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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3년 임기 내내 부실 계열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가 부실 계열사에 발목이 단단히 잡혀 있다. 포스코는 3분기 연결기준으로 당기순손실을 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해 초 취임하자마자 철 빼고 모든 게 구조조정 대상이라며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권 회장은 3분기에만 9개의 부실법인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에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가 ‘주인없는 회사’인 만큼 취임 초기 힘이 있을 때 부실 계열사를 정리했어야 하는데 임기가 반환점이 넘는 상황에서 속도를 내려고 해 추진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권 회장이 부실 계열사를 얼마나 강단있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포스코와 권 회장의 미래가 달려있다.
문제는 권 회장에게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 포스코 부실 계열사 얼마나 심각한가
포스코는 3분기 연결기준으로 658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4분기 196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2102억 원의 순손실을 봤는데 이번에 또 순손실을 냈다. 게다가 순손실 규모가 더욱 커졌다.
포스코는 3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6519억 원을 냈다. 그런데 포스코의 개별기준 영업이익은 6378억 원이다.
포스코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46개의 국내 계열사와 181개의 해외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20여 개에 이르는 국내외 계열사에서 포스코를 제외하고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국내 계열사도 문제이지만 해외법인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3분기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700억 원, 중국 장강 스테인리스 제철소에서 380억 원, 베트남 봉형강공장에서 2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포스코는 해외법인에서 시황에 민감한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프리미엄 제품 비중도 낮다. 따라서 시황 부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다.
포스코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이후 4분기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의 문제는 외화환차손, 투자자산감액, 소송합의금 등의 일회성 비용이 아니라 연결 자회사의 영업이익 기여분이 141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도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면서 “포스코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가스전에서 나오는 영업이익을 합친 것과 같다”며 “다른 계열사들이 영업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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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15일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에서 포스코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Public Investment Fund)와 포스코건설 주식 양수도 계약 체결을 했다. 왼쪽부터 권오준 포스코 회장, 압둘라만 알 모파디 PIF 총재, 황태현 포스코건설 사장. <뉴시스> |
◆ 결단력의 부재, 부실 계열사 늪에 더욱 빠져
권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부실 계열사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권 회장은 지난해 5월 열린 포스코 기업설명회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계열사를 구조조정하고 주력부문인 철강산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당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어떤 사업이라도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철 빼고 모든 게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얘기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만 해도 권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부실 계열사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 회장이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둔 연구부문 출신인 만큼 포스코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 외압을 극복하고 경영쇄신을 이룰 적임자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권 회장은 취임 첫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권 회장은 부실 계열사 구조조정이 늦어진 데 대해 “종업원에게 변화를 설명하고 설득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한다.
“직원들이 실직할 경우 개개인의 불행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자치단체까지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배려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해명을 결단력 부족으로 평가한다.
포스코플랙텍이 결란력 부족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권 회장은 지난해 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에도 포스코플랜텍에 2900억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포스코플렌텍은 부실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포스코의 추가자금 지원 없이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다. 포스코플랜텍은 4분기부터 비로소 포스코의 연결대상 실적에서 제외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권 회장이 포스코플랜텍에 대해 좀 더 빨리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대우인터내셔널을 놓고도 결단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
권 회장은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널도 매각대상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이를 둘러싸고 잡음이 많아지자 당분간 매각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꾸었다.
권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가스전 매각에 대해서도 “경기가 아주 나빠져 포스코가 망할 지경에 처한다면 그 전에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에 대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당장 매각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권 회장이 지난 5월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구성하며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려 했지만 검찰수사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권 회장은 당시 그룹 전 계열사 대표의 사표를 받으며 비상경영쇄신위를 꾸렸다.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회복하고 실적개선과 구조조정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권 회장은 ‘생즉사 사즉생’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다졌지만 검찰수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경영쇄신안 발표도 늦어졌다.
결국 권 회장은 비상경영쇄신위원회가 출범한 지 2달이 돼서야 쇄신안을 발표했다.
검찰수사가 지난 3월부터 시작돼 별다른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내부직원들의 동요만 커졌다. 검찰의 포스코 수사는 아직까지도 정준양 전 회장 주변에서 맴돌면서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 안팎에서 검찰수사와 부실 계열사 처리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수사는 포스코에게 악재이지만 권 회장이 검찰수사를 계기로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고 부실계열사 정리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악재를 활용하는 리더십에서 아쉬움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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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POSCO 기업설명회’에서 권오준(가운데) 회장과 사장단이 자리에 앉아 있다. |
◆ 남은 1년, 시간은 권오준 편이 아니다
권 회장은 최근 들어 구조조정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3분기에만 법인 9곳에 대한 매각과 청산을 마쳤다.
포스코는 2017년까지 국내 계열사의 절반, 해외 계열사의 30%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는 앞으로 빠르게 구조조정을 진행해 당초 계획보다 6개월 내지 1년 정도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매각뿐 아니라 계열사 간 합병, 지분정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문제는 내년이면 권 회장 임기가 끝난다는 것이다. 임기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권 회장이 부실 계열사 정리의 추진력을 계속 확보할 수 있을까?
구조조정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구조조정 대상 계열사들의 반발과 직원들의 거취 등 민감한 사안이 걸려있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가스전을 매각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반발이 컸던 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실 계열사 구조조정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며 “임기의 반환점을 돈 권 회장이 부실 계열사 정리의 추동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효과가 언제부터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구조조정이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포스코는 3분기 해외 계열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구조조정이 더 어려운 국내 계열사 처리는 손도 못 대고 있다.
국내 계열사 가운데 어떤 계열사가 구조조정 대상인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포스코는 “포스코의 구조조정 계획은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면서 “수익이 날 회사들보다 적자가 늘어날 곳 위주로 빠르게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이 구조조정의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 회장 스스로 철강 빼고 모든 사업이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밝힌 만큼 잘 되는 사업이라고 해도 철강 사업과 무관하다면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부실 계열사 구조조정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권 회장이 잘 안 되는 사업만 매각을 추진하려도 보니 결국 구조조정 자체가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애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잘 안 되는 사업을 먼저 팔려다보니 구조조정 자체가 늦어졌다”며 “권 회장은 내부 반발을 감수하면서 잘 나가는 계열사를 매각해 재무구조를 단번에 개선하며 구조조정에 대한 주도권을 잡았던 사례를 참고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