태호 구본무, 그들의 철학에 조금은 따뜻하다  
▲ 고 신용호 교보생명 명예회장.
이번 리뉴얼의 특징은 이용자들이 책을 읽기에 더 좋은 공간으로 변신했다는 점이다. 교보문고는 오프라인 서점의 위기를 맞고 있는 와중에도 책을 읽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것이 100명이 앉을 수 있는 초대형 책상이다. 5만 년 된 소나무로 만든 이 테이블은 서점이라기보다 마치 공공도서관에 온 것처럼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한다.

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를 대거 늘렸다. 소파형, 벤치형, 테이블형 등 모두 20곳에 3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배치했다. 서가 높이를 낮추고 서가 간격을 넓히는 등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을 만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이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뉴얼 기간에 영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2010년 리뉴얼 때는 4개월 동안 영업을 중단해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전면 영업중단 대신 4개 구역으로 나눠 칸막이를 설치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이번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리뉴얼에는 교보생명의 창업주인 신용호 명예회장의 철학이 담겨있다. 신 명예회장은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1981년 광화문 네거리에 교보문고를 열었다.

신 명예회장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수익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며 단일층으로서 세계 최대 규모의 서점을 만들었다.

신 명예회장은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초등학생에게도 반드시 존댓말을 쓸 것 △책을 한 곳에 오래 서서 읽는 것을 절대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책을 이것저것 빼보기만 하고 사지 않더라도 눈총 주지 말 것 △앉아 노트에 책을 베끼더라도 제지하지 말고 그냥 둘 것 △간혹 책을 훔쳐 가더라도 도둑 취급하면서 절대 망신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데려가 좋은 말로 타이를 것 등의 경영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오뚜기, 전 직원 정규직에 장애인재단에 300억 기부

오뚜기는 9월 말 기준으로 직원 3231명 가운데 계약직이 한 명도 없다. 100% 정규직이다.

  신용호 함태호 구본무, 그들의 철학에 조금은 따뜻하다  
▲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
오뚜기는 식품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파견직으로 고용하는 마트 시식사원 1800명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강구만 오뚜기 홍보실장은 “시식판매 여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가 9.1년으로 전체 여직원 평균 7.8년보다 길다”며 “정규직으로 뽑아 이들이 제품에 대한 애정도가 높아져 회사 입장에서 오히려 덕을 본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우리에게 찾아와 '우리 회사 제품을 늘려달라' '제품을 잘 보이는 데 진열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건 정직원으로 고용된 오뚜기 직원뿐”이라고 말했다.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은 11월17일 오뚜기 주식 3만 주를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약 315억 원 규모다. 함 명예회장은 기부를 알리지 않았으나 오뚜기가 지분 변동 사실을 공시하면서 기부 소식이 알려졌다.

밀알복지재단은 1979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 장애인 복지사업을 주로 한다. 대기업 오너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경영권 우회승계 목적으로 대거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사례가 종종 있지만 함 명예회장은 외부 재단에 주식을 기부했다.

함 명예회장의 아들 함 회장 역시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해 회사에 지인들이 와도 회사 비용을 사용하지 않고 자기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대접하는 등 정도경영을 지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너 일가가 지분 다수를 보유한 계열사들이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목은 옥에 티다. 함 명예회장과 함 회장이 지분 35.63%를 보유한 오뚜기라면은 지난해 매출 99.5%를 내부거래로 올렸다. 상미식품, 알디에스 등도 내부거래 비중 90%를 넘었다.

◆ 구본무 “국가나 사회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기업 보답해야”

LG그룹은 8월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폭발로 신체 일부를 잃은 김정원 하사와 하재헌 하사에게 치료와 재활을 위해 5억 원씩 위로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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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
국방부가 규정에 따라 지뢰 폭발로 부상을 당한 이들의 병원 진료비 일부를 자비로 부담하도록 하는 등 논란이 많았는데 LG그룹이 정부도 하지 못한 일을 했다고 주목을 받았다.

LG그룹이 전달한 위로금은 전경련 차원의 지원금 1천만 원, GS그룹이 남촌재단을 통해 지원한 1천만 원의 50배에 이른다.

LG그룹이 부상 장병에게 고액의 위로금을 지급하자 군 출신인 황진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해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 구 회장은 황 사무총장에게 “이런 일에 쓰려고 돈 버는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국가나 사회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게 기업이 사회적인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이에 따라 LG복지재단은 올해 LG의인상을 제정해 처음 수여했다.

올해 LG의인상에는 교통사고 응급처지 중 사고로 목숨을 잃은 정연승 상사와 철도에 뛰어든 장애 청소년을 구하다 순직한 이기태 경감이 수상자로 선정돼 유가족들에게 1억 원의 위로금이 전달됐다.

LG그룹은 지난해 7월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복귀하던 소방헬기가 추락하는 사고로 사망한 소방관 5명의 유가족에게도 1억 원씩 위로금을 전달했다. 2013년에 바다에 뛰어든 시민을 구하려다 희생된 정옥성 경감 유가족에게 5억 원의 위로금과 자녀 3명의 학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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