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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 싸게 팔고도 어떻게 이익 남기나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5-11-19 15: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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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LCC)는 대형항공사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없애는 대신 저렴한 항공권으로 승부를 건다. 최근에는 국내선 항공권보다 싼 국제선 항공권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항공사는 운영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대표적 업종이다. 항공기를 구매하거나 리스하는 데 드는 비용은 물론 운항경비나 정비비 등 유지비용도 많이 든다. 공항을 이용하기 위해 착륙료와 공항이용료도 부담해야 한다.

저비용항공사들은 어떻게 그렇게 낮은 가격으로 항공권을 판매할 수 있을까?

유럽의 저비용항공사 이지젯이 기내화장실 사용료를 받으려다 무산된 일은 저비용항공사의 수익성 확보 노력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 절박한 비용절감 노력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최근 특가 항공권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대부분 국내선은 2만 원 안팎에, 방콕 등 동남아 노선은 10만~20만 원대에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저비용항공사, 싸게 팔고도 어떻게 이익 남기나  
▲ 김정식 이스타항공 대표.
이스타항공은 부산에서 출발하는 오사카 항공권을 5만9천 원에 판매한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부산행 KTX 가격과 비슷한 가격으로 일본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셈이다.

진에어도 부산~오키나와 항공권을 12만2400원부터, 부산~오사카 항공권을 9만1700원부터 판매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한때 인천~괌 항공권을 7만7천 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저비용항공사는 항공권 가격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대부분 한 기종만을 운항한다. 사용 항공기의 기재를 통일해 항공기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각각 20대, 11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모든 항공기가 190여 석 규모의 B737-800이다. 진에어는 보유한 18대의 항공기 가운데 16대가 B737-800이다.

저비용항공사가 보유한 전체 항공기 77대 가운데 B737-800은 모두 57대에 이른다.

저비용항공사들이 B737-800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과 매출 확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항공사가 여러 기종을 운항할 경우 각 기종에 대한 조종사 교육을 따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 관련 훈련비가 증가한다. 동일한 항공기로 통일하면 정비에 따른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중소형 항공기는 탑승률도 높일 수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저비용항공사들은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좌석을 배치하려 노력한다. 저비용항공사들이 일등석을 운영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은 항공기가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온힘을 쏟는다. 이를 위해 장거리보다 중단거리 노선을 많이 운항하며 공항에서 체류시간도 줄인다. 정비나 청소시간을 아끼기 위해 노력한다.

탑승교 사용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이기 위해 승객을 터미널게이트에서 버스로 실어 나르는 경우도 많다.

기내 서비스도 없애거나 대폭 줄인다. 기내식도 유료이며 수화물 역시 유료다. 비상구 옆 좌석을 비싸게 팔기도 한다.

광고도 거의 하지 않는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TV광고를 하고 있는 곳은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 낮은 가격, 높은 소비자 불만

저비용항공사들이 지나치게 비용절감에 힘쓰다보니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비용항공사는 서비스의 유료화를 갈수록 확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9월부터 기내 휴대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수하물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 싸게 팔고도 어떻게 이익 남기나  
▲ 조현민(가운데) 진에어 전무가 지난 7월27일 미국 시애틀 보잉 딜리버리 센터에서 B737-800 신규 제작 항공기 도입을 축하하는 인수식에 앞서 리본 커팅을 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또 국내 최초로 콜센터를 통해 항공권을 예약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1인당 3천 원의 수수료도 받는 중이다.

항공업계는 저비용항공사들이 앞으로 유료 서비스를 점차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항공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저비용항공사에서도 똑같이 누리려면 결국 항공권 가격이 비슷해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승객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저비용항공사가 공항이용료가 비싼 허브공항을 피해 국제선 노선을 만들다보니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있는 공항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이용객이 현지에 도착한 뒤 이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이 늘어나면서 소비자 피해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4월 발표한 ‘2014년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교통 이용자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12년 396건에서 지난해 681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433건이 접수됐다.

항공사별 구제 건수를 살펴보면 제주항공이 37건으로 가장 많았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도 각각 34건, 25건을 기록했지만 제주항공과 승객 수 차이가 크다는 점을 볼 때 제주항공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만 명당 구제 건수로 따지면 이스타항공이 1.18명, 진에어 0.97명, 제주항공 0.67명인 반면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각각 0.19명과 0.11명에 그쳤다.

적은 항공기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운항 횟수를 늘리면 항공기의 노후화가 빨라지고 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안전관리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항공기는 지상에 서있지 말고 하늘에 떠 있어야 비용이 덜 들어간다”며 “항공기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결국 운항 스케줄이 빡빡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안전점검에 소홀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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