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해까지 공격적으로 추진해 온 외형성장 전략을 잠시 멈추고 그동안 인수한 자회사를 전반적으로 정비해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그룹이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인수합병을 추진하기 어려워진 만큼 그동안 자회사로 편입한 비은행계열사를 활용해 안정적 이익기반을 다지는 일이 중요해졌다.
21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올해부터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비용 관리에도 집중하며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을 지켜내는 데 주력할 공산이 크다.
코로나19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인수합병과 같은 대규모 투자를 벌이기 어려워졌고 금융당국도 금융회사에 외형 성장을 자제하고 비용을 통제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저금리시대에 맞춰 인수합병과 유상증자 등 방식으로 비은행계열사 육성에 속도를 내려던 여러 금융회사가 사업전략에 차질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조 회장이 지난해까지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속도를 낸 효과를 봐 수익원을 다변화하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타격을 방어하기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조 회장은 이런 성과를 본격적으로 수확하기 위해 올해부터 기존에 인수한 자회사들이 신한금융그룹 안에서 온전히 자리잡아 실적에 기여하는 폭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 지분 등을 인수한 효과로 비은행사업을 강화해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저금리시대 수익성 악화에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지난 임기 동안 부동산 신탁사 아시아신탁과 생명보험사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신한금융 자회사로 편입했고 계열사인 신한카드를 통해 베트남 소매금융회사도 인수했다.
그동안 인수한 기업들이 실제로 신한금융그룹 실적에 기여하는 폭은 크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이른 시일에 이 기업들을 성장궤도에 올리고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조 회장은 이런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몇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생명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합병을 효율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신한금융은 최근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합병일을 2021년 7월1일로 확정한 뒤 조 회장과 두 회사 경영진이 모두 참석하는 정기 경영회의를 열고 효과적 합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조 회장은 생명보험계열사 합병을 위해 올해 초 거액을 들여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인수를 앞당기며 신한생명과 통합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금리 하락으로 생명보험업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영업 측면에서 시너지를 내 수익성을 개선하는 일이 다급하다.
부동산사업에서 아시아신탁과 신한금융 계열사 협업체제가 조속히 안착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조 회장은 지난해 그룹 차원 부동산사업 협의체를 구성하고 직접 사업전략 수립을 책임지며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등 계열사가 아시아신탁을 활용한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도록 했다.
아시아신탁이 최근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신한금융 계열사와 협력해 부동산 관리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한 만큼 영업망과 고객기반을 넓혀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원활한 협업체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부동산 관련된 금융사업을 갖춘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신한리츠운용 등 다른 계열사와 협력도 그룹 차원에서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조 회장은 신한카드를 통해 인수한 베트남 소매금융회사가 신한은행 베트남법인과 협업체제를 완성해 성장궤도에 오르도록 이끌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신한금융은 신한카드 베트남법인을 출범하며 신한은행과 힘을 합쳐 종합 금융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조 회장이 이런 그룹 차원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비은행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협업체제를 안착한다면 코로나19 경제위기를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과 부동산금융, 해외사업 등 분야는 국내 경기침체나 기준금리 인하 등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아 은행계열사가 실적에 받는 타격을 일부 만회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한금융에 인수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다른 계열사와 협업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실패한다면 신한금융이 장기간 실적 부진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조 회장은 그동안 신한금융이 인수한 기업들이 가능한 빨리 안착해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하는 데 당분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 신한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확정지은 뒤 자회사 운영체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고쳐야 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코로나19로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사업구조를 재정비할 필요성이 더 높아진 만큼 조 회장이 이른 시일에 포스트 코로나19시대에 대응할 대규모 조직개편을 실시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