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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SK하이닉스 낸드는 높은 곳 바라보다, 이석희 청사진 내놔

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 2020-11-04 15: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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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안에 낸드 매출 3배 이상 성장을 이루겠다.”

4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 직접 참석해 이렇게 밝혔다. 
 
[오늘Who] SK하이닉스 낸드는 높은 곳 바라보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4296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석희</a> 청사진 내놔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이 사장이 선언한 ‘5년 내 낸드 매출 3배’는 사실상 삼성전자를 따라잡아 낸드플래시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세계 매출기준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1.4%, SK하이닉스 11.7%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매출에서 3배가량 앞서 있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이런 차이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10년 동안 한 번도 낸드시장 점유율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이 사장이 허황되게 여겨질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한 배경에는 10월 결정한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가 있다. 기업용 SSD 분야에 관해 영향력이 큰 인텔 낸드사업부를 치자함으로써 급성장하는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인텔 낸드부문 인수로 이미 구축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고성능(하이엔드) 기업용 SSD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즉각적 효과가 일어난다"며 "그동안 모바일 중심으로 성장해 온 SK하이닉스 낸드사업의 새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SSD는 낸드플래시를 활용해 만들어지는 저장매체다. 기존 저장매체 하드드라이브(HDD)와 비교해 속도가 훨씬 빠르면서도 전력 소모가 낮다. 

이 때문에 막대한 전기요금을 감당해야 하는 데이터센터쪽에서는 점점 더 많은 SSD를 도입하고 있다.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2분기 세계 기업용 SSD 매출은 45억 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증가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이처럼 급성장하는 기업용 SSD분야에서 아직 존재감이 약하다. 시장 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분기 기준 기업용 SSD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인텔은 각각 점유율 34.1%와 29.6%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 점유율은 7.1% 수준에 머물렀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등 경쟁기업보다 한참 늦은 2004년 낸드사업에 진출한 데다 SSD 컨트롤러와 같은 기술에서 뒤처져 기업용 SSD 수요를 크게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컨트롤러는 SSD 데이터 읽고 쓰기를 담당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컨트롤러 기술 수준에 따라 SSD 성능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자체 컨트롤러를 개발해 SSD에 적용해 왔다. SK하이닉스도 2012년 미국 컨트롤러기업 LAMD를 인수하는 등 기술 확보에 노력했지만 아직 선도기업을 따라잡을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장이 10조 원이 넘는 투자를 결단한 이유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은 PC와 서버구조(아키텍처)의 설계와 표준을 주도하는 회사인 만큼 내재된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펌웨어, 컨트롤러 기술수준이 높다"며 "이번 거래로 SK하이닉스는 부족한 데이터센터 포트폴리오, 원천 특허, 다양한 고객 베이스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 사장은 "인텔은 기업용 SSD에서 경쟁력이 강하고 우수한 펌웨어·컨트롤러 기술과 세일즈 역량을 보유했다"며 "SK하이닉스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기업용 SSD시장의 성장세가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세계 데이터센터는 2030년 현재의 5.7배인 51억 TB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 가운데 SSD 비중이 40% 중반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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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 기업용 SSD PE8000 시리즈. < SK하이닉스 >

다만 번도체업계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인텔 인수에 관해 여전히 우려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수대상 가운데 하나인 중국 다롄공장 시설이 노후해 첨단 제품 생산이 쉽지 않고 인텔 낸드사업 핵심인력이 다른 기업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사장이 이번 콘퍼런스콜에 직접 나온 까닭도 최고경영자(CEO) 차원에서 이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콘퍼런스콜에 대표이사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장은 “2025년 3월까지 인텔이 다롄공장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그동안 2~3세대 이상 공정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구체적 세부계획을 공유하기 어렵지만 핵심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놨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10월20일 인텔과 낸드사업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90억 달러를 투입해 인텔 SDD, 낸드플래시 단품과 웨이퍼사업, 다롄공장 등을 사들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거래는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인텔에게도 이익이 된다. 인텔은 최근 중앙처리장치(CPU)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미세공정 고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익이 크지 않은 낸드사업을 정리해 투자 방향을 좁힐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인텔 출신인 만큼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이번 인수를 주도했다. 이 사장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인텔에서 일했다. 32나노 미세공정 개발을 주도하는 등 공로를 인정받아 인텔 내부 최고상인 인텔 최고업적상을 3차례 받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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