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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현직 변호사가 말하는 변호사라는 직업의 환상과 현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0-11-26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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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 등 미디어를 통해 변호사라는 직업에 환상을 지니게 된다.

현직 변호사에게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대우를 받는지 알아보자.

■ 방송 : Job Is ?(자비스)
■ 진행 : 이영미 부사장 (커리어케어 글로벌 사업본부장)
■ 출연 : 서여진 법무법인 산우 변호사       


이영미 부사장(이하 이): 이번에 함께 이야기를 해주실 법무법인 산우 소속 티엘서비스의 서여진 변호사 나왔습니다.

서여진 변호사(이하 서): 안녕하세요. 저는 법무법인 산우 소속 변호사로서 티엘서비스라는 이름 아래 중소기업 법률자문과 로펌 문서 외주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서 변호사 같은 경우에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셨으니깐 당연히 법조인이 되려고 한 것 같은데요. 판사와 검사, 변호사 중 변호사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서: 사법연수원 2년차 때 법원, 검찰, 로펌에서 2개월씩 실무수습을 하였습니다. 2개월 동안 수박 겉핥기식으로나마 각 기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근무하고 있는 선배들과 식사, 만남을 통해 그 세계를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한 조직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면 환경에 맞추어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가 변하는데, 로펌 선배들에게 느낄 수 있는 에너지, 활기가 좋았습니다.

간단히 말해 똑같은 45살인데 로펌 45살이 법원 45살에 비해 훨씬 젊고 멋져보였습니다. 10년, 20년 후의 내 모습은 판사나 검사가 아닌 변호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당연히 급여 차이도 고려했고요. ‘법조인 소득총량 불변의 법칙’이라는 말도 있긴 했지만 당장 젊을 때 박봉에 시달리기는 싫었습니다.

이: 서 변호사는 김앤장에서 근무를 오래했는데요. 김앤장 같은 대형 로펌에서는 각자 본인이 담당하는 전문분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그러한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변호사님은 실제로 어떤 분야를 담당하셨는지도 말씀해주세요.

서: 예전에는 크게 기업자문(corporate)과 금용(finance), 소송 및 형사(litigation, criminal) 부문이 있었고 그 안에서 무수하게 종으로 횡으로 나누어졌습니다.

요즘은 컴플라이언스(기업 건강관리와 유사), 경영법률자문, 분쟁 이렇게 구분하고 산업별, 국가별 그룹도 있습니다. 그때그때 만들어졌다가 없어지는 팀도 있고요. 요즘은 코로나19 대응팀도 있습니다.

워낙 세분화되어있고 결국 어느 지점에서는 중첩되기 때문에 1명이 대부분 3~4개 전문분야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라면 관련되는 프라이버시, 정보보호, 영업비밀 전문가이기도 하고 특정 고객사의 지식재산권 관련 자문업무를 하다가 그 고객사가 중국 진출하면 중국 진출 관련 전문가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기업 인수합병, 공정거래, 인사노무 쪽 일을 많이 하였습니다.

이: 그런 분야의 선택은 본인이 한다고 하면 맡을 수 있는 건가요? 처음에 입사하면 로펌에서 정해서 분야를 정해 주는 것인지요?

서: 특별히 어떤 업무를 위해 채용된 것이 아니라면 처음 1~2년 동안 최대한 본인의 선택을 존중해 줘 해당 분야에서 다양한 기회를 주었습니다.

다만 그야말로 기회를 주는 것이므로 제공된 기회 속에서 성장하고 자리 잡는 것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본인의 희망이라는 것도 업무를 하다보면 계속 변해서 로펌에 남아있는 한 결국은 그 시점에 본인이 비교적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이: 서 변호사는 김앤장에서 근무하다가 필립모리스라는 외국계 담배회사로 파견 근무를 하셨던데 이런 경우도 흔한가요? 또 기업으로 파견을 나가면 주로 어떤 업무를 하게 되는 건가요?

서: 그 당시에는 흔하지 않은 사례였는데 최근 고객사 관리 차원에서 파견근무 기회가 늘고 권장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파견 가서 하게 되는 업무는 파견목적에 따라 다른데요, 만약 특정 조사나 프로젝트를 위해 파견됐다면 그 조사 대응 또는 프로젝트 관련 업무만 집중적으로 합니다.

저는 임시 공석이 된 사내변호사 자리를 채우기 위한 것이어서 일반 사내변호사처럼 다양한 업무를 하며 회사 행사 등에도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이: 많은 변호사들이 로펌에서 경력을 들고 계속 일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기업으로 옮겨서 기업 경험을 쌓아 일을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혹시 조언을 해 준다면?

서: 각자의 장단점이 있으니 성향이나 상황과 흐름에 따르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로펌에서 입지와 경력을 닦아나가는 것을 추천하고요. 그 과정에서 기업 근무의 기회가 제공된다면 다양한 경험 및 경력 확대를 위해 용기를 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실력과 평판을 잘 쌓은 분들은 로펌과 기업을 자유롭게 넘나들기도 합니다. 

이: 서 변호사는 미국변호사 자격증도 들고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반드시 필요하시다고 판단을 해 딴 것인가요?
 
서: 일하던 로펌에서 해외연수를 보내주었고 그 기회에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비로 취득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미국변호사 자격증이 있다 하더라도 미국 현지 로펌에서 실무경험을 쌓지 않으면 그야말로 장롱면허가 되거든요. 다만 국내에서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 때에는 꽤 플러스요인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미국 변호사에는 LL.M과 J.D가 있습니다. 차이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서: J.D는 미국 학생들이 가는 일반 로스쿨, LL.M은 외국 법조인을 위한 1년짜리 특별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간과 과정의 특성상 LL.M을 통해 미국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받을 수는 있으나 깊이 있는 전반적 미국법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기는 어렵습니다. 공부를 계속하고자 한다면 J.D로 옮기는(transfer) 사례도 있습니다. 

이: 변호사의 경력관리도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변호사가 되고 경력을 쌓고 보니 이런 커리어 트렉으로 가면 좋을 것이다 하는 개인적 의견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 옛 어른들 말씀과 비슷한데 특별히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면 초기 진입이 어려운 곳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당장 법원이나 대형 로펌이 내 기호나 성격에 안 맞더라도 진입이 어려운 곳에서 시작하면 다른 방면으로 확대해 나가기가 비교적 더 쉽습니다. 

그리고 끌리는 전문분야를 빨리 찾되 항상 새로운 경험, 기회 가능성을 찾는 열린 자세를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변호사로 시작하는 시점에 목표와 꿈이 분명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거든요. 28살의 꿈과 성향, 목표는 32살, 35살, 40살에 변합니다. 사랑처럼 일에 대한 열정과 목표도 계속 떠오르고 지고 경로를 바꾸더라고요.

어느 조직에서 일하더라도 결국 변호사는 ‘1인기업’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조직의 부품으로서의 내가 아닌 개인 변호사로서 역량 기회, 확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언뜻 조직의 이익에 상반될 것 같지만 그런 자세를 지닌 분들이 더 조직에 도움이 되고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이: 사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대형 로펌의 변호사를 캐릭터 모델로 많이 스토리를 만들어 내어서 우리는 변호사에 대한 일종의 환상 같은 것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엄청난 연봉, 주변의 대우 등등 관련한 것들인데 실제로 어떤지 궁금합니다.

서: 톱그룹으로 올라가지 않는 한 그냥 내 집과 내 차를 마련하고 애들 학교와 학원 정도 마음 편히 보낼 수 있는 연봉입니다. 비교적, 평균적으로 더 윤택한 삶을 사는 것은 맞지만 결코 엄청나지 않습니다.

다만 ‘엄청난 연봉’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다른 직업에 비해 확률적으로 높겠지요.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올라가는 확률보다는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하는 것이 단순 숫자상 확률은 더 높으니까요. 

주변 대우는 변호사가 오히려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결국 변호사는 서비스직이고 타인이 의뢰한 일을 해결해주고 돈을 받잖아요. 갑을관계의 을에 해당하므로 주변 대우 바라면 망하기 쉽습니다.

대우는 전교 1등 했을 때, 사법시험 합격했을 때 부모님과 친척분들이 해주는 것에서 마무리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마지막 질문입니다. 최근 기업에서 사내변호사 채용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기업 내 여러가지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나 글로벌 확장에 따른 필요성에 의해서 그러한 것 같습니다.

서 변호사께서 생각하기에 기업에서 변호사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지, 그리고 변호사의 입장에서 기업의 법무팀에서 근무할 때 어떤 자세로  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답을 해주면 어떨까 합니다.

서: 기업 관점에서 사내변호사는 주치의나 전속 양호선생님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대학병원 교수보다 감기 걸리면 가고 예방접종 받으러 가는 인근 소아과가 당연히 내 아이 건강상태와 이력을 더 잘 알고 있고 아이도 편하게 진료받을 수 있습니다.

기업은 사내변호사를 기업의 기획, 영업, 전략 전 단계에서 참여시켜 기업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여 작은 위험도 미리 감지하여 건강관리를 도와주는 주치의처럼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변호사 역시 나는 기업의 주치의라는 자세로 법무에 한정되지 말고 기업의 모든 측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로펌에서 근무하다가 기업으로 이직한 변호사가 ‘사내변호사는 로펌이 배달해준 재료로 기업에게 필요한 요리를 하는 요리사’라고 말하더라고요. 기업에게 필요한 요리는 결국 평소에 그 기업의 식습관, 운동, 영양제같이 사소하나 궁극적으로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세세하게 파악하여 관리해두어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나는 변호사가 아니라 이 회사 사람이라는 자세로 일을 하면 서로에게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 바쁘신 중에 시간을 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누군가 법률적 도움이 필요한 때에 내 일처럼 도와주는 컨설턴트로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굉장히 전문적이면서도 친절한 서 변호사를 뵙고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일처럼 생각하고 도와주려는 서비스 마인드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도 알찬 정보로 만나뵙겠습니다. 오늘 자비스는 여기까지 입니다. [채널Who 남희헌 기자]
 
서여진 법무법인 산우 변호사는 사법시험 46회에 합격했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과 변리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다가 필립모리스코리아에 파견근무를 했다. 법률사무소 이소의 대표변호사를 지냈고 현재는 법무법인 산우 소속 티엘서비스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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