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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김동관시대의 한화, 친환경에너지로 재창업 완수하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0-11-10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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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에도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사장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한화 전략부문장 겸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으로 경영전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 사장이 이끌 한화그룹의 미래는 김승연 회장시대의 한화그룹과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를까?

◆ 변곡점에 선 한화그룹, 김동관의 선택은 ‘수성’일까 ‘재창업’일까

한화그룹이 큰 변화의 변곡점에 서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려면 규모에 상관없이 어떤 기업이나 빨리 뛸 수밖에 없다. 한국의 재벌그룹들이 신수종사업 얘기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육성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바이오를 말하고 현대차그룹이 수소를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화그룹도 마찬가지다. 

한화그룹은 방산, 화학, 금융을 주축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실적이 눈에 띄게 나쁘거나 그룹이 부담을 느낄 만큼 부실한 회사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 만족하기는 어렵다.

한화의 주력사업들을 보면 어느 정도 시장의 규모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체 파이가 결정된 시장이라는 얘기다. 이 상황에서라면 실적을 유지하면 다행이다.

화학은 좀 달랐다. 과거만 해도 석유화학제품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라 그룹 안에서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친환경 흐름이 자리를 잡으면서 화학산업도 구조적 변화기를 지나고 있다.

한화그룹의 명실상부한 후계자, 김동관 사장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어느 시대에나 군주는 ‘창업’과 ‘수성’, 그리고 ‘재창업’ 가운데 하나를 필생의 과업으로 수행해야 했다.

한화그룹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김 사장은 새로운 영토를 개척해야 하는 ‘재창업’에 그룹의 명운을 걸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김동관은 한화그룹의 주축을 김승연의 ‘화약방산’에서 ‘친환경에너지’로 옮길까

한화그룹이 지난 10년 동안 걸어왔던 길을 보면 한화그룹이 어디로 가겠다는 목표는 이미 세워져 있다고 볼 수 있다.

2010년 본격적으로 태양광에 발을 들인 뒤로 꾸준히 태양광에 투자를 하더니 이제는 정말 태양광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거듭나려나 하는 인식이 생길 정도로 태양광사업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확 커졌다.

한화그룹은 태양광사업을 하는 한화큐셀이라는 회사를 한화첨단소재와 합친 뒤 한화케미칼과 합병해 한화솔루션이라는 회사로 출범했다. 그룹 차원에서 태양광에 거는 기대가 많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수소사업 얘기까지 나오는 것을 보니 더 큰 그림도 엿보인다. 바로 ‘친환경에너지’가 그 목표다.

김승연 회장은 최근 그룹 창립 68주년을 맞아 “글로벌 친환경시장경제의 리더로서 그린뉴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라며 “환경을 위한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솔루션도 회사비전을 놓고 “스마트한 에너지 솔루션과 고객 관점의 맞춤형 소재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고 설명한다.

지속가능과 에너지 솔루션을 강조한 것은 바로 친환경에너지에 그룹의 미래를 걸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화솔루션’이라는 회사이름도 그냥 결정한 것이 아니다.

솔루션의 사전적 의미는 문제의 해법,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이다. 인류가 모두 걱정없이 쓸 수 있는 에너지에 대한 고민을 한화솔루션을 통해 풀어가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친환경에너지기업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김동관 사장이 이끌어갈 혹은 이끌어가야 할 한화그룹 3세시대의 미래가 친환경에너지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화그룹의 주축을 친환경에너지로 옮긴다는 것은 김승연 회장이 지난 40년 동안 만들어온 한화그룹의 색깔을 확 바꾸겠다는 선언으로도 읽을 수 있다.

한화그룹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방산과 기계, 화학 등 중후장대사업을 하는 기업이었다. 2000년대 들어 대한생명을 인수하면서 금융쪽으로, 그리고 점차 레저쪽으로 발판을 넓히긴 했지만 여전히 한화그룹을 떠올리면 방산이나 화학 등 무거운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김 사장이 한화솔루션의 대표이사로 경영전면에 나선 상황에서 앞으로 그룹 이미지를 친환경에너지라는 미래지향적 색깔로 바꿔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화그룹은 최근 이미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화는 ‘강철비’라고 불리는 분산탄사업부문을 코리아디펜스라는 독립법인으로 분할한 데 이어 매각하기로 결정했는데 태양광이라는 그룹의 친환경 전략과 역행하는 부분을 잘라냄으로써 변화를 가속화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동관의 친환경에너지, ‘하이 리스크’ 감내하고 ‘하이 리턴’ 가능할까

김 사장이 이끌 한화그룹 친환경에너지사업의 미래를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도 있다.

태양광사업과 관련한 긍정적 전망은 많다.

국제에너지기구가 최근 발간한 ‘세계에너지전망 2020’ 보고서를 보면 전통적 에너지원인 석유의 수요가 정체기에 도달했다며 태양광이 세계 전력시장의 새로운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드맥킨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의 큐셀부문인 한화큐셀은 올해 상반기에 미국에서 주거용과 상업용 태양광모듈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며 8분기 연속 1위 기록을 이어가기도 했다.

실적은 이미 증가세를 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2017년만 해도 태양광부문에서 연간 16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1600억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태양광시장은 성장성이 높기도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큰 시장이다.

태양광은 2000년대 후반 재계의 미래사업으로 불렸다. 실제로 LG그룹과 웅진그룹이 과감한 투자에 나서기도 했고 삼성그룹도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하면서 태양광을 꼽았다. OCI는 아예 사업의 주축을 태양광으로 확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 기업은 태양광의 저주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조금씩 흑자를 내는 LG그룹을 제외하면 웅진그룹과 OCI는 태양광 투자 실패로 그룹 자체가 휘청였다. OCI는 2020년에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는 설움도 겪었다.

다시 말해 태양광시장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정확히 이뤄지는 시장이라는 얘기다.

김승연 회장은 후계자인 김동관 사장이 주도하는 태양광에 지난 10년 동안 뚝심투자를 이어왔다. 그 덕분에 한화그룹이 태양광으로 이익을 내는 구조를 갖출 수 있었지만 위험요인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한화그룹이 추진하려는 수소사업도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세계 각국이 수소경제를 위해 노력을 하는 것도 맞지만 이 시장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오랜 기간 투자할 여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고 적자를 보더라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것 모두 중요하다.

리스크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미국의 수소트럭기업 니콜라와 협력하기로 한 일이다.

니콜라 상장 당시 제2의 테슬라라는 긍정적 전망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한화그룹이 투자를 잘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니콜라가 기술력 없는 사기회사라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김동관 사장의 안목에 의문을 품는 시각들이 생기기도 했다.

‘한화그룹의 수소사업 추진계획’을 보면 한화솔루션이 한화그룹의 수소사업을 주도하는 계획이 짜여 있다. 큐셀부문은 태양광을 활용한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케미칼부문은 수전해 수소 생산기술을 개발하며 첨단소재부문은 수소 저장과 운송용 고압용기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 ‘김동관의 뉴리더십’에 한화그룹 미래 달렸다

한화그룹이 친환경에너지로 완벽한 체질 전환에 성공하려면 이에 맞는 리더십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한화그룹 직원들은 대부분 기업문화를 놓고 ‘진정성 있다, 직원을 소모품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승연 회장의 리더십을 상장하는 말인 ‘신용과 의리’와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한화그룹의 미래를 담보하긴 힘들다. 미래지향적이라고 보기도 힘들고 유능한 인재를 스스로 걸어서 들어오게 하는 리더십이라고 말하기에는 2% 부족하다.

김동관 사장의 새로운 리더십’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이미 ‘젊은 한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조직 곳곳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는 2012년에 그룹 내에서 과장과 차장, 부장이라는 직급 호칭체계를 없애고 매니저로 호칭 통일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유연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외부 고객기업의 불편하다는 피드백을 수용해 2년 뒤에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긴 했지만 딱딱한 조직문화를 벗어던지려는 시도로서는 충분히 의미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승진 안식월이라는 제도도 김 사장의 작품이다.

이 제도는 과장 이상 승진자에게 한 달 동안 휴식을 주는 것인데 젊은 한화라는 아이디어를 그대로 관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사장의 성격이나 행동 양식도 한화그룹의 새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김동관 사장은 평소에도 스스로 찾아 배우고 여러 사람에게 자문을 구하는 성격이다. 임원들과 자주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을까’ 말할 정도로 참신한 구상에 갈증을 느낀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런 열정이 김 사장만의 한화그룹 색깔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젠틀맨’ 김동관, ‘사나이’ 김승연과 이런 점이 다르다

김동관 사장의 새로운 리더십에 주목하는 이유는 아버지인 김승연 회장과 많은 점에서 다를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미지를 보면 김동관 사장에게는 ‘젠틀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재벌가에서 보기 드문 겸손한 성격의 오너경영인이라는 말도 그를 종합적으로 드러내 주는 표현이다.

이와 관련한 일화들은 매우 많다.

상무와 전무 시절에 회사 복도에서 마주치는 임원들에게 항상 깍듯이 인사하기도 했고 임원회의에서 다른 임원들이 ‘앞자리에 나와 앉으시라’ 권유해도 손사래 치며 괜찮다고 거절한 뒤 맨 뒷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회의를 경청했다고 한다.

한화그룹 본사에서 일했던 직원 얘기에 따르면 김 사장이 한화큐셀 소속으로 한화그룹 장교동사옥에서 일할 때 종종 로비에서 모습이 목격됐는데 항상 대표이사 전문경영인보다 앞서지 않고 뒤따랐다고 한다.

해외 곳곳에 있는 영업거점에 출장을 갈 때 수행원 한 명 없이 캐리어를 직접 끌고 혼자 비행기를 탔다는 얘기도 김 사장의 성격과 리더십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반면 김승연 회장은 ‘신용과 의리의 사나이’로 불렸다.

한화건설 이라크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광어회 600인분을 비행기로 공수했다는 일화는 전설적이다.

플라자호텔 리모델링을 위해 문을 6개월 동안 닫아야 했을 때는 모든 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주기도 했는데 모두 ‘신용과 의리’를 상징하는 일화들이다.

김 회장이 보스 기질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김동관 사장의 리더십은 결이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사랑에서는 부자가 비슷한 취미를 공유한다.

김 사장의 취미는 브라질 유술인 주짓수다. 복싱 사랑이 남달랐던 김승연 회장과 일맥상통하는 취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성격이 확연히 다른 만큼 김 사장이 보여줄 새 리더십의 색깔도 김 회장과는 완전히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관, 뉴리더십에도 김승연의 ‘인수합병 DNA’ 본능은 이어간다

김승연 회장에게 김동관 사장의 존재는 특별하다.

김 사장은 김 회장의 세 아들 중에 첫째로 가장 공부도 잘했고 말썽도 거의 피우지 않은 아들이다. 김 회장은 평소에도 그룹 후계자가 될 장남이 하버드대를 졸업한 수재인 것을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김 사장은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버지의 바람대로 한화그룹을 도약시킬 수 있는 오너경영인으로 성장했다.

김 사장의 행보를 잘 보면 아버지의 경영 유전자를 그대로 계승했다고 볼 수 있는 지점들도 참 많다.

김 회장을 상징하는 경영 유전자는 바로 인수합병이다.

그는 그룹 회장에 취임한 지 1년 만에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정아그룹, 한양유통, 동양백화점, 대한생명, 신동아화재, 63시티 등을 꾸준히 사들여 한화그룹을 재계 순위 10위권 안으로 올려놓았다.

김 회장은 기업인이라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야 한다는 철새론과 프로펠러론으로도 유명하다.

김 회장은 2006년 10월 한화그룹 창립 54주년 기념사에서 “글로벌시대에는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는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본능’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2008년 한화그룹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잘 만든 배도 프로펠러가 부실하면 거친 파도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한화가 피인수기업의 강력한 프로펠러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동관 사장은 이러한 인수합병 DNA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화그룹의 주력으로 성장하고 있는 방산과 화학계열사는 대부분 2014년 삼성그룹과 빅딜로 얻은 것인데 이 과정에서 김동관 사장의 역할이 중요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승연 회장의 역할이 가장 컸지만 이면에는 김동관 사장이 하버드대 동문인 이재용 부회장과 직접 만나 인수협상을 벌인 노력도 있었다.

김 사장은 한화그룹 입사 이후 푸르덴셜투자증권 인수작업이나 큐셀 인수작업에 실제로 발 벗고 나서기도 했고 한화첨단소재의 CSP 인수전에도 참여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김 회장은 ‘데려와 잘 키우면 된다’는 지론을 지니고 인수합병을 추진해 왔는데 이런 DNA가 김 사장시대에도 이어져 한화그룹의 덩치가 더 크게 될지 주목해봐야 할 것 같다. [채널Who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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