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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나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5-12-02 16: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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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포석을 깔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이 자사주를 취득하고 있는 것이 그 전조라는 것이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정점에 두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양 날개로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는 경영권 승계구도를 마련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간금융지주회사의 법제화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처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많다.

◆ 자사주 취득, 중간금융지주회사 포석인가

대신경제연구소는 2일 발표한 ‘삼성그룹 주주환원정책의 시사점과 제언’이라는 보고서에서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포석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 팀장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이 비슷한 시기에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으며 삼성전자와 달리 취득 뒤 소각도 하지 않는다”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시나리오 가운데 중간금융지주 전환에 대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생명이 계획대로 자사주를 취득하면 자사주 비중이 8.66%로 늘어나게 된다. 삼성화재도 이번에 자사주 취득을 끝내면 보유하는 자사주가 16.02%로 증가한다. 삼성증권도 자사주 8.71%를 확보하게 된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는 상장되거나 등록법인인 금융자회사의 주식을 30%, 비상장되거나 등록법인이 아닌 금융자회사의 주식을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이번 자사주 취득 결정으로 이런 금융지주회사의 요건을 상당 부분 충족하게 된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지분 34.41%와 삼성자산운용 지분 98.74%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화재 지분 14.98%와 삼성증권 지분 11.14%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앞으로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모두 매입하면 지분을 31%로 늘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이 삼성증권 지분을 늘리는 일만 남게 된다. 삼성생명이 앞으로 삼성증권이 보유한 자사주를 모두 매입해도 지분은 19.85%에 그친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이 삼성증권의 증자에 참여하거나 삼성증권이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자사주 취득에 나서면서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준비를 거의 마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과정에서 자사주는 다양한 행태로 활용할 수 있다”며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현금화해 다른 금융계열사 지분을 사들이거나 백기사에게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삼성그룹는 지주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한 데 이어 방산과 화학 계열사를 모두 정리하면서 이재용 부회장 시대에 전자와 금융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렇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 시대의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재용,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나  
▲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삼성전자 아래로 전자계열사를 모으고 삼성생명 밑에 금융계열사를 두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무엇보다 법제화가 우선돼야 한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9월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법안)은 일반 지주회사가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통해 금융회사를 손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두는 것을 막고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이 개정돼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도입되면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법안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도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되더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는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리해야 하는 문제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금융지주회사는 금융회사가 아닌 자회사를 둘 수 없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되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54%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게 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하게 되는 삼성전자 지분율도 9.01%로 높아진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나 이재용 부회장에게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7조 원 규모에 이르러 쉽게 사들이기는 어렵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도 물려받아야 한다. 이 부회장이 이 지분을 받는 데 세금으로 내야 할 금액만 최소 6조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만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삼성그룹이 강구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도 나눠진다”며 “그뒤 투자회사가 사업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그 대가로 투자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나눠주게 되면 삼성물산이나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는 데 부담도 줄이고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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