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표가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될 현안은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논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재확산이 대유형으로 번질 조짐이 큰 데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터라 이 대표로서는 민주당 안의 목소리를 모으고 정부와 조율해내는 데 리더십의 발휘가 시급해졌다.
이 대표도 29일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고통에 직면한 민생을 돕기 위한 당정협의를 조속히 본격화할 것”이라며 “기존의 방식을 넘는 추석 민생대책을 시행할 것이고 재난지원금 문제도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안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 대표가 하나의 당론으로 조율해 내는 일은 녹록지 않을 수 있다.
이 대표는 "더 급한 분들께 더 빨리, 더 두텁게 도움을 드리는 것이 이론상 맞고 그것이 제 신념"며 대상을 선별해 지급해야 한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당대표 후보로서 경쟁했던 김부겸 전 의원, 박주민 의원 모두 모든 국민에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한다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여러 차례 더 지급하는 방안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정부와 의견 조율 역시 만만치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난지원금 검토보다 3차 추경 집행이 시급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가 당대표로서 긴급재난지원금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지는 대선후보로서 앞날에 매우 중요하다.
당대표가 된 뒤에 '새로운 이낙연'을 보여주겠다고 공표한 만큼 정치권 특히 민주당 의원들과 당원들의 시선은 당분간 그에게 집중될 것이 분명하다.
이 대표는 21대 총선을 마치고 당대표 도전을 선언한 뒤에도 주요 현안과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생각을 밝히는 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 왔다.
이 대표는 ‘지나치게 신중하다’, ‘답답하다’ 등 비판이 나오자 “아무 직책 없는 제가 앞서 나가는 것은 안 좋다 싶어 말을 아꼈기 때문에 (보는 사람은) 답답하게 느꼈다”라며 “그것은 직분에 충실하자는 오랜 태도 때문이고 대표가 되면 할 일, 할 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당대표가 되면서 스스로 내세웠던 ‘직책’ 문제가 해결된 만큼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게다가 당대표 선거결과를 보면 대선주자로 이 대표의 입지가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은 확인됐지만 지지율은 60.77%로 간신히 60%를 넘었다. 일단은 밀어주지만 '지켜보겠다]는 뜻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이 대표가 긴급재난지원금 논의에만 매달릴 시간적 여유는 많지 않아 보인다.
당장 9월부터 본격화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놓고 통합당과 교섭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에 8월까지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추천하라고 요구한 상태지만 통합당은 민주당의 요구에 쉽게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당대표에 선출된 뒤 KBS와 한 인터뷰에서 공수처법은 20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이라며 법안에 반대했다고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공수처장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고 있는 미래통합당의 태도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 대표가 다음주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가 만나는 자리에서 공수처 출범과 관련해 담판을 이끌어내면서 통합당과의 협치에 성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추천 준비를 안 할 수는 없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을 놓고는 “전략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 역시 이 대표가 주력해야 할 정치일정이다.
이 대표는 29일 당대표 선거 정견발표에서 “이제 사흘 뒷면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연말까지 넉 달 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그 넉 달은 평시의 넉 달이 아니라 국난을 늦기 전에 극복하느냐 아니냐가 걸린 넉 달”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