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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가시화, 재해 많은 철강 화학 중공업 대기업 긴장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0-12-15 16: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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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가시화, 재해 많은 철강 화학 중공업 대기업 긴장
▲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기업의 과실과 관련해 처벌의 범위와 수위를 강화하는 법안들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어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이 논의되고 있는데 기업들은 정치권에 어려운 경영환경을 고려해 완화해 달라고 호소하면서 내부적으로 대응책 마련에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5일 경영계와 법조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기업들은 정치권이 준비하는 기업책임 강화법안의 국회 통과를 대비해 법무팀 내 관련 대응조직을 신설하고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법무법인들도 법안이 통과된 뒤 기업들의 의뢰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전담조직을 구성해 사전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업처벌 강화 법안 가운데 가장 눈앞에 다가온 것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중 임시국회를 열어 이 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사업주의 책임과 이에 따른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현장의 관리책임자뿐 아니라 기업 경영진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벌금이나 손해배상 규모도 크게 늘어난다. 원청 사업자가 하청 사업장의 산업재해와 관련해 공동 의무를 지는 조항이 포함될 수도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철강, 화학, 중공업 등 중후장대업종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업종 특성상 현장에서 사고가 잦은 데다 사고가 일어나면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잇달아 사망사고가 벌어진 포스코그룹도 긴장하고 있다.

9일 포스코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직원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월 포스코 광양 제철소에서 포스코 직원 1명과 협력사 직원 2명 등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뒤 후속 안전대책을 내놓았으나 일주일 만에 또 사망사고가 나왔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5년 동안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에서 4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음에도 경영진의 안전 불감증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며 “일하다 죽는 것은 기업의 살인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포스코와 같은 무책임 기업을 제지하기 위해서라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논의도 국회 안팎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법무부는 두 제도와 관련한 개정안을 내년 초까지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가운데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가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의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구제를 받는 제도다.

집단소송제를 도입한 미국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도 소송 결과에 따라 배상을 받을 수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공동소송에 참여한 당사자들만 배상을 받는다.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사건, 생리대 유해물질 사건 등 다수의 피해자를 낳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집단소송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기업이 불법 행위를 통해 이익을 얻으면 이익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손해배상액이나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손해에 대응해서 보상하는 기존 손해배상 방식으로는 불법행위의 예방 효과가 크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제도다.

기업들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배상제 등이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주고 소송 비용 등으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외 로펌이나 블랙컨슈머 등이 악의적으로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 옥죄기’ 법안을 내놓는다는 성토의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이런 제도들이 기업의 윤리경영을 이끄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쪽도 있다.

미국 사례에서도 법원이 처벌 수위나 배상 액수를 결정할 때 기업의 여건과 재정적 상황 등을 감안하고 있는 만큼 현재 기업들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각 기업별로 기업처벌 법안에 대응할 역량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에는 법의 도입을 유예해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은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집단소송·징벌적 손해배상법안 공청회’에서 “법적 대응이 취약한 영세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만큼 관련 법을 도입하더라도 충분한 유예기간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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