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공장과 LG디스플레이 LCD(액정 디스플레이)공장에서 일하다가 폐암에 걸려 숨진 협력업체 노동자가 법원 판결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1일 반도체 노동자인권단체 반올림에 따르면 11일 서울행정법원은 폐암으로 숨진 노동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A씨의 폐암을 산재로 판단했다.
A씨는 2000년 한 노광장비 업체에 입사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4∼5년, LG디스플레이 LCD(액정 디스플레이)공장에서 7년 동안 근무했다. 노광장비는 빛으로 웨이퍼나 유리 기판에 회로를 그리는 장비다.
A씨는 2012년 폐암에 걸려 이듬해 숨졌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지만 공단은 작업환경 측정결과 등을 근거로 산재로 승인하지 않았다.
법원은 반도체와 LCD 공정에서 노동자가 방사선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공장 내부 환기시스템으로 다른 공정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에도 노출될 수 있다고 봤다.
근로복지공단이 판단근거로 삼은 작업환경 측정결과에 관해서는 A씨의 작업 환경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흡연을 했어도 기존 질환이나 가족력이 없는 데다 폐암이 급격하게 진행된 점 등을 고려하면 업무상 유해요인이 질병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올림은 "근로복지공단은 의학적,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재해자 질병의 업무 관련성을 너무 쉽게 배제하고 있다"며 "산재보험에 그렇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피해자와 유족은 사회안전망에서 부당하게 배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