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이틀째 부분파업을 이어갔다.

현대차 노사가 임단협 협상을 언제 재개할지 주목된다.

노조 집행부의 임기 종료라는 변수가 등장한 데다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 등 지난해보다 무거운 사안을 놓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임단협 타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 노조 집행부 임기 종료, 파업에 어떤 영향 미칠까

현대차 노조는 24일에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현대차 노사는 22일 본교섭에서 임금피크제와 통상임금 확대에 대한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서 추석 전 임단협 타결에 실패했다.

하지만 추석연휴가 지난 뒤에도 교섭 재개가 당분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경훈 노조위원장과 집행부의 임기가 9월30일 종료되기 때문이다.

노조는 일단 10월1일 중앙노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현재 노조 내부에서 현 집행부가 임기를 연장하고 임단협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과 선거를 거쳐 새 집행부를 꾸린 뒤 임단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 집행부의 임기를 연장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노조위원장의 임기를 연장하려면 금속노조 규약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 규약을 개정하더라도 ‘현 집행부에는 변경된 임기를 적용할 수 없다’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이 있어 교섭을 하더라도 효력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 측은 “차기 집행부와 교섭하겠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새 집행부가 구성되고 새 교섭대표들이 꾸려지려면 12월은 되야 하는 만큼 12월까지 교섭과 파업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임단협이 해를 넘겨서야 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단협이 무기한 길어지면 파업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2014년 기아차는 임단협 타결까지 현대차보다 한달이나 더 걸렸다. 기아차 노조가 이 과정에서 총 96시간의 파업을 단행했고 결국 이삼웅 기아차 사장이 이에 따른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새 집행부의 성향도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경훈 위원장은 2009년부터 3년 동안 현대차 노조의 무파업을 이끌었던 만큼 '온건 실용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새 집행부의 노선에 따라 지금보다 더 심각한 노사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 모두 논의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 등 노사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민감한 사안이 2014년보다 많아진 점도 노사의 부담을 키운다.

현대차 노사는 2014년 임단협을 체결하며 핵심쟁점이던 통상임금 문제를 법원의 판결 뒤로 미뤘다. 가장 어려운 문제를 일단 덮어두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초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더 이상 미루기가 어려워졌다. 법원이 현대차의 손을 들어줘 노조는 더욱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8월까지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어 통상임금 문제를 임단협 교섭과 따로 논의해왔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9월부터는 임단협 교섭에서 함께 다루기로 했다.

여기에 임금피크제 문제도 더해졌다.

현대차그룹이 2016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전 계열사에 도입하기로 발표한 만큼 회사 측은 임금피크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노조는 임금피크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 본교섭에서 임금피크제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회사가 다른 수당을 통해 임금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했다.

윤갑한 사장은 노조의 이런 요구에 대해 “노조가 임금피크제의 근본 취지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요구까지 지속하면서 노사 간 간극은 결국 좁혀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