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규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관료출신 경영자의 제약을 넘고 신한라이프 대표에 내정되며 대형생명보험사 통합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책임지게 됐다.
성 사장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의 적극적 지원을 등에 업고 통합법인 신한라이프의 성공적 출범과 안착을 이뤄내야 하는 특명을 안고 있다.
21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내년 초부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본격적 통합작업이 성 사장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조 회장과 신한금융 이사회는 성 사장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합병한 뒤 이끌어 갈 경영구상과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통합법인 신한라이프 대표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성 사장과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이 두 회사가 합병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거나 합병 뒤에도 당분간 함께 경영을 책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조 회장과 이사회는 성 사장을 일찌감치 신한라이프 대표로 결정해 통합작업에 전권을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임기도 이례적으로 2년 연장을 결정하며 확실하게 힘을 실어줬다.
정문국 사장은 우선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는데 향후 역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성 사장은 내년 7월1일로 정해진 신한라이프 출범 때까지 두 회사 조직체계 개편과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 등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출신 임직원과 사업조직의 순조로운 통합, 설계사 등 인력 유출 방지와 조직 효율화 등이 성 사장의 주요 과제로 꼽히고 있다.
조 회장이 신한생명 대표 취임 이전까지 금융회사 경영경험이 전무한 성 사장에게 두 회사 통합이라는 중책을 맡긴 것은 상당히 이례적 선택이라는 말이 나온다.
반면 성 사장이 오랜 경험이 없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임직원들의 화학적 통합을 추진하는 데 오히려 적임자라는 시선도 있다.
성 사장은 최근 신한생명에 보험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 신한금융플러스를 설립해 영업채널을 다각화하고 영업방식에도 디지털기술 등을 활용해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플러스가 신한생명과 다른 인센티브 체계 등을 갖출 수 있는 만큼 오렌지라이프 출신 보험설계사를 일부 흡수해 인력 이탈을 방지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신한라이프로 통합 뒤 구조조정 등 조직 효율화를 추진하는 일은 성 사장에게 다소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신한금융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생명보험사 통합을 추진하는 지주사 측에서는 당연히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조직이 효율화되고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한생명 임직원이 이전에 구조조정 가능성 등을 이유로
정문국 사장의 신한생명 대표이사 선임을 반대했던 사례 등을 고려하면 조직 효율화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 사장이 연임에 성공해 신한라이프 대표에 올랐다는 점은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도 조 회장과 이사회에 어느 정도 해결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신한라이프로 합병을 마무리한다면 자산규모 기준 국내 4위권의 대형보험사로 부상하게 된다.
이런 규모의 대형 보험사 합병은 그동안 전례가 없던 일이어서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과거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을 이뤄냈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가능한 빨리 조직 안정화와 시장 안착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당시 은행 합병작업에 실무를 담당했던 이영종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를 내정해 신한라이프 출범 때까지 한시적으로 경영을 맡아 성 사장을 돕도록 했다.
결국 성 사장에게는 조 회장과 신한금융 이사회가 보낸 적극적 지원과 신임에 신한라이프 출범 뒤 성과를 통해 보답하는 과제가 남게 됐다.
성 사장의 경영 성과는 금융지주사에서 다소 보수적으로 꼽히는 외부출신 경영자의 역할 확대에 중요한 선례가 될 수도 있다.
성 사장은 1967년 태어나 신한금융 계열사 CEO 평균연령보다 젊지만 금융위원회 보험과장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과 보험개발원장 등을 거치며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신한생명 CEO에 취임하기 전부터 보험업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디지털 신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만큼 신한라이프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을 공산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