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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형석과 안용찬, 항공의 '양강구도' 제주항공으로 깬다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5-11-19 1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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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형석과 안용찬, 항공의 '양강구도' 제주항공으로 깬다  
▲ 채형석(왼쪽)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안용찬 제주항공 부회장.

제주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다. 그래도 저비용항공사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상장 이후 시가총액에서 아시아나항공을 계속 앞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자산총계나 매출, 항공기 대수 등을 놓고 아시아나항공과 비교하면 골리앗 앞에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제주항공이 시가총액에서 아시아나항공을 크게 앞서는 것은 투자자들이 제주항공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높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항공업계 3강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몸에 익혔다는 평가를 함께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평가의 뒤에 애경그룹 오너의 의지가 자리잡고 있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제주항공을 제1의 저비용항공사로 생각하지 말라”며 “우리는 대한민국 항공 빅3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아시아나항공을 뛰어넘은 시가총액

제주항공의 시가총액은 19일 기준으로 1조440억 원이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 8867억 원보다 1500억 원 가량 많다.

제주항공은 상장 첫날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을 거뜬히 뛰어넘었다. 그 뒤 2주 정도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을 넘어서고 있다.

시가총액을 제외하고 보면 두 회사의 규모 차이는 너무나 크다.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총계는 9월 말 기준 9조1453억 원으로 제주항공의 자산총계 3497억 원의 26배에 이른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도 아시아나항공 4조2800억 원, 제주항공 4534억 원으로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이 시가총액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앞서는 것은 제주항공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채형석과 안용찬, 항공의 '양강구도' 제주항공으로 깬다  
▲ 안용찬 제주항공 부회장이 1월26일 '제주항공 창립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 제주항공, 애경그룹의 새 얼굴로 떠올라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을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안용찬 제주항공 부회장은 지난 1월 열린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제주항공은 애경그룹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애경그룹의 미래를 짊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10년은 세계적 일류 항공사로 나아가는 도전의 10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2020년 40대의 항공기로 60여 개 노선에 취항해 매출 1조5천억 원, 영업이익 15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채형석 부회장은 제주항공에 애경그룹 차원의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지난해 말 17대에서 올해 연말 22대로 늘어난다.

제주항공은 지난 9월 제주항공이 애경그룹의 주력 계열사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임직원의 소속감을 고취하기 위해 회사 이름을 AK제주항공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이번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 1천억 원도 모두 시설투자에 쓰기로 했다.

항공기 예비엔진 2대를 구입하는데 200억 원을 쓰고, B737-800 항공기를 구매하는 데도 600억 원을 투자한다.

◆ 저비용항공사 한계 뛰어넘을까

제주항공이 진에어에 이어 장거리 노선에 취항할지도 주목된다.

대한항공의 저비용항공사 진에어는 12월부터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최초로 인천~하와이 노선을 운항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적극적 투자 덕분이다.

대부분 저비용항공사가 장거리 노선 취항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하지만 재무적 여건과 운항 노하우 등을 고려했을 때 쉬운 일이 아니다.

장거리 노선을 오갈 수 있는 항공기와 운항 승무원을 확보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채 부회장과 안 부회장이 판단할 몫이다.

이 판단은 1위 저비용항공사로 남느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항공사로 성장하느냐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형석과 안용찬, 항공의 '양강구도' 제주항공으로 깬다  
▲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제주항공이 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은 진에어나 에어부산, 에어서울과 달리 노선확장에 제한이 없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항공사를 모회사로 두고 있지 않아 노선이 겹칠 우려가 적기 때문이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어디까지나 모회사를 지원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과 달리 제주항공에게 얼마든지 독자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는 것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 부회장이 국내 저비용항공시장을 처음 개척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며 역사를 쌓아온 만큼 제주항공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하다”며 “두 부회장의 의지로 볼 때 제주항공에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장거리 노선 취항에 대해 “아직까지 주변국가도 갈 곳이 매우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장거리 노선 취항에 대해 정해지지 않았다”며 “지금은 제주항공을 더 견실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저비용항공시장, 여전히 성장할 가능성 높아

저비용항공시장의 성장성도 여전히 높다고 평가받는다.

국내 저비용항공사의 수송 분담률은 국제선 기준으로 13%대에 그친다. 세계 평균 28%, 동남아시아 54%보다 훨씬 낮다.

국내외 여객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들의 관광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큰 혜택을 보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 단거리노선은 이미 저비용항공사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성장성과 주변 국가의 저비용항공사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성장여력이 매우 높다”고 자신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에도 사상 최대의 반기실적을 낸 데 이어 3분기에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제주항공이 3분기 거둔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16.9%, 7.6% 늘었다.

3분기 영업이익률도 제주항공은 10%다. 이는 대한항공 9.6%, 아시아나항공 2.3%에 비해 높은 편이다.

◆ 제주항공, 돈 버는 방법을 안다

제주항공은 부가사업의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부가사업 매출은 기내식 판매, 유료좌석 예약제 등 대형항공사가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과금하는 저비용항공사만의 영업방식이다. 저비용항공사는 항공권이 싸기 때문에 부가매출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채형석과 안용찬, 항공의 '양강구도' 제주항공으로 깬다  
▲ (왼쪽부터)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최규남 제주항공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부사장, 김진규 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이 지난 6일 제주항공의 유가증권 상장 기념식을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부가사업의 비중이 높아지면 환율이나 국제유가, 테러나 질병 등 외부변수에 취약한 항공사의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다"며 "경쟁심화 국면에서도 운임하락을 어느 정도 보완해 준다"고 말했다.

해외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부가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인 경우도 있다.

제주항공은 9월부터 전화예매 한 건당 수수료 3천 원을 부과하고 있다. 또 기내에 들고 탈 수 있는 허용범위를 넘어서는 기내 수하물에 대해서도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미 기내식, 사전 좌석지정, 현장발권서비스 등도 유료화했다.

제주항공의 부가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4.6%였지만 올해 3분기 7%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제주항공은 2020년까지 부가매출 비중을 10%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주항공은 단순한 항공사에서 벗어나 여행과 관련된 모든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이를 위해 홈페이지에서 호텔과 렌터카를 한꺼번에 예약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최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보험대리점업, 호텔업, 세탁업, 일반여행업, 크루즈 운영 및 부대사업 등의 사업목적을 정관에 추가했다. 여객이나 화물운송 위주의 전통적 항공사업 외에 다양한 부가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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