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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5일 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CJ그룹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으로 기대하고 사실상 경영복귀의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이 회장이 15일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경영공백의 장기화는 불가피해졌다.
CJ그룹 경영에서 한 축을 맡아온 이미경 부회장도 건강이 좋지 않아 사실상 경영에 손을 놓고 있다.
CJ그룹은 오너 일가인 손경식 회장과 전문경영인인 이채욱 CJ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꾸려갈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이런 체제로 내실경영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인수합병이나 해외진출 등은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CJ그룹은 한편으로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25)씨로 경영권 승계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기회에 CJ그룹의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경영권 승계작업 본격화 하나
CJ그룹은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뒤 20여년 동안 이 회장 중심으로 경영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 회장이 2013년 구속기소된 이후 CJ그룹은 손경식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이채욱 부회장 등이 참여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해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비상경영체제가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회장 부재상황에서 CJ그룹을 지탱해 왔던 이미경 부회장이 건강문제로 미국에서 요양하며 경영에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판결로 CJ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25)씨는 현재 CJ올리브네트웍스 대주주로서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씨는 8월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 때 이 명예회장의 영정사진을 들고 운구행렬에 선두에 섰다.
이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당분간 경영일선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막히면서 장남인 이씨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작업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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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회장의 장남 이선호씨. |
이씨가 20대 중반으로 나이가 젊은 데다 사원 신분이기 때문에 당장 경영전면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씨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1.30%를 보유하고 있다. 이씨는 씨앤아이레저산업(37.89%), CJ파워캐스트(24%),CJE&M(0.68%) 등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씨는 2013년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CJ그룹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CJ제일제당에서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수년 전부터 방학 때마다 국내에서 CJ제일제당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며 실무경험을 쌓아왔다. 이씨는 지난해 말 280억 원어치의 주식을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아 CJ올리브네트웍스의 대주주에 올랐다.
재계 일각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가 지주회사인 CJ와 합병하는 등의 방식으로 CJ그룹이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지배구조 개편 필요하다는 목소리
이 회장의 경영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CJ그룹이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예전 SK그룹과 마찬가지로 CJ그룹도 당분간 계열사 CEO협의체 등을 두고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2년6개월이나 총수가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지배구조 개편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시간을 두고 전문경영인 체제 등을 포함한 대안이 논의돼야 한다”며 “안정된 체제를 하루빨리 갖춰야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물리적으로 이 회장의 경여복귀는 불가능해졌다”며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에도 이른 시점이고 결국 전문경영인을 세우고 당분간 위탁경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총수는 총수이고 회사는 회사인데 언제까지 회사가 회장의 옥중 뒷바라지만 할 수는 없다”며 “나중에 사면을 받더라도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 인수합병, 해외진출 확대 차질 불가피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운 지난 2년 동안 CJ그룹은 비교적 선방했다. 오너의 부재라는 악재 속에서도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내실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기업 인수합병(M&A)나 대규모 개발사업, 해외시장 개척 등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CJ그룹은 CJ대한통운, CJ오쇼핑 등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웠는데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운 뒤 주요 인수합병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올해 들어서만 티몬(2월), 대우로지스틱스(9월), 동부익스프레스(10월), 동부팜한농(11월), 코웨이(12월) 등의 인수를 검토하다 막판에 포기했다.
이채욱 CJ그룹 부회장은 “대규모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인수합병이나 투자사업은 리스크가 많아 오너가 최종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전문 경영인이 단독으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투자 실적도 매년 축소되고 있다. 이 회장이 구속기소되기 전인 2012년 2조9000억 원을 투자했지만 2013년 2조5600억 원, 2014년 1조9천억원으로 해마다 투자규모가 뒷걸음질 했다.
이는 위험이 있는 사업에 투자하기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기 때문인데 앞으로 이런 경영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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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세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파기항소심 선고를 받기 위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 매출 100조 계획 흔들
CJ그룹은 매년 1월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발표해 왔는데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뚜렷한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그룹 총수가 없는 가운데 종합적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 계열사별 굵직한 사업들이 대거 보류되거나 중단됐기 때문이다.
CJ그룹 내부의 인사적체 문제도 심각하다.
CJ그룹은 매년 10월 임원인사를 실시했지만 이 회장 구속 이후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2013년 12월 인사를 실시했고 지난해의 경우 해를 넘겨 올해 4월 13명의 신규임원 승진만 발표하는 등 최소한의 인사에 그쳤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내년에도 투자계획을 내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CJ그룹 매출이 최근 3년 동안 30조원을 밑도는 등 성장시계가 완전히 멈췄다"며 "세계 톱10 문화기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20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을 달성한다는 글로벌 CJ 비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