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금융그룹감독법)이 제정되면 삼성생명이 공식적으로 삼성 금융계열사의 대표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금융그룹 계열사 가운데 대표회사를 두고 그룹 위험관리기구와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해 운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대표회사 지정은 금융위원회가 지정하는 사안이라 확답하기 어렵다"면서도 "자산규모, 지분구조 등을 따져봤을 때 삼성생명이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 15%, 삼성증권 지분 29.5%, 삼성카드 지분 71.9% 등을 비롯해 금융계열사 지분을 들고 삼성 금융계열사 최상단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그룹을 떠받치는 핵심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금융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사실상 금융계열사의 지휘부 역할을 해 왔는데 금융그룹감독법이 제정되면 그 역할이 공식화되는 셈이다.
전영묵 사장은 보험업황 악화에 따라 자산운용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1월 삼성생명 대표로 선임됐는데 삼성 금융계열사 전반의 위험관리 책임까지 공식적으로 맡게 된다.
금융그룹감독법이 시행되면 삼성생명은 금융그룹의 내부거래 및 위험집중이 금융그룹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비금융 계열사로부터의 위험전이 가능성 등 그룹 차원의 위험을 평가한 결과에 따라 추가적으로 자본을 적립해야 한다.
전 사장은 보험업황 악화로 삼성생명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실적 회복이 다급한데 그룹 차원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적립금을 마련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급격히 침체됨에 따라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 2299억 원을 냈다. 이는 2019년 1분기보다 48.6%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에도 저금리기조가 이어지면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삼성생명은 2019년 순이익 9774억 원을 냈다. 2018년보다 41.3% 감소했다. 순이익이 1조 원을 밑돌게 된 것은 2102년 9843억 원 이후로 7년 만이다.
다만 비금융사 주식보유 한도규정이 이번에 입법예고된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서 빠져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애초 지난해 논의됐던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제정안’에서는 금융그룹 금융사는 비금융사 지분을 5% 이상 가져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5% 밑으로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8.51%를 쥐고 있으며 현재 지분가치는 24조 원 정도에 이른다. 지분 3.51%를 처리해야 하는데 그 규모가 약 10조 원에 이르는 만큼 삼성생명의 대주주인 삼성물산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안정을 위해 해당 지분을 사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그룹감독법이 사실상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겨냥한 법안이라는 논란이 나왔는데 코로나19로 기업사정이 어려운 점을 금융당국이 의식해 비금융사 주식보유 한도규정을 우선 제외한 것이라는 분석이 금융업계에서 나왔다.
다만 금융당국이 금융그룹 감독제도의 법적근거를 마련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만큼 향후 비금융사 주식 보유한도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시선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7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금융자산 5조 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 가운데 금융지주와 국책은행 등을 제외한 금융그룹을 감독대상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삼성, 한화, 미래에셋, 현대차, 교보, DB 등이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금융위원회는 7월15일까지 입법 예고기간을 둔 뒤 규제·법제심사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제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177석을 확보하고 있어 국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